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씹는 여행기
-[제돌이의 마지막 공연]의 읽으며 흘렸던 눈물이-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서두르지 않는 여행을 주제로 했기에 여정은 즉흥적이 될 수 밖에 없다. 느긋하게 준비하고 자동차 좌석에 앉았다.
“어디가서 뭐 할까?”
주도면밀한 여행자들이 우릴 봤다면 참으로 한심해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느긋하게 즐기기로 하지 않았던가? “가서 상황 봐가며” 사실 이 말은 “기분 내키는대로!”의 다른 말이었다.
나고야에서 숙박하는 건 어때라고 물어보며 잠깐 검색했던 나고야 여행.
“나고야(名古屋) 수족관은 일본 최대의 수준을 자랑한다.”라는 구글 자동번역 문장이 생각났다. 아이들을 위해서 수족관으로!

코엑스, 여의도 아쿠아리움 정도쯤 되려니 짐작하고 북관으로 들어서니 예상치못한 장면이 똬악~ 거대한 고래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아이들이 넋을 놓고 보고 있을 때 다른 쪽 수족관에서는 돌고래가 헤엄헤엄. 마침 열한시에 돌고래 쇼가 예정되어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가는 쪽으로 휩쓸리듯 쫓아갔다. 다른이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켜고 사진찍을 준비를 하기에 덩달아 준비. 돌고래 점프 정도는 찍어둬야지 않겠어? 돌고래를 만만하게 여기며 쇼의 시작을 기다리던 나는, 막상 공연이 시작되고 눈물을 찔끔 흘리고야 말았다. 그건 어류의 훈련이라기보다 돌고래님과 인간의 교감 예술이라고 표현할만했다. 조련사가 돌고래 등에 올라 쏜살처럼 물 위를 가르다 조련사가 수중으로 다이빙을 하자 돌고래는 물 속으로들어가 자신의 콧등으로 조련사의 발을 지지해주는 모습은 서로를 아끼며 함께 교감하는 이들의 아름다운 모습과 흡사했다.

아이들에게 읽혀주었던 동화책이 생각났다. 김산하-[제돌이의 마지막 공연]. 프리윌리 시리즈에서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난 것은 아마 그 동화책 때문일까? 수족관에 갇힌 삶보다 바다로 돌아가 태생의 삶을 바라던 제돌이가 펼친 마지막 공연.
“공연이 끝나고 제돌이와 헤어질 시간이 되었어요. “
책 속의 문장처럼 눈물이 났다. 찔끔.
수족관에 갇혀있든,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든, 어찌 되었든 돌고래님은 조련사와 멋지게 놀고 있다. 예술의 경지라할만큼 멋진 놀음! 설렌 여행을 시작했지만 여행도 삶인지라 남들이 다 하는 보편적 고민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비싼 나고야수족관의 입장료, 어디든 주차할 때마다 발생되는 주차비, 한국보다 더 비싼 고속도록 통행료. 매끼 돈들여 사먹어야 되는 밥값 등등.
그럼에도 여행을 감행하는 것은 뜻하지 않은 순간의 깨달음 때문이다. 그 순간의 깨달음들이 나를 살아가게 하거나 버티게 하거나 견디게 하는 철학이 되기도 하니까.

한낱 어류의 쇼였을지언정 같은 말을 쓰면서도 소통하지 못하는 종보다 다른 종이면서 언어로 소통하지 못하는 생명체 간의 교감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들이 있었을지 가늠해보게끔 한 계기였다. 더불어 어디에 있든,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즐겁게 순간을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그것이 여행을 누리는 자들의 비법이려니.
공연이 끝나자 큰 아이는 말한다. “나도 돌고래 조련사가 되고싶다.” 여행의 감동이 아이의 꿈으로 설계되는 순간. 그거면 족하다. 비롯 꿈은 변하고 다른 미래를 살게될지언정 ‘꿈꾸는 순간’을 자주 경험한다는 것은 꿈꾸지 못하는 삶보다 낫지 않을까? 오기 싫었어도, 할 수없이 왔다하여도 이왕 온김에 즐겁게 여행, 그김에 꿈까지 꾸어보는 아이들.
자의로 태어난 살게 된 삶이 아니라 하여도 이 세상에 온김에 즐겁게 삶, 이왕이면 멋지게 놀아보는 인생,그래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 내친김에 감동적으로 꿈꾸는 미래!라면 삶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여 내친김에 박물관과 전망대까지! 그러는 동안 시간은 오후 두시가 되어간다. 어젯밤 잠깐 검색한 블로그에서 나고야는 미소우동도 맛있다는데 수족관 내에서 점심을 해결하려 수족관내 음식점을 검색하니 음식맛에 대한 품평이 전반적으로 낮았다. 수족관을 나가서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다. 그게 부부의 불화가될 줄 누가 알았던가?
일요일밤의 숙박은 쿄토(京都) 이네(伊根). 여기까지 온 김에가 나고야 수족관을 들르게 했고 이왕 가는김에가 쿄토를 경유하게 했다. 나고야에서 교토까지 세시간.쿄토시내에서 이네까지 또 세 시간. 서둘러야했다. 가는 중에 나고야 우동을 먹자는 계획은 즉흥적인 여행이었기에 틀어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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