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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저녁이 저물 때
예니 에르펜베크 지음, 배수아 옮김 / 한길사 / 2018년 7월
평점 :
모든 저녁이 저물 때
예니 에르펜베크 지음
배수아 옮김
한길사
"한 사람이 죽은 하루가
저문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저녁이
저무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시점과 서술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더 힘든 건
처음부터 던져진 아이의 죽음
"한 아기가 살아 있던
1초와
이제는 살아 있지 않은
1초 사이에는
얼마나 긴 순간이
가로놓였는가
그런 한순간과 한순간을
가르는 것이
정녕 시간일까
아니면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만 하는
그 무엇인데
아직 적당한 이름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일까"
아이만의 죽음이 아니었다.
시대와 세대를 거쳐
우연인지 필연인지
죽음을 맞이한 사람,
아니 여자에게
만약의 삶이 주어진다.
"저녁이 되자 할머니가 와서
그녀 곁 바닥에 앉아
손녀의 양말 신은 발을
허벅지에 올리고
손으로 따스하게 감싸니
그제서야 손녀는
아기가 죽은 이후 처음으로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변하지 않는 세상에서
단지 삶의 연장은 무얼 의미하는지
두 페이지를 한 번에 넘길 수 없었다
마음에 남는 문장들을
기록하지 않을 수 없어서...
"사람의 한평생은,
도주 계획을 좌절시킬 만큼
충분히 길었다."
"사람은 먹어야 한다는
단지 그 이유로,
그토록 많은 수선을
피우고 있어"
우리 할머니들이 그랬을까?
'얼마 전 돌아가신 내 할머니는
일제시대를 거쳐,
해방을 맞고 전쟁을 겪고
4.19를 겪고
암울한 현대사에 남편을 잃고
자식에 의지해 살다
군부독재의 종식과 민주화를 겪고
다시 어쭙잖은 시대에
의지하던 큰아들을 먼저 보내고
요양원에서 사시다
촛불을 맞이하고
영면에 드셨다.'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삶
책에 나오는 인물들 또한
공간은 달랐겠으나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겠다 싶다
끝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했던 그들의 삶
"인간이 무엇으로
인간을 알아보는지,
난 잘 모르겠다.
...
인간,
그 얼마나
자랑스러운 이름인가"
한 줄 한 줄
소중하게 남은 글들은 많으나
잘 모르겠다.
난독증이라 생각들만큼
부족한 독해력일까?
집에서, 카페에서,
도서관에서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읽고 또 읽었으나
다시 읽어봐야겠다.
잘 모르겠다.
"4시 17분이다.
수많은 아침을,
그는 이렇게 이른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게 된다.
오직
그 혼자에게만 속한 시간.
그는 부엌으로 가서,
그곳에서 일생 동안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울 것이다.
콧물을 줄줄 흘리면서,
눈물을 꺽꺽 삼키면서,
인간이 슬픔을 발산하는 길은
정녕 이런 괴상한 소리와
부들거리는 경련 밖에는 없는지,
그는 스스로에게 물을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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