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얇은 푸른색 종이. 편지지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도 넓은 종이.
깔끔하지않고, 아무렇게나 막 휘갈겨 쓴 듯한 글씨체가 그녀의 감정을 말해준다.
오랜 생각을 했구나. 글을 쓰는 동안에만 생각해놓은 짜깁기가 아니라, 정말로 오랫동안 생각해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말이구나.

그녀가 편지로 말한다.



나는 그대를 사랑하고 있다ㅡ 믿었다

내 마음의 반쪽을 가져간 것이 그대이기에,
나는 그대를 잊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나만의 착각.

내 반쪽은 온전히 남아있었고, 그대라는 이름의 새까만 커튼에 가려져 방치되고 말았다.
오늘 나는 그대에게 이 편지를 쓴다.

"나는 그대를 잊었노라" 라고,

어둠 속에서 쓸쓸하게 울고 있었던 온전한 내 반쪽.
그래. 이제 나는 '나'를 온전히 사랑할 것이다.



편지를 다 읽고, 나는 그것을 곱게 접어서 서랍에 넣어뒀다.

그리고 허공에 대고 말한다.


너의 그 반쪽,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동안에 내게 머물다가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간 거야.

그런데 혹시 너는 내 반쪽이 어디로 간 지 알고 있니?
집을 나가 녀석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아. 내 반쪽은 여전히 텅 비어있어. 거기에는 네 온기만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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