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시에서 살고 있습니다.」
#1 도시는 편리합니다만―
안녕하세요, 나는 도시에서 살고 있습니다.
나는 도시에서 사는 게 너무 좋아요. 도시는 정말 편리한 곳이거든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온갖 편리함이 생겨나는 곳이 바로 도시랍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아침이 되면 사람들은 자명종 소리를 듣고 일어나요. 누가 특별히 깨워주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죠. 가스레인지에서는 불이 나와요. 라이터나 성냥은 물론이고 장작이 필요한 것도 아니에요. 그저 밸브 하나만 돌리면 새파란 번갯불이 번쩍이면서 불이 타올라요. 정말 놀라운 일인데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거기에 냄비를 올려요.
식사를 마치고 남은 반찬은 냉장고에 넣어요. 그리고 식기는 싱크대에 놓아두지 않아도 되죠. 식기세척기에 넣어두면 손에 물을 묻힐 필요도 없이 자동으로 세척이 되요. 살균 소독은 물론 건조까지 되어서 나오죠. 어머니들은 더 이상 쌓인 설거지 거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지 않아도 되요. 그리고 아버지는 아내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겠죠. 자식들도 마찬가지에요. 어머니 대신 설거지를 하는 효도는 이제 효도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게 되었죠. 만약 당신 집에 식기세척기가 없다면 한 대 사는 게 효도로 향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해요.
도시는 물이 나오지 않는 곳이 없어요. 어디를 가나 버튼을 누르거나 십자 모양의 밸브를 돌리면 소독약 냄새가 스며있는 물이 콸콸 나오죠. 집에서 나오는 물은 온도 조절도 가능해요. 원하는 누구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따뜻한 물로 몸을 씻을 수 있죠.
집밖으로 나가봐요. 설령 당신이 도시 지리를 모르는 타지 사람이어도 괜찮아요. 글자만 읽을 줄 안다면 어디든지 갈 수 있죠. 굳이 지도가 없어도 괜찮아요. 도심 곳곳에 당신을 안내하기 위한 표지판이 있어요. 지명만 정확히 알고 있다면 누구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혼자 힘으로 찾아갈 수 있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세요. 대중을 위한 교통이야말로 도시의 꽃이지요. 대중의 수요에 맞춰 노선이 정해져있고 저렴한데다가 안전하기까지 하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기만 한다면 어느 누구도 당신을 막지는 않을 거예요.
도심을 여행하는데 음악이 빠지면 안 되죠. 비행기, 전철, 자동차,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음까지 막아주는 감미로운 음악을 듣고 싶다면 조약돌만한 작은 기계 하나를 들고 다니면 되지요.
혼자 음악을 들으며 걷고 있자면 이따금 먼 곳에 떨어진 소중한 이들이 생각나요. 그들을 꼭 만나야 하는 것은 아니니 정확한 위치는 상관없어요. 그저 안부가 궁금할 뿐이죠. 핸드폰을 꺼내서 문자를 보내요. 내 사정은 말하지 않아도 되죠. 잘 지내요? 이렇게 간단한 문자 하나면 되요. 갑자기 보낸 문자 메시지가 반갑다면 상대는 내게 답신을 하거나 전화를 하겠죠. 문자를 보냈는데 답신이 없어도 안타까워하지 말아요. 바쁘다는 건 좋은 거니까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렇죠?
계단을 오릅니다. 언젠가는 이 계단도 사람들은 불편해하겠죠. 누군가가 상상할 겁니다. 가만히 서있기만 하면 올라가는 계단. 에스컬레이터는 이미 있으니까 그건 아니겠죠. 신형이 나오면 구형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이치. 에스컬레이터보다 훨씬 더 편리하고 간단한 무엇인가가 나오겠죠. 인간은 기어이 발명하고 말겁니다. 도시에서 그런 건 일상다반사니까요.
계단의 끄트머리에 서서 세상을 내려다봅니다. 높은 곳에서 양손을 펼치고 있으면 마치 세상이 내 품에 들어온 것과도 같다는 망상을 하고 말아요. 이런 기분, 나쁘지만은 않죠.
