책 속의 보석 찾아가기

책 읽는 엄마, 책 먹는 아이 - 한복희의 15년 살아 있는 독서지도
한복희 지음 / 여성신문사 / 2008년 5월

15년 동안의 독서지도의 경험이 오롯이 묻어나는 책이다. 맨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내가 경험한 학부모님들 얘기와 비슷해 웃음지었고, 계속 책을 읽어 나가면서는 ‘그래, 이런 교사가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다가가는 교사구나!’하며 감탄했고, 이 책을 덮으면서 나도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독서지도 교사였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며 학부모님들 앞에서 강의 하는 나는 과연 아이들에게 이렇게 따뜻한 가슴으로 다가가는 교사였는지, 강의에서 내뱉은 말들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했다.  물론 다 아는 말이다. 하지만 다 실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옳음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 책엔 한복희  샘의 독서교육에 관한 철학과 열정, 사랑이  담겨있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최고의 책이 엄마이며, 가장 무서운 책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결국 엄마라는 책 속의 질이 아이를 훌륭하게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요즘 나도 아이독서 교육에 발 벗고 나서는 멋진 엄마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그들은 아이에게 최고보다 최선을, 성장보다 여유를, 소유보다 나눔을 가르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엄마들을 만날 때마다 행복하다. 같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동지를 만나서 기쁘다. 반면, 최고의 교육을 최상의 질로 제공하고자 동분서주하는 엄마들도 본다. 이곳의 어디는 무엇이 문제고, 이곳의 저기는 교사가 문제고.. 모든 것을 쫙 꿰고 있다. 그들의 눈에는 우리 아이밖에 없다. 여유를 즐길, 마음을 터놓을 공간이 없다. 이들의 아이들은 글을 유창하게 잘 쓰며, 발표의 어휘도 세련되었다. 하지만 이들에게서는 인간미,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묻어 있지 않는다. 이럴 때는 무척 슬프다.  백창우 아이들 동요나 김용택 시인이 사는 섬진강 아이들의 동시처럼 밝고 맑은 아이들로 가득 찬 대한민국을  상상한다. 모두 엄마의 몫이다.

 평생 자기만의 책 한권을 만드는 마이 북(My BooK)아이디어가 참 좋아 보였다. 내가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책 한 권이 백 권을 읽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종대왕도 백독백습을 했다고 하지 않던가! 나만의 소중한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음을, 그것으로 인해 책과 연계된 다른 책에까지 흥미를 불러일으킬 계기가 될 것이다. 경쟁적으로 책을 읽고 메우는 식의 독서교육은  아이들에게 책의 즐거움을 빼앗아갈 승산이 크다. 어린왕자, 연어, 어디로 갔을까 나의 반쪽은, 꽃들에게 희망을, 강아지 똥, 네모상자 속 아이들, 불편한 진실,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 등의 책들은 나에게 매번 읽을 때마다 감동의 물결을 전해주는 책들이다. 이들에게 담긴 에너지가 나에게 힘이 되고 여유와 사랑을 전해준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나는 행복한 독서지도사 한복희다!”  에필로그 이 문장이 와 닿는다.

나도 행복한 독서지도사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매번 수업을 준비해야하는 번거로움과 세상의 변화에 촉각을 세워야 하며, 쏟아지는 책들 속 보석을 찾아야 하며, 계속 정진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대로 머무를 수 없는 쉼 없는 직업이다. 그래서 때때로 힘겹다. 하지만 다시 꿋꿋하게 일어서며 책을 든다. 이 길이 옳은 교육임을 믿고, 나로 인해 올바른 교육이 시작됨을 당당히 말 할 그날을 위해서 말이다. 난 여전히 아이들에게 배우고, 어머님들과 나누며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