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곶자왈에서는..

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
문용포.곶자왈 작은학교 아이들 지음 / 소나무 / 2008년 4월

 아이들 행복한 웃음소리가 가득한 학교, 아이들이 서로서로 돕는 학교, 선생님과 친구 같이 대화 할 수 있는 학교가 곶자왈 작은 학교이다. 아마 엄마인 내가 원하는 학교가 바로 이런 학교가 아닌가 생각한다. ‘창가의 토토’에 나오는 학교를 보며 멋진 이 학교에 꼭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과 친구하면서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배우는 우리 아이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여기서 이뤄지고 있다. 섬진강 아이들과 같은 천진무구한 아이들에게서는 시인냄새가 난다.

  많은 부모들이 대학 입시에 발맞춰 아이들의 지식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학점수, 받아쓰기 점수에 전전긍긍하며 하나라도 실수할까봐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아이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자신의 행복,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과 번뇌의 시간도 허용하지 않는 우리의 교육현실에 가끔은 회의가 든다. 하지만 이 학교에 있는 문용포 샘 같으신 교육자가 있고 그런 작은 학교를 운영하고자 하는 많은 분들과, 그 학교에 보내고자 하는 학부모가 있는 이상 우리의 교육도 점점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교육으로  변화하리라 믿는다.  

 지금 이 순간 세상의 아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나온 거라는 문용포 샘의 말씀이 귓가에 울린다. 놀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놀 시간이 있어도 놀지 못하는 도시의 아이들도 있다. 놀아보지 못해 어떻게 노는지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이 책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살짝 엿보는 기쁨이 가득하다. 자연과 더불어 놀 것들이 얼마나 그득한지... (사실 엄마인 나도 이런 놀이를 해 본적이 없다. ㅋㅋ)

곶자왈 봄학교

봄나들이 - 봄나물 캐기, 맨발로 걷기, 풀꽃과 이야기하기. 풀꽃 이름 붙이기. 봄나물 부침개 만들기, 땅 속 벌레 입장 되어 편지 쓰기. 

 곶자왈 여름 학교

숲의 비밀 - 숲 = 나무+이끼 + 버섯과 벌레+ 새+ 야생동물+ 흙+ 바람 등

자연을 ‘느끼는 것’은 자연을 ‘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활짝 열린 감각기관을 동원하여 자연이 알려주는 것들을 받아들이길...  풀벌레 오케스트라 연주듣기. 한 여름밥의 가족야영. 숲의 보물찾기, 풀잎으로 노는 놀이

곶자왈 가을학교

온 세상을 골고루 안아주는 빛+세상을 적셔주는 물+생명의 보금자리 흙 ( 흙 한줌에는 수억 마리의 생명들이, 1㎏의 흙에는 지구 인구수보다 훨씬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다. ) 느림보 산행, 콩으로 메주 만들기.

곶자왈 겨울학교

겨울 숲의 야생동물들 흔적 찾기. 눈싸움, 겨울눈 관찰하기, 철새 만나기. 옛이야기 들으며 군고구마 먹기, 실뜨기와 손 그림자놀이.

 사시사철 놀 거리로 풍성한 곶자왈 학교 아이들이 쓴 글에선 탄 고구마 냄새와 풀잎냄새, 흙냄새가 가득 난다. 이것이 곧 사람냄새이라는 생각이다. 이를 지켜보는 샘에게서는 머털 도사의 흑흑~ 웃는 모습이 떠올려진다. 이것이 곧 사람의 소리라는 생각이다. 우리의 학교에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어떤 소리가 날까? 비탄의 목소리, 우울한 어둠의 냄새는 풍기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비난의 소리가 아닌 활기차고 희망적인 교육의 소리가  내일의 봄을 만들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주와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많은 사람을 위해 쓰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머털도사의 스승님인 누더기 도사의 유언을  문용포 선생님처럼 나도 잊지 않고 살아가련다. 사람들에게, 아이들에게, 어머님들에게 나눠주는 그런 선생님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