누가 먼저 하늘에 닿는지 내기라도 하듯이 삐죽삐죽 솟아있는 빌딩숲 사이로 보이는 까만 길에는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자동차들이 지나다니고 있어요. 그 밑을 투시하면 지하철이 보이겠죠. 까마득히 높은 하늘에는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고요. 그리고 그 위를 상상하면 우주정거장과 우주선도 보이겠죠? 가끔은 인공위성이 스윽 움직이는 것도 구경할 수 있을 거예요. 이 모든 게 인간이 편리해지기 위한 것이죠.
해님이 빌딩숲 너머로 쑥 들어가면 사람들은 하늘의 별을 따다가 길거리에 장식해놔요. 그 불빛에 사람들은 마치 불나방처럼 몰려들죠. 사람들은 더 이상 밤을 무서워하지 않아요. 어느 누구도 빨리 집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고 거리를 서성여요. 그래서인지 도시의 밤은 아주 시끄러워요. 결코 쉽게 잠들지 않죠. 해님의 미소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사람들은 편리함을 위해 스스로 빛을 발명했어요.
참 놀라운 일이죠. 그런데 어느 누구도 그걸 놀라워하지 않아요. 아주 당연하다는 것처럼 이용합니다.
나는 이런 도시가 좋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도시의 삶이 좋다고 말하지 않아요. 많은 편리함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그것을 놀라워하거나 신기해하지 않아요. 그리고 고맙다고 생각하지도 않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소나무에 달려있는 솔방울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도시의 일부가 되었어요. 그래서 도시의 편리함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거죠.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간단해요. 누구에게도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면 되는 거죠.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당신은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갈 수 있어요. 나를 모른다면 그들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전혀 상관하지 않아요. 그건 도시의 특성이에요. 도시는 개인의 성향을 존중해주죠.
도시의 태엽을 돌리는 데 필요한 몇 가지 규칙만 지켜준다면 어느 누구도 당신의 삶에 관여하지 않아요. 심지어 당신이 만취하여 길바닥에 쓰러져 자고 있어도 사람들은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요. 오히려 그 편이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죠.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뻗어버린 사람들의 주머니를 뒤지기도 하거든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가 그렇죠. 특별한 목적이 없다면 전혀 모르는 타인과는 일부러 얽히려고 노력하지 않아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집을 나서지 않아도 되요.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되거든요.
아무하고도 대화하기 싫다면 개성 없는 닭장처럼 생긴 아파트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으면 되는 거죠.
정말로 당신이 그렇게 하더라도 사람들은 상관하지 않아요. 그게 진짜 도시의 매력이에요. 고독을 원할 때 진정으로 고독해질 수 있는 것이죠. 굳이 타인과 억지로 대화할 필요가 없어요. 같은 닭장에 살고 있는 다른 사람이 죽어도 슬퍼하지 않아도 되요. 당신은 그를 모르고, 그도 당신을 모르거든요. 서로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요. 당신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신경을 쓰면 되는 거죠.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흘릴 눈물을 준비하면 되는 겁니다.
도시는 편리한 곳이에요. 남을 신경 쓰지 않으면 되죠. 하지만 그것은 말이죠. 나도 남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칼날이 되어 부메랑처럼 돌아와요. 아파요. 관심은 사랑받기위해 있는 것인데 어째서 베인다는 느낌이 드는 것일까요.
#2 적막은 좋지만―
당신은 옥탑방이 좋은 이유를 알고 계시나요?
도시가 품고 있는 많은 공간 중에서 특히 옥탑방이라는 장소는 참으로 매력적인 공간이에요. 일단 옥상 전체가 모두 자신의 영역이라는 게 큰 장점이죠.
밖으로 나오면 계단을 내려가기까지의 모든 공간을 나의 색(色)으로 채울 수 있어서 참 좋아요. 하얀색 스티로폼 상자만 있으면 도시에 자신의 정원을 꾸미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랍니다. 큰 정성을 들일 필요도 없어요. 목이 마르다 싶으면 먼저 물을 마신 다음 남은 물을 스티로폼 화분에 뿌려주면 되죠. 가끔은 한 모금, 가끔은 한 방울, 가끔은 주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괜찮아요. 옥탑방의 공중정원에는 때때로 비가 쏟아지거든요.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천연 스프링클러지요.
