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와 처벌 - 감옥의 탄생, 번역개정 2판 나남신서 1857
미셸 푸코 지음, 오생근 옮김 / 나남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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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훌륭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신체형, 처벌, 규율, 감옥의 4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설명의 대부분을 판옵티콘(Panopticon)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판옵티콘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1748 ~ 1832)은 소수의 감독자가 자신은 노출시키지 않은 채 모든 수용자를 감시할 수 있는 형태의 감옥을 제안하면서,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는 말의 opticon을 합성하여 1791년 처음 이 말을 창안했다. 중앙에 높은 하나의 감시탑과 그 주변 둘레에 여러 방을 둔 건물구조로, 건물 안에서 진행되는 모든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이 감옥의 장점을 묘사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중앙 높은 곳에 위치한 감시탑은 조명을 어둡게 하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주변 수용자의 방은 밝게 만든다. 그러면 이러한 구조를 통해 감독자는 수용된 다수의 모든 사람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으며, 수용자는 감독자의 부재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독자가 없는 경우에도 똑같은 감시효과를 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죄수들은 자신들이 늘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고, 결국은 스스로가 규율과 감시를 내면화해서 자기 자신을 감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공리주의자인 벤담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비용 및 감시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판옵티콘을 이상적인 사회의 축소판으로 인식했다고 보이는데, 그런 면에서는 미셸 푸코도 같은 생각을 갖지 않았나 싶다. 왜냐하면, 그의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판옵티콘이라는 용어가 계속 등장하며, 책을 읽다 보면 그 단어에 따라 책이 전개된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이기 때문이다.

책은 제1신체형에서지난 200여 년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신체형(단두대 처형, 사지 절단, 낙인, 채찍질 등)이 소멸되었으며 대신 정신적 형벌이 등장하게 되었는가를 살핀다.

유럽에서는 1769년 러시아를 시작으로 하여 1810년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신체형이 점차 자취를 감춘 것으로 기록되었다. 과거 범죄자들의 육체를 재판하던 재판관들은 이제는 범죄자들의 정신을 재판하기 시작하였다. , 폭력이나 살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환각인가? 우발적 사건인가? 착란인가? 본능인가? 무의식인가? 환경인가? 유전인가? 그것을 교정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가 더욱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 것이다.(pp53 ~ 55)

 

2처벌에서는 수많은 감옥의 교정제도를 미국의 글로스터 감화원, 필라델피아 감옥, 월넛스트리트 감옥 등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1779년 미국의 독립으로 죄수 유배가 어려워지자 형벌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일반원칙으로 정신과 품행의 변화를 목적으로 한 징역이 시민법의 구조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 법안의 서두는 일벌백계의 정신, 개심의 수단, 직업훈련의 필요성 등, 3가지 기능으로 개인의 수감을 설명하고 있다. , 고립된 감금과 규칙적인 노동, 종교 교육의 강화를 감수하게 된 범죄자들의 존재는 그들을 모방하려는 자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고치고 노동의 습관을 붙이도록 할 것이다.(pp233 ~ 234)

 

3규율에서는 판옵티콘의 유용성을 여러 번 반복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판옵티콘의 건축양식이 많은 그림과 함께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판옵티콘이라는 개념이 교도소뿐만이 아니라 병원, 수도원, 군대 막사, 학교 등등의 건축물이 오늘날에도 광범위하게 차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33판옵티콘 권력에는 판옵티콘의 장점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밴덤의 판옵티콘 원리는 잘 알려져 있다. 주위는 원형의 건물로 둘러싸여 있고, 중앙에는 탑이 하나 있다. 탑에는 원형건물의 안쪽으로 향해 있는 여러 개의 큰 창문들이 뚫려 있다. 주위의 건물은 개체들로 나뉘어져 있고, 개체 하나하나는 앞면에서부터 뒷면까지 내부의 공간을 모두 차지한다. 독방에는 두 개의 창문이 있는데, 하나는 안쪽을 향하여 탑의 정면에 대응하는 위치에 있고, 다른 하나는 바깥쪽에 면해 있어서 이를 통하여 빛이 독방에 구석구석 스며들어 갈 수 있다. 따라서 중앙의 탑 속에는 감시인을 한 명 배치하고, 모든 독방 안에는 광인이나 병자, 죄수, 노동자, 학생 등 누구든지 한 사람씩 감금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역광선의 효과를 이용하여 주위 건물의 독방 안에 있는 수감자의 윤곽이 정확하게 빛 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탑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pp366 ~ 367)

 

4감옥에서 저자는 구금이 재범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수감자들의 가족을 극빈층으로 몰아넣음으로 해서 간접적으로 범죄자를 길러낸다고 주장하면서, 감옥형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이다. 그러면서 여러 학자들의 말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이 책의 결론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구금은 개인의 태도 변화를 본질적 기능으로 삼아야 한다.

수감자들은 그들이 범한 행위에 합당한 형벌에 따라 그들의 나이, 기질, 교정기술, 변화 단계에 따라 격리되거나 분류되어야 한다.

수감자들이 개선되건 다시 타락하건, 그들의 수감생활 결과에 따라 형벌의 형기가 조절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은 수감자들의 변화와 점진적 사회화를 낳는 근본적 부분들 가운데 하나여야 한다.

공권력의 입장에서 볼 때, 수감자 교육은 사회의 이익에 꼭 필요한 예방조치이면서 동시에 수감자에 대한 의무이다.

감옥의 체제는 수감자의 인간교육에 유념하고, 정신적, 기술적 역량을 지닌 전문요원이 책임지고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수감자가 감옥에서 풀려난 뒤에도 그를 감시해야 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그에게 지원과 도움을 주어야 한다.

 

큰 판형에 550쪽에 달하는 책으로 결코 쉽지 않지만, 끈기를 갖고 읽으면 지식함양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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