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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평점 :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사랑'이란 단어가 못 미더운 당신에게
사랑이야 믿지만, 그렇다.
사랑의 철학자라는 사람이, 철학을 이야기하는데 사랑 이야기가 좀 너무 많이 나오는 거 같고, 사랑하자고, 건강하게 사랑하는 법 같은 걸 이야기하면 뭔가 믿음이 안 간다.
그렇잖은가.
사랑은 내가 느끼기론 격식없이 쓰이는 비이성적인 단어인데, 체계적인 논리를 따져야 하는 철학에서 대뜸 사랑을 이야기하면 좀 종교도 아니고, 신뢰가 안 간다는 느낌이 든다.
애초에 교과서에 분량 몇 줄 없는 에리히 프롬에게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사랑의 기술'이라는, 뭔가 쉬워보이고 남이 날 사랑하게 만드는 법 같은 거 가르쳐줄 거 같은 유명한 책 제목 때문 아닌가.
일단 난 그랬다.
물론 생각하면서도 그게 편견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내 편견은 그냥 서론에서부터 끝났다.
서론에서 프롬의 반전의식과 파괴성의 근원에 관한 고찰을 엿보며 나는 진짜 내가 사람을 단단히 잘못 보고 있었구나, 라고 느꼈다. 당연함. 세계적으로 유명한 철학자임.
진짜 서론을 읽으면서 와 대박, 그동안 얄팍하게 생각한 게 미안할 정도로 너무 멋진 사람이었잖아, 라고 생각했다.
서론을 읽으며 나 자신의 마음가짐을 반성 및 재정비하고, 본문은 제대로 읽으려 노력했다.
"파괴성은 살지 못한 삶의 결과다."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서론 중 p.13
진짜... 명언 끝내주죠....
사실 저자 소개만 읽어봐도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잘 알 수 있다.
저명한 학자들의 통찰을 읽어보면 참 신기하다.
학자마다 현상을 풀이하는 방식도 그 근거도 각자 다르지만, 결국 나오는 결론은 비슷하다는 점이 바로 그렇다.
자기 것에 공감하는 것보다 편승하는 것이 더 편하니까 점점 물질에 의존하는 자본주의 인간들과 창조적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 (예전에 읽었던 책 '모방과 창조'의 내용이 생각남)
또 이 분 굳이 따지자면 성선설이신 거 같은데, 사실 인간의 본성이 '선'이라고 하면 거부감이 들지만(내가 그런 거랑 안 맞아서), 인간은 '삶을 향한 사랑'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하고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여 훨씬 납득이 쉬웠다. 삶을 향한 사랑은 일단 태어날 때는 다 가질 법하다 정말.
그래서 삶을 향한 사랑이 없다면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고, 사랑하는 것 같아도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하는 점도 이해가 갔다.
사실 굳이 따지자면 식상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말하는데, 프롬 본인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식상한 이야기들이 어떻게 도출되는지 체계적으로 전개하고 있고, 애초에 이를 이야기하는 목적이 아는 이야기 굳이 다시 이야기하며 사람들이 그것들을 의식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라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물론 읽다보니 내 생각과는 다른 부분도 좀 있는데...
저명한 사람의 모든 말이 옳을 수는 없고, 애초에 성선설의 사고방식과 나 자신이 잘 안 맞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 그럭저럭 넘겼다.
(이건 진짜 여담인데 일반화 맞는데 성선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좀 낙관적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몇 세대만 지나면 미국의 인종차별은 완전히 철폐될 것이고, 역전된 형태의 새로운 차별은 존재하지만 그것을 빼면 성차별 역시 확실히 철폐되었다는 구절이 있는데... 그 말을 듣고 이 분 생몰년도 및 생애사를 좀 뒤져봤는데 1900년대다. 흠 일단 2020년대의 내가 보기에는 아직 까맣게 멀었음)
하여튼 결론은 요즘 같은 때에 읽기 좋은 철학자 같다.
요즘이라 함은 대충 러시아 이야기 맞다.
읽고나서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일단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흥미롭게 전개되어 있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