방 안의 세상은 혼자 생활하기에는 넓지만 포근하고 아늑해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서 적막이 감도는 공간이죠. 사람들은 적막이 가져다주는 외로움에 얼굴을 잔뜩 찡그릴지도 몰라요. 나는 웃을 수 있어요. 그들과 달리 이런 적막을 좋아하거든요.
해님이 고층 건물 사이로 수줍은 자태를 숨기면 나는 어두운 방에서 빠져나와 다가오는 밤을 맞이해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밤이 들어온 입구를 빤히 쳐다봐요. 점차 자신의 영토를 넓혀가는 여왕님의 당당한 행보를 지켜보다보면 나는 어느 순간 아이로 변하죠. 아침 일찍 일터로 나간 엄마가 돌아오기를 홀로 기다리는 아이 말이에요. 어머니를 사랑하는 아이는, 그녀가 빨리 돌아오지 않아서 무척 지루해하죠. 그건 나도 마찬가지에요.
아직 별이 보이지 않아요. 사실 도시에서 별을 보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랍니다. 도시의 밤하늘을 장식하는 별들은 수줍음이 많아요. 사람들이 깨어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별이 등장하는 무대의 순서도 자꾸만 뒤로 늦춰져요.
도시의 생기가 어느 정도 죽으면 그제야 별님은 머리를 내밀어요. 반짝이는 두 눈으로 세상을 내려다보며 그녀들은 새까만 밤하늘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요. 그제야 나는 웃게 됩니다. 어느 사이에 싸해진 밤의 공기를 가슴으로 받아드리며 그녀들의 연극을 구경해요. 다행이에요. 아직 도시에서 별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만약 그녀들마저 없었다면 나는 아마 외로워서 미쳐버렸을지도 몰라요. 사람들의 밤은 무척 짧지만 도시의 밤은 묘하게 길거든요. 그 긴 시간을 의자에 앉아 홀로 보내고 있자면 반드시 누군가가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 기분이 듭니다.
적막은 좋지만 외로운 건 싫어요. 아무도 내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좋아요. 하지만 이 넓은 하늘 아래를 홀로 걸어가는 일은 사양하고 싶네요. 별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나를 보고서 어떤 사람들은 내가 너무 개인주의적이래요. 나는 딱히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긍정하지도 않아요. 그저 바라볼 뿐이죠. 도시는 그런 곳이니까요. 남의 생각을 굳이 뜯어 고칠 필요는 없어요. 일단 자기만 납득하면 살아가는 데에 아무런 문제도 없죠.
밤하늘의 별이 나에게 물어봐요. 누군가가 곁에 있기를 원하면서 왜 혼자 덩그러니 옥탑방 옥상을 지키고 있는지.
별이 내리는 밤. 한동안 내게로 내려오는 별빛을 쬐고 나서야 나는 그녀들의 물음에 생기가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해요.
별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새벽의 도시를 나는 좋아해요. 흔한 풀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을 나는 사랑해요. 누군가가 곁에 있으면 나는 아마 그 사람의 심장소리에 흠뻑 취해 이런 멋진 고요를 독차지하지 못했겠죠.
겉모습은 밋밋하고 내부 구조는 1층부터 20층까지 전혀 다를 것 없는 철창 감옥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 기분을 전혀 모를 거예요. 이건 오로지 옥탑방에서 살아야만 느낄 수 있는 거죠. 소유로써 자신을 드러내는 도시에서 하늘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비록 몇 시간이지만 독점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어제와는 또 다른 스케치북에 밤하늘의 멋진 풍경을 완성시키는 별들의 주목을 받는 다는 것. 모든 게 같은 빛깔인 도시에서 자신만이 특별해진 느낌이랄까요.
별들이 내게 속삭여요.
어서 함께해줄 사람을 찾으라고. 자신들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 매일 밤마다 무대의 서막이 올라가기를 기다리는 바보 같은 짓은 그만 하라고.
나는 낭랑한 목소리로 대답해요.
