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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 시베리아 숲의 호랑이, 꼬리와 나눈 생명과 우정의 이야기
박수용 지음 / 김영사 / 2021년 12월
평점 :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
호랑이 해의 첫 책으로 호랑이 책을 읽는 것은 어떨까요?
광고는 아니고... 아니 맞지만... 그냥 책 읽다가 문득 생각 나서 말해봤다.
(난 이미 다른 거 읽어서... 새해 첫 책 이 책으로 읽을걸 그랬나 후회함...)
이 책은 자연 다큐멘터리스트이자 자연문학가인 박수용이 시베리아 숲의 늙은 왕대(일짱) 호랑이인 꼬리를 관찰한 실화를 다룬 논픽션 문학이다. 나 또한 저자를 따라 꼬리의 자취를 쫓는 느낌이 들어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시베리아 숲 생태 및 호랑이에 관한 지식과 해당 지역 원주민(우데게) 설화 등도 알 수 있어 더 흥미로웠다.
책에서 등장하는 작명이 원주민 언어와 연관이 된 경우가 많아 굉장히 간지났다.
그리고 읽어보면 알겠지만, 묘사가 굉장히 유려하다.
아름다운 묘사로 숲의 모습을 생생하게 옮겨놓아 텍스트로도 충분히 숲의 정경이 상상 가능할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논픽션 장르가 문학으로 치부되지 않는 편인데 세계적 지위가 높아진 만큼 국내에서도 문학으로서의 논픽션 장르가 많이 논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자 소개를 보면 호랑이를 향한 저자의 찐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그 사이에 책에 등장한 장소와 호랑이에 관한 사진이 있었다.
나뉘는 기준은 스포일러니까 비밀에 부치겠다.
논픽션에 웬 스포일러냐 하겠지만, 문학이고, 매끄러운 줄거리 및 전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대단한 비밀은 아니고 책 몇 페이지 읽다보면 바로 알아차리겠지만요.
맞다, 그리고 책 만듦새가 되게 좋다고 생각했다.
뒷표지에 발자국 사진을 배치한 것도 센스 있지만, 책 오른쪽 아래에 그 책을 파라락 하면 호랑이가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그림(정식 명칭 플립북)을 배치한 디테일에 감동했다. 호랑이... 멋져.
아래는 스포일러를 포함한 개인적인 감상.
동물들이 염분을 섭취하기 위해 소금기 있는 땅을 핥으러 온다거나, 철마다 잡기 좋은 사냥감이 따로 있다는 등의 사실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다.
왜 주인공이 다른 호랑이가 아닌 '꼬리'일까?
난 그것을 책을 읽으며 찾을 수 있었는데, 내가 찾은 대답은 바로 꼬리는 늙었지만(약해졌지만) 동시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성기의 왕대는 변두리로 밀려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숲의 변두리, 인간과 부딪힐 일이 없다.
반면에 살아남지 못할 정도로 약하다면 그냥 시체로 발견될 것이다.
그러나 꼬리는 비록 전성기가 지나 늙고 약해졌지만 자신에게 남은 것으로 끈질기게 '살아가고' 있다.
그 사실은 마주칠 일 없는 전성기 호랑이에 비해 인간(저자)이 포착하기 비교적 쉽다는 뜻도 되지만, 늙다가 결국은 죽음이라는 종착역에 도달할 숙명을 가진 같은 생물로서 느낄 점이 많다는 뜻도 된다.
책장을 넘기며 그런 꼬리가 인간에게 잡혀 죽지 않고 자연에서 죽음을 맞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다.
(그래서 돈을 요구하는 인간들이 야속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 인간의 귀중한 재화인 돈이 정말 아까웠다... 그래도 다행이야...)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에필로그는 글 중간중간에 삽입된 글씨체가 다른, 저자가 팩트를 가지고 재구성해본 상황 재현 묘사와 같은 종류로 보였다. 분량이 많아서 에필로그로 배치한 걸까? 그러나 글 중간중간에 삽입된 그 묘사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여서, 왜 굳이 '에필로그'로써 넣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그게 없는 편이 더 깔끔했을 것 같다. 그 묘사의 퀄리티와 별개로 그렇게 엄청 중요한 사건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본편 엔딩으로 딱 끝내는 게 여운도 느낄 수 있고 더 좋지 않을까 싶었다.
꼬리의 이야기,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다.
새해 첫 책으로 추천하고 다녀야지ㅎㅎ.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