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연필과 연인이 닿아

오랜만에 칼을 찾아서 연필을 사각사각 깎았다.

가지고 있던 종이 중에서도 가장 좋은 종이를 꺼내

그림의 밑바탕을 그리다가

선이 너무 지저분해서 지우개를 찾았다.

책상 위에 없는 지우개를 찾다가 서랍 하나를 열고, 두 개를 열고, 세 개를 열고, 네 개를 열어도

지우개는 어디로 갔는지 결코 찾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야 어머니께 여쭤보니

지우개가 너무 작고 더러워서 청소하다가 쓰레기와 같이 버리셨다고 하셨다.


늘 찾을 수 있던 자리에서 날 기다리던 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면,

그건 내 무관심으로 인해 나를 떠나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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