그런 슬픈 얘기는 하지 말아요. 밤하늘에 별이 없어지다니. 그런 풍경을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내 곁을 떠나지 말아요. 혼자는 너무 외롭고 둘은 너무 많아요. 그러니 우리 적정한 거리를 두기로 해요. 당신과 나처럼, 이렇게 하늘과 땅에서 서로를 바라보기만 해요.
내 제안이 달갑지 않은 것인지 별은 대답하지 않아요. 도시에서 별을 보는 것은 참 힘들어요. 어떤 날은 해님이 다시 기지개를 펼 때까지 기다려도 보이지 않아요.
때론 별빛이 너무 흐릿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별들은 도시를 떠나려는 것일까요. 이렇게 편리한 곳인데. 이렇게 혼자 살기 좋은 곳인데.
별이 없는 세상은 정말로 고독하겠죠. 하지만 도시에 사는 어느 누구도 그것을 걱정하지는 않아요.
나는 그게 때론 정말로 무서워요.
#3 길을 가다가―
길을 건너가다가 넘어졌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어요. 어떤 징조나 예고도 없었죠. 잠을 잘못 잔 것처럼 어깨가 뻐근하더니 이내 새파란 하늘이 위에서 작심이라도 한 것처럼 지상으로 내려와 나를 짓눌렀어요. 순간 다리가 없어진 줄 알았죠. 땅 밑으로 내려온 하늘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 몸은 오랜 세월 속에서 갖가지 풍파를 겪은 건물처럼 폭삭 무너졌어요.
머릿속에서는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요. 갑자기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귓속을 맴돌고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죠. 흐릿하던 시야가 잠깐 초점을 되찾았나 싶었더니 이내 눈앞이 노랗게 변해요. 현기증이라도 생긴 것일까요.
나를 향해서 벌떡 일어서려는 아스팔트를 밀어내려 뻗은 손이 앞으로 쓰러지는 몸을 겨우 지탱해줬어요. 해님의 뜨거운 입맞춤에 달궈진 열기가 손바닥을 통해서 올라와요. 나도 모르게 울컥 하고 말았어요. 올라온 것은 열기뿐만이 아니었어요.
나는 울음을 터트렸어요. 좋아하는 장난감을 잃어버린 아이의 울음이 아닌, 방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여인처럼 정말 서럽게 울었어요.
토해내는 울음의 폭포 사이로 들리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숨을 탁 막히게 만들어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갑자기 쓰러진 나를 보며 사람들은 자기들의 생각을 말해요. 행여나 내가 들을까봐 조심하면서도 갖가지 추측을 내뱉어요. 허공에 난무하는 단어들을 보고 있자니 현기증은 더욱 심해지려고 하죠.
내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정말로 거짓말 같아요. 인생은 한 치의 앞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말은 절대적으로 맞아요. 어떤 사람도 감히 삶을 예측할 수는 없지요. 어제, 아니 방금 전까지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한 가운데에서 쓰러질 거라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나는 정말로 넘어졌어요.
일어서려고 다리에 힘을 줘요. 그러다가 문득 깨달아요. 다리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요. 그제야 발목이 아프다고 울상을 지으며 정신을 붙잡고 흔들어요. 고통은 배가 되어 목젖을 타고 바깥으로 새어나오죠. 꽉 다문 이빨 사이로 오열과 함께 신음이 흘러나와요.
어느 누구도 내게 손을 내밀지 않아요. 괜찮은 거냐고 물어보는 사람조차 없어요. 네, 여기는 도시입니다. 자기와 관련이 없다면 전혀 상관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죠. 그들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어요.
여기는 횡단보도에요. 곧 신호가 바뀌겠죠. 자동차에 깔리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자력으로 일어서야만 해요.
발목의 통증을 참아내고 일어나기위해 노력해요. 쉽지 않아요. 자꾸만 다시 넘어지고 말아요. 그럴 때마다 손바닥에는 잘잘한 상처가 늘어나죠. 따가워요. 하지만 진짜 아픈 건 그게 아니에요. 발목의 통증도, 손바닥의 상처에서 전해지는 아픔도 괜찮아요. 정말로 아픈 건 그런 게 아니에요.
