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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파란 - 제19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147
유지현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평점 :
세상은 젊은 사람들에게 뭐든 할 수 있는 나이라고 말한다. 정작 책 속 주인공 19살 모파는 ’온 세상이 무조건 나를 받아 주지는 않는다’(p.18)고 생각한다. 책의 제목 『파란 파란』의 파란은 1. 잔물결과 큰 물결 2. 순탄하지 아니하고 어수선하게 계속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나 시련 3. 문장의 기복이나 변화. 또는 두드러지게 뛰어난 부분이라는 뜻을 가진다. 여기에 색으로서의 파란색도 있다. 맑은 가을 하늘과 같이 밝고 선명한 푸른색. 『파란 파란』은 제목이 이 모든 이야기를 설명한다.
『파란 파란』의 작품의 배경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류가 둘로 나뉜 SF 세계관이다. 일부는 높은 산 정상으로, 일부는 바다 깊은 곳에 도시를 짓고 정착한다. 심해 도시 청운시에 사는 모파는 심해 수영부 선수로, 물갈퀴, 아가미, 비늘을 가진 신인류다. 모파는 작중에서 유독 더 많이 진화된 인간인데 그로 인해 심해수영이라는 스포츠에 유리했고, 인생의 대부분을 심해 수영에 할애했다. 어쩌면 모파는 살기 위해 선택할 수 없었던 조건으로 인해 삶이 결정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모파의 안정적인 일상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기록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부상을 당했고, 자신을 비난하는 정체불명의 계정까지 등장한다. 평생을 바쳤고 좋은 성적을 내던 일이 더 이상 잘되지 않는다는 감각과 이걸 쉽게 놓지 못하는 압박은 모파를 더욱더 불안하게 만든다. 이것은 모파에게 시련이자 혼란이다. 마치 파도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계속해서 모파에게 달려드는 꼴이다.
이런 흔들림은 인간관계에서도 발생한다. 늘 1위를 차지하는 친구에 대한 존경심과 질투,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수상함, 자신과 너무 다른 새로운 친구. 모파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관계에 대해 감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갑작스레 크게 요동치고 일렁이는 것을 느낀다.
모파가 사는 심해에는 우리가 아는 파도가 없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흐름은 존재한다. 모파의 삶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고요해 보였지만, 그 안에서 끊임없이 무언가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심해 수영이 인상적이다. 한 방향으로 도는 강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 꼭대기에 도달한 후 다시 반대편으로 내려오는 스포츠다. 심해 수영의 레인에는 ‘레인의 눈’이 존재한다. 안이 텅 비어 보이는 고요한 공간 같지만, 물의 덩어리가 있어 방심하면 그 안으로 끌려 들어간다. 심해수 영이라는 스포츠는 마치 모파가 삶을 감각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다에 떠 있으면 얕던 크던 파도는 불규칙적으로 떠밀려온다. 우리는 그 파도를 피할 수 없고 그렇기에 그 파도를 자연스럽게 보내주거나 탈 줄 알아야 한다. 『파란 파란』은 모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그 사실을 건네준다. 파란은 시련이기도 하지만 변화이기도 하다. 삶 자체가 파란인 것이다. 청소년기의 널뛰는 감정과 혼란스러운 상태를 재밌는 상상력과 다정한 시선으로 써 내려간 『파란 파란』을 만나보길 바란다.
도전에는 마땅한 때가 없다. 인생의 불투명함에 억울한 사람들에게 파란 파란을 두 팔 벌려 맞이하는 용기가 생기길 응원하며 이 책을 추천한다.

#파란파란 #유지현 #텍스트Z #창비청소년문학상
우리 엄마는 나에게 뭐든지 선택할 수 있는 나이라고 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정작 열아홉이 된 애들은 성년이 다가온다는 것만으로 조바심을 내고, 그 와중에 무엇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몰라 안달복달이었다. 하고 싶은 일에는 재능이 부족해서 문제,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문제였다. 온 세상이 무조건 나를 받아 주지는 않는다는 걸 깨닫는 시기였다, 열아홉은. - P17
가치관이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살아가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상에 있는 것들을 공부하면서 자라고, 친구들과 부딪히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고. 그때든 지금이든 사람은 자기 앞가림하느라 바쁘게 사는 존재인 것인 것 같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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