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순간순간의 최선이 모여서 거시적으로 인간은 스스로 족쇄에 묶이고 악순환의 고리에 갇혔다는 표현을 보고는 인간사의 흐름을 그렇게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당황스럽고 새로웠다.
확실한 것은 인류의 역사는 '발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니 물론 나도 이론적으로야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니까 정말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고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었구나 싶었다.
인류사를 보는 저자의 관점이 상당히 날카롭다고 느꼈다.
후반부 이야기는 허구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많은 학자들에게서 익히 들어온 이야기를 여러 장에서 강조하고 있었다. 그만큼 중요한 