난 사람들의 관심이 아파요.
나는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요. 일어서자고 주문을 걸어요. 하지만 오늘 기분은 정말 최저에요. 평소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 아파요. 그것들은 마치 칼날이라도 된 것처럼 내 등을 푹푹 찔러요. 따끔한 통각이 눈물샘을 자극해요. 몸이 말을 잘 듣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귀가 따가워요. 경적이 울렸죠. 신호가 바뀌었어요. 내가 없는 곳으로는 차가 무섭게 질주해요. 코앞까지 다가온 차들은 어서 비키라는 말을 경적으로 대신해요. 고막이 찢어질 것처럼 괴로웠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일어섰어요. 그리고 횡단보도를 마저 건너요.
발목의 통증은 참아냈지만 여전히 집중되는 사람들의 관심은 버티지 못하겠어요. 아찔한 통각들의 사이로 이성이 빠져나가요. 나는 다시 털썩 주저앉아요. 발목 때문이 아니라 정신이 견디지 못한 것이죠. 몽롱한 상태에서 주변을 둘러봐요. 사람들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봐요. 도망치고 싶었지만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했어요.
눈물이 멈췄어요.
세상이 고요해졌어요. 내가 좋아하는 적막이 찾아온 것이죠. 울고 있던 나를 위로하려고 왔을까요? 고개를 들어요. 쫙쫙 갈라진 마음의 틈 사이로 산들바람처럼 부드러운 손길이 들어와요. 나는 멍하니 있다가 상처를 어루만지는 촉감에 취해 살포시 눈을 감아요.
도시의 리듬을 깨트린 나를 마치 죄인인양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할퀸 마음을 다독여주는 건 고독이었어요.
나 말고는 누구와도 상관이 없는 단어들이 상처를 짓누르는 동안 찾아온 고독은 나를 보듬고 함께 울어줬어요.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끔 무시할만한 그네들의 대화로부터 나를 지켜줘요.
왜 나를 괴롭히나요. 나는 당신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데. 왜 내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가지는 건가요. 평상시처럼 해줄 수는 없나요. 우리는 남이잖아요. 이건 반칙 아닌가요. 나는 당신들이 무엇을 하던 전혀 관심이 없는데. 왜 내가 아프니 그제야 나를 쳐다보는 거죠. 그러지 말아요. 갑작스레 다가오는 당신들의 관심은 너무도 따갑고 예리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게 상처를 줘요.
쉽게 선을 넘어오지 말아요. 도시에 살기 시작한 순간부터 우리는 그러지 않기로 약속하지 않았던가요? 비록 계약서는 없고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서로 알고 있었잖아요. 그런 정겨운 얘기는 동화 속에나 나오는 환상 같은 거라고 믿고 있잖아요. 제발 이러지 말아요. 갑자기 내게 관심을 갖지 말아줘요.
#4 어스름한 새벽녘이 다가오면―
꿈을 꾸었어요.
꿈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꿈이었어요. 그런 걸 루시드 드림(Lucid dream)이라고 하던가요. 비어있는 유리잔처럼 너머가 확실히 보이는 투명한. 흰 도화지를 채워가는 수채물감의 색채처럼 명료한 빛을 가진. 태초의 세상에나 있을 법한 밝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그런 꿈을 꾸었어요.
절대로 좋은 의미는 아니에요. 그만큼 깨어난 다음에도 선명히 기억되는 꿈을 경험했다는 뜻이니까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건 악몽이었어요. 다만 너무도 생생해서 처음에는 꿈이 아니라 현실인줄 알았죠.
나는 횡단보도를 걷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영문도 모르고 쓰러졌죠. 일어나려고 허둥지둥 서두르다가 다시 넘어져요. 발목이 부러진 거죠. 엄청 아팠어요. 네, 혼이 빠져나갈 정도로 아팠어요. 그래서 알게 되었죠. 그 통증은 이미 경험한 적이 있었으니까요.
