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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순원 지음 / 뿔(웅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받자 마자 단숨에 읽어 내려간다.
가슴에 뭉클해지는 그 무언가가 있다.
나의 고향에서 한 여름 땀을 흘리시는 부모님께서는 산허리, 산마루에
빽빽하게 밤나무를 심어 가꾸고 계신다.
단순히 밤나무 이야기만은 아닐진데 왜 이리 할아버지와 손자 밤나무가
나누는 대화가 가슴 깊이 후벼비비고 들어앉았을까?
고진감래라 하였는가? 어린 마음에 꼭 틀어쥐고 던져버리고 싶지 않았던
첫 열매들, 그러나 그 열매들이 뜻하는 의미를 할아버지를 통해 알게 되고,
태풍을 견디며 따사로운 가을 햇볓을 맞으며 점차 무거운 열매들을 내려놓을
준비를 하는 어린 밤나무의 모습이 자꾸 내 지금의 모습을 투영케 하는 거울
같은 느낌이었다.
밤꽃의 냄새를 맡아 보지 못한 이들은 그 향기와 밤나무들의 살내음을
알지 못할 것이다.
겨울을 준비하는 요즈음, 다시금 한해를 정리하며 어린 밤나무가 한해 한해
나이를 먹어가며 세상을 바라보는 높이와 정서가 달라지는 모습을 교훈으로
삼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삼대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마련하고픈 마음은 간절하지만,
가까이서 삶의 교훈을 나의 아이에게 전해줄 부모님을 곁에서 뫼시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정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책의 교훈, 욕심을 버리라 자연은 욕심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