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2 - 문명의 기둥 ㅣ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2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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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띠지에 적힌 문구를 보고 찔린 거 맞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에 읽어야 할 책은 너무 많아요.

그래서 이 책을 고른 거 맞기 때문에 문구를 보고 더 찔렸다.

이번 기회에 『사피엔스』라는 유명하지만 보기만 해도 어려워보이는 책을 대충 핵심 내용만 홀랑 빼먹어보자는 속셈이었는데.

근데 좀 잘못 생각한 거 같다.

이거 읽으니까 원작 『사피엔스』는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무슨 내용이 어떻게 정리되어 있는지 너무 궁금해졌다.

아니 약간 상술 아님?

원작은 이거보다 재미없을 게 뻔한데, 이게 술술 넘어가고 재밌으니까 원작도 뭔가 읽을 수 있을 거 같은 자신감이 들고 그래서 읽어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든다....

근데 되게 만족스러운게, 이거 제대로 만화책이다.

솔직히 만화래봤자 내용이 사피엔스인데... 하고 정말 기대를 하나도 안 했다. (원작 비하 발언은 아님 그냥 현실이 그렇잖아요)

그런데 맛깔나게 각색을 되게 잘한 거 같다.

물론 극상의 재미! 최고의 재미!를 찾으려면 그냥 정말 재미를 위한 만화 찾으러 가셔야 하고....

구성이 센스가 있는 것 같다.

처음 농업혁명의 시작을 파우스트에 빗대어 표현한 것도 그렇고, 스칼렛 오하라양이 당시의 가치관을 설명해주는 것도 그렇고.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식으로 그려놓은 저 위의 사진 같은 연출도 그렇고.

이 책 뒷표지의 문구처럼 박진감 넘치는! 적재적소 화려한! 같이 호들갑을 떨고 싶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재치 있었다.

 

아무튼 사피엔스의 내용을 찍먹해보고 느낀 점은 생각보다 인류 역사에 관한 저자의 입장이 비관적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비관적'이 적확한 표현은 아닌 거 같지만, 적절한 표현을 찾기 힘들어서 일단은.

당장의 순간순간의 최선이 모여서 거시적으로 인간은 스스로 족쇄에 묶이고 악순환의 고리에 갇혔다는 표현을 보고는 인간사의 흐름을 그렇게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당황스럽고 새로웠다.

확실한 것은 인류의 역사는 '발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니 물론 나도 이론적으로야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니까 정말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고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었구나 싶었다.

인류사를 보는 저자의 관점이 상당히 날카롭다고 느꼈다.

후반부 이야기는 허구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많은 학자들에게서 익히 들어온 이야기를 여러 장에서 강조하고 있었다. 그만큼 중요한 이야기기 때문에 나도 공감하며 읽었다.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가 생각나는 부분이었다.

요는 간단하게 절대적인 진리로 보이는 것도 그렇지 않고, 모든 것이 인간이 상상한 허구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

거기에서 또 놀란 지점이, 책 전체적으로 비판적이길래 쭉 그런 논조로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모든 것은 인간이 상상한 허구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그것을 위해 학자들은 끊임없이 그것이 허구임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

허구이기 때문에, 우리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바꿀 수 있고, 학자들이 허구임을 지적하는 것도 긍정적인 쪽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라는 끝마무리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역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기어이 세상을 바꾸나보다.

으으음. 역시 원작에서 정확히 말하는지 궁금해져서 안 되겠다. 읽어봐야할 듯.

이런 거 알아보고 싶은데 영 딱딱한 책은 못 읽겠다 싶으면 이걸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과학자는 모르면 상상의 역사를 지어내는 것보다 모른다고 인정하는 편이 더 나아요.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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