이건 꿈이야. 분명 꿈이야. 한번 일어난 일이 반복될 리가 없잖아.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는 꿈에서 깨어날 줄 알았어요. 포장된 상자에 들어있는 생일선물이 무엇인지 미리 알아버리면 재미가 없잖아요.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던 설렘과 기대가 반감되는 것처럼 꿈도 시시해질 줄 알았어요. 하지만 꿈에서 깨어날 수가 없었어요. 나는 이게 내가 꾸는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어나지 못했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줄 뻔히 알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나는 죽고 싶지 않았죠. 사람들에게 관심 받는 것은 더더욱 싫었죠.
이를 악물고 발목을 물어뜯는 악질적인 개를 손으로 때어내고 일어섰어요. 이제 횡단보도를 건너가면 되요. 그렇게 생각한 순간 옆에서 큰 경적소리가 들렸습니다.
버스였어요.
반사적으로 나는 운전석을 쳐다봤어요. 기사는 없었죠. 아무도 운전을 하고 있지 않았지만 속도는 전혀 줄지 않았어요. 버스는 그대로 내 몸을 들이받았어요. 그리고 아무런 동요도 없이 지평선 끄트머리를 향해 질주했죠.
놀랍게도 충격은 없었어요. 발목이 부러진 통증은 느껴졌으면서도 차에 치인 감각은 없다니. 신기했어요. 줄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팔다리가 제멋대로 흔들리는 것을 눈으로 또렷이 보고 있었죠.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눈조차 깜박이지 않았어요.
몸은 횡단보도에서 몇 십 미터나 떨어진 곳에 떨어졌죠. 제어할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기세였어요. 마치 산사태를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데굴데굴 구르다가 겨우 몸이 멈췄어요. 고개를 움직일 수가 없었죠. 그건 온몸이 마찬가지였어요. 신경이 하나하나 끊어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 그게 죽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꿈인 것을 알기 때문에 성큼 다가온 죽음은 전혀 두렵지 않았어요. 오히려 저승사자라도 등장하면 정말로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로 설렜죠. 그러나 주변에는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어요. 나는 속으로 안타깝다고 생각했죠.
결론부터 말할까요.
그 기다림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심장의 박동이 점차 느려지는 것을 느끼면서 꾹 참고 끝까지 기다렸지만 흥미로운 어떤 것도 나타나지 않았죠. 작아지는 고동을 들으며 나는 마치 엄마의 자장가를 들으며 잠이 든 갓난아이처럼 얌전히 죽었어요.
말했죠?
나는 죽는 게 싫었다고. 그래서 꿈에서 깨어났어요. 볼에서 느껴지는 그리운 감촉에 손을 움직여 만져보니 물기가 있었죠. 꿈 때문에 울어버렸습니다. 죽는다는 게 그렇게도 싫었을까요. 그때 메말라버린 줄 알았는데 아니었죠. 나도 모르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다시는 이런 꿈을 꾸고 싶지 않아요.
창문 밖을 바라보니 어스름하게 새벽이 다가오고 있어요. 이미 깨어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정에 따라 벌써부터 집밖으로 나가고 있죠. 어느 누구도 일어난 다음에서야 할 일을 떠올리지는 않아요. 어제부터 생각하고 예정된 일을 해나가죠. 그래서 도시의 생활에는 낭비가 없답니다. 참으로 효율적이죠.
햇빛이 회색빛 건물을 조금씩 더듬으며 올라와요. 마음이 차분해지는 신비로움과 한편으로는 불쾌한 메스꺼움이 머릿속에서 공존했습니다. 기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았어요. 아름답다는 결코 단어를 떠올릴 수가 없었죠.
무엇이 싫은 것일까요. 차가운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해님이 싫은 것일까요, 나무처럼 양분을 만들 필요도 없으면서도 햇빛을 순순히 받아드리는 빌딩숲의 거북한 심정일까요.
도시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어요. 오늘은 하늘이 무척 맑네요. 오후의 도시는 숨이 막힐 정도로 뜨거울 겁니다. 이런 날에는 특별한 일이 있어도 밖으로 나가기가 싫어요. 하지만 도시에서 살아가려면 이것과도 같은 당연한 불편쯤은 감당할 줄 알아야 하지요.
