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결단의 시간들
반기문 지음, 박상은 옮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재단 감수 / 김영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자서전이다. 원래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영문으로 나온 책인데, 거기에 아주 짧게 5부를 추가하여 자신의 정계 진출 과정에서의 회한을 고백하며 한국어판으로 냈다.

    1전란 속에 자란 아이, 평화를 꿈꾸다: 외교관 인생의 토대에서는 자신이 1944년 충청북도 음성에서 태어나 6.25전쟁을 겪으면서 처음으로 유엔군을 만났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사용했던 교과서에 이 책은 유엔한국재건단(UNKRA)과 유네스코의 원조로 인쇄되었슴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고, 이것이 그가 유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하게 된 계기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 환상은 점차 현실로 변한다. 충주고등학교 시절에 전국의 각 도에서 한 명씩 영어 잘하는 학생들을 뽑아 미국에 연수를 보내주는 적십자사의 프로그램 덕분에 미국을 갔고, 생전의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미국 여행은 반기문에게 평생의 반려자인 아내를 만나는 동기가 되었다. 당시 고등학생이 미국에 간다는 것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시기였는데, 이 때 충주여고 학생회장 유순택으로부터 잘 다녀오라며 복주머니를 선물로 받는 것이다. 반기문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 입학한 후 ROTC 도중 현역병으로 입대하여 복무를 마치고,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교부 여권과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다. 사회 초년병 때 국회의원 한 분이 자기 동료의원의 딸과 결혼하면 출세가 보장된다면서 선을 보라고 하였지만, 그는 교제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로 그 청을 거절한다. 이 일화 하나만으로도 그가 올곧은 성격의 소유자임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외무부에서는 최규하(전 대통령), 노신영(전 국무총리) , 쟁쟁한 선배들로부터 업무를 배우며 1991년의 남북한 유엔동시가입 등, 굵직한 외교 현안을 직접 맞닥뜨리게 된다.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는 외교부 차관으로 일했고, 2003년에 노무현 대통령 때는 외교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그 후 한승수 유엔의장의 보좌관으로 활동하다가 드디어 200612월 유엔사무총장으로 선출되기에 이른다.

    2평화와 안보: 갈등, 재난, 그리고 국제 정치’ 3인권과 개발: 인류의 지구에 대한 지원’, 그리고 4우리의 미래: 유엔과 세계의 전진이 이 책의 본론이며 대부분의 내용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는 전 세계의 재난현장을 찾아다니면서 그가 펼친 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예전에 정치권에서 반기문은 뱀장어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데 명수다라는 비아냥거림이 있었는데, 이 책 특히 2~ 4부를 읽어본 독자라면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얼마나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서 재난현장에 과감히 몸을 던지는지가 아주 자세히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경호팀의 줄기찬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분쟁지역을 방문하였을 때는 바로 옆에서 로켓포탄 4발이 터져서 입 안 가득 흙먼지가 들어 온 적도 있었고, 이 때 포탄의 백린가스를 마신 일로 인하여 그 후 5년 동안 치료를 받기도 하였다. 2009116일에는 단 하루 만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시리아, 레바논을 방문하면서 4개국의 정상들과 연쇄회담을 가진 일도 있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는 테러집단의 저격 위협에도 두려움 없이 현장을 방문하여 지도자들과 회담을 하기도 하였다.

    20101월 아이티에서 진도 7.0의 지진으로 전 국민의 30%가 죽거나 다치고 그곳에 파견 나가 있던 유엔 직원 102명이 죽은 현장을 방문하여 망연자실한 채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는 인간적인 면모가 물씬 풍겨나기도 한다.

    이와 같이 10년 이상을 지구촌 곳곳의 재난 현장을 몸을 사리지 않고 누빈 덕분에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반기문을 가장 존경스러운 인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20086월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에서 오바마 대통령, 사르코지 대통령, 캐머런 총리, 메르켈 총리,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 아베 총리 등, 전 세계 지도자 10인을 대상으로 최고의 지도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보는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세계 각국에서 2만 여명이 참가한 이 조사에서 반기문 총장이 당당히 35%의 지지율로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다음은 그가 2016년 유엔 사무총장직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가졌던 각오의 한 단면이다.

      남북이 분단된 것만 해도 서러운데 국내에서 벌어지는 사분오열의 남남갈등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지역, 이념, 세대로 분열된 한국정치를 혁신시키는 데 앞장서고 하나로 통합된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국민이 뭉쳐서 전진하면 그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국력을 기를 수 있다고 확신했다. 10년간의 유엔 사무총장 경험을 대한민국 발전에 접목시켜야 하고, 그것이 나에 대한 국민의 바람이요, 시대가 요청하는 지도자의 역할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고 있었다.(p642)

    하긴 필요한 사람이 적재적소에 그리고 적기에 투입된다면 전 세계에서 1등을 하지 못할 나라가 어디 있을까 싶기도 하다. 제대로 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내치는 것도 다 대한민국의 숙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