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남편과 나는 개인전 퀴즈쇼를 통해 맺어졌고 또 그러한 방식으로 지금껏 살아왔다.

우리는 채팅을 통해 6년을 교제했고 그리고 7년을 부부의 연을 맺어 오고 있다.

"어디 사세요?"

"여기는 밤이 되면 개 짖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시골입니다."

"지금 뭐하세요?"

"냉장고까지 굴러가고 있어요."

"아이디가 purple이네요. 무슨 뜻이죠?"

"별다른 의미는 없어요. 그냥 조카의 아이디를 빌려 사용하고 있을 뿐이에요."

"그쪽은 왜 나쁜놈인가요?"

"그냥, 제가 나쁜 사람일 것 같아서요."

"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죠?"

"그건......"

이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묻고 질문하고 퀴즈쇼를 개인전으로 이어갔다. 그 내밀하고 은근한 퀴즈쇼들은 지극히 사적인 호기심을 토대로 하였고 그 사적인 궁금증들은 또다시 '지극히 사적인 감정'을 유발하였으며 결국 지극히도 사적인 관계로 이어져, 연인이 되었고 부부가 되고야 말았다.

 

김영하의 "퀴즈쇼"는 그런 의미에서 '지극히 사적이게' 읽혔다. --퀴즈방에 들어가는 순간 이런 합리적인 사고는 일시정지, 바야흐로 환상이 나를 지배하기 한다. 그리고 나는 그 달콤한 환상을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

 

우리는 환상을 덧입고 시작되었지만 현실을 헤쳐나는 관계로 발전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종종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서로에게 여전히 퀴즈를 내면서 관계를 더욱 농도 짙게 만들고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정말, 나를 사랑하기는 하는 거야?"

"우리 부부 얼마나 더 오래 같이 살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걸까?"

그런한 퀴즈들의 답변들은 우리가 함께 더 살아봐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이 책의 마지막처럼.

 

--서로 할 얘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을 거야. 그런 건 차차 해나가면 돼. 그런 서로에 대해 좀더 알게 될 거야. 나도 너에 대해서 궁금한 것, 미처 묻지 못한 것들이 많아.--page.440

주인공의 마지막 대화는 김영하 "퀴즈쇼"의 의미이기도 하겠다.

 

이 책의 16쪽에는 이런 문장이 쓰여있다.

--그러나 어째서 환상은 현실보다 더 지독하게 우리를 괴롭히는가?--

우리를 괴롭히고, 우리를 장악하던 환상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가 연인의 사이로, 부부의 관계로 맺어질 수 있었을까? 물론, 지금은 현실이 우리 부부를 더욱 지독하게 괴롭히고는 있지만 말이다. 집,대출, 육아, 인관관계, 아이들의 교육, 노후대책 등등...

 

그러한 이유에서 한국 작가들의,  오늘의 소설들을 읽는다. 지금의 나와 비슷한 문제들에 대해 고심하는 이가 있다는 것은 운이 좋으면 그들을 통해서 현실의 무게를 견딜 위로라든지 이 사회의 고약한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까 하여! 그런 의미에서 '퀴즈쇼'는 우리에게 다양한 퀴즈를 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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