아침의 푸르스름한 빛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요. 혼란스럽네요. 내 얼굴로 쏟아지는 햇빛은 나에게 거침없이 관계하는데도 전혀 거부감이 없어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달라요. 고독처럼 말없이 다가와서 상처를 보듬어주어요. 관심받기를 싫어하는 나를 위한 그것의 상냥함에 왈칵 눈물을 쏟을 것만 같습니다.
나는 괜찮아.
그렇게 속삭여줘요. 햇볕이 주는 따스함을 느끼며 나는 괜찮다고 흐느껴요.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소리죽여 흐느껴요.
#5 체온을 그리며―
해가 지려고 하네요.
빌딩숲들의 거대한 그림자들이 이쪽으로 밀려와요. 시간이 재깍재깍 흐를수록 각도가 조금씩 틀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울해져요. 해님과 겨우 친해졌는데 슬금슬금 밤이 다가와서는 낮의 흔적들을 지워버리는군요. 조금은 화가 나려고해요.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이렇게 푸념을 늘어뜨리며 창문 밖을 지켜보는 일 뿐이랍니다.
해님이 완전히 사라지면 밤의 여왕이 세상을 지배해요. 그녀는 주로 일을 권장하는 해님과 달리 강압적이에요. 사람들에게 쉴 것을 강요하거든요. 아무리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밤에는 꼭 잠을 자야해요. 그건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나는 밤에도 잠을 자지 않아요. 별을 봐야하거든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면 나는 슬퍼집니다.
요즘 밤에는 별이 보이지 않거든요. 드디어 도시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것일까요. 늦은 밤까지 기다려도 별은 나타나지 않고 제 색깔이 무엇인지 망각한 붉은 빛 하늘이 남색과 뒤섞여 우중충한 색을 퍼트리고 다녀요. 여왕님의 새로운 패션이라도 되는 걸까요.
…….
들렸나요? 내게는 들렸어요. 침묵이 귓가에 속삭이는 말에 집중하다보니 듣게 되었어요. 저번에 다친 이후로 퉁퉁 부어버린 발목을 이끌고 창문으로 다가가서 집 앞으로 난 골목길을 내려다봤죠. 골목길을 밝히는 주홍빛 가로등 아래로 서로의 손을 꼭 붙잡은 남녀 한 쌍이 지나가요. 무슨 대화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얼굴에서 가로등보다도 밝은 빛이 나오고 있네요.
가로등 밑에서 두 사람이 멈춰 서서 서로를 마주봐요. 연극의 주요한 대사를 읊조리는 배우들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네요.
남자는 오로지 단 한 사람의 관객을 위해 준비한 방백을 멋들어지게 늘어놓나봅니다. 비록 내게는 들리지 않지만 그의 바로 앞에 있는 여자의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었죠. 그는 진한 초콜릿보다도 달콤한 말로 여자의 마음을 녹이고 있었어요.
나도 모르게 두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어요. 방금 가슴까지 올라온 이 감정. 분명 나는 그들을 부러워했습니다. 저 두 사람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새삼스럽게 질투가 나네요.
가로등 밑에서 작별을 고하고 각자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 분명 혼자였을 텐데 나는 그들의 그림자에서 이어진 흔적을 발견했어요. 몸이 떨어져서 체온을 나눌 수 없는 대신 그들은 일종의 유대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몸을 눕히면 아마도 머리가 아닌 가슴에 남은 서로의 채취를 그리워하다 잠이 들겠죠.
그래요, 혼자라는 건 그런 것이죠.
고독은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멋진 삶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을 수 없다는 맹독이에요. 이것에 치료약은 없답니다. 다만 고독 때문에 생긴 외로움을 꼭꼭 씹어 삼켜야만 이겨낼 수가 있어요. 그것이 눈물로 나오지 않으면 가슴에 자꾸만 쌓여서 멍울이 되어버리거든요.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
어쩌면 그것은 불안하고 긴장되는 순간의 연속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언제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언제 상처 받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전부를 상대에게 내보이지 않는 것이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겉은 굳세고 강하지만 속은 여리고 약해요. 특히 관계에 대해서라면 한 치의 자비도 용납하지 않는답니다. 사람을 결코 깊게 사귀려고 하지 않죠. 만약 사귄다고 할지라도 조금이라도 자신이 상처를 받을 거 같다면 언제든지 그 사람과 이어진 인연의 끈을 자르려고 항상 날카로운 쇠붙이를 들고 다녀요. 그걸로 상처를 받기 전에 먼저 상처를 주는 거죠.
