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편을 제외하고 고레에다 영화에 관심을 갖고 흥미롭게 관람하며 살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감독에 대해 궁금해하기는 또 이례적인데 수년전 바닷마을 다이어리란 영화를 본 후 감독에 대해 찾았고 그간 애정하는 걸어도걸어도라든지, 아무도 모른다같은 영화의 감독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태풍이 지나고 등등은 그래서 더 눈이 가던 영화들.
세번째 살인은 그가 유지하던 현실적 시선에 이야기거리의 변화가 있는 영화였다. 동네 츠타야에서 야심차게 DVD 대여 카드를 만들고 빌려본 영화. 법적인 문장들과 심리적 표현들에 대해 배경지식이 있어야 해석이 자유로울텐데 난 일어에 대한 이해또한 현저하게 모지란 터라 그저 화면의 변화에 주목해야했던 영화.
귀는 있으나 듣지 못했던 영화였음에도 무언가 가느다랗지만 길게 남던 생각들. 영화에 대해 쉽게 쓰지 못하던 차에 야밤에 문득. 그게 무엇인지 말하고 싶어졌다.
영화는 ‘쉽게 말해질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하고자한다. 단정이란 단어와 결론이란 낱말로 놓치는 것들, 판결과 확정으로 왜곡되거나 은폐되는 상황들에 대해서. 말해지지 못하는 것과 말해질 수 없는 것, 간단히 말할 수 없거나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것. 그것들에 대해 단정과 결론을 찾아 판결하려드는 세상.

영화에는 교훈도 결론도 없다. 다만 영화를 본 나같은 개인에게 짙은 의구심과 희미한 마음먹음만 줄 뿐이다. 세상과 삶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으며 어떻게,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인다. 그러므로 뻔하다는 말이 얼마나 교만한 어리석음인지, 하여 그 무엇도 쉽게 단정짓지 못하는 나같은 인간은 언제나 혼란스럽고 어렵다는 것. 차라리 뻔한 결론에 곧잘 이르는 이들이 자기논리로 살아가기 쉽다는 것. 쉽게 뱉는자가 쉽게 살기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앞으로 내가 듣고 보는 일과 사람에 대해 쉽게 뱉지 않으려 얼마간은 애쓸것. 뻔한걸로 속단하지 말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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