그래도 되냐고요? 물론이죠. 말하지 않았던가요? 도시는 그런 곳이라고. 인연이라는 건 애초에 관심을 받기 위한 것이잖아요. 내가 남에게 주는 관심은 때론 칼날이 달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답니다. 그러니 조심해야하는 거죠.
아, 또 누군가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요. 이번에는 창문을 열고 바깥으로 고개를 살짝 내밀어서 지켜봐요. 아까 봤던 연인들이 뜨거운 불과 같았다면 이번에 지나가는 연인들은 차가운 얼음 같네요. 싸우기라도 한 것일까요. 두 사람은 조금 떨어져서 걸어요. 그 사이에는 말로 채울 수 없는 침묵의 벽이 따라서 움직이고 있고요. 가로등 밑을 지나서 계속 나아가다가 남자가 갑자기 걸음을 멈춰요. 머뭇거리면서도 그는 그녀 쪽으로 손을 내미네요. 신사답게 먼저 화해를 청하는 것이었죠. 여자는 잠시 고민하다가 딴청을 피우면서 그의 손을 꼭 붙잡아요. 다시는 떨어지기 싫다는 것처럼.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빙긋 웃어요.
저 멀리 사라지는 연인을 보며 나는 부르르 몸을 떨었습니다. 창문을 열었더니 찬바람이 들어오는군요. 창문을 닫고 속으로 웃어봅니다. 사실 바람은 불지 않았어요. 철저하게 혼자라는 생각을 한 내 자신에게 소스라칠 정도로 놀랐을 뿐이죠.
하아― 따뜻한 체온이 그립다는 생각을 해요. 도시에 혼자 너무 오랫동안 있었던 것일까요.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망상이었을까요.
편리함이 좋았습니다.
누군가와도 일부러 얽히지 않아도 홀로 살아갈 수 있는 도시의 작은 기능들이 나를 사람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잘못 알았던 것일까요. 관계하지 않는 이상 나는 시계를 구성하는 작은 태엽장치가 될 수가 없었어요. 오히려 도시에서 사라져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외지인과도 다를 바가 없었죠. 나는 도시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도시에서 소외당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적막이 좋았습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비로소 홀로 있을 수 있는 적막이 좋아서 도시의 옥탑방에서 별을 벗 삼아 지냈습니다. 그래서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군요. 그 순간에도 나는 철저하게 혼자였습니다. 별은 내게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혼자 말하고, 바람에 되돌아온 질문에 홀로 답했을 뿐이었습니다.
관심이 싫었습니다.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싫어요. 상처를 받는 것도, 상처를 주는 것도 싫었어요. 평소에 무관심한 태도로 날 지켜보는 게 좋았어요. 내게 무슨 일이 있고나서야 집중되는 따가운 시선은 정말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로 싫었어요. 그런데 이제 알았어요. 처음부터, 차라리 처음부터 내게 관심을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정말로 그랬다면 나는 무관심을 싫어할 수 있었을 텐데.
꿈이 싫었습니다.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던 그 공간이 싫었어요. 발목이 부러진 통증보다도 마음에 새겨진 상처의 틈이 다시 벌어지는 아픔이 더욱 컸으니까요. 어느 누구도 나를 지켜봐주지 않았어요. 꿈속의 나는 혼자였죠. 그래서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홀로 쓸쓸하게 죽기 싫어서. 고독이 찾아와서 나를 위로해줬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어요. 나를 위로해준 것은 해님이었죠. 그 따스한 온기가 발목을 다친 그날 생긴 상처의 틈을 어루만져줬어요. 나는 그것을 외면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다는 자신을 애써 무시하기위해.
네, 정말로 도시에 너무 오랫동안 홀로 있었나 봅니다. 이제는 그것에 지치려고 해요. 그래요, 나는 도시에서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도 더 싫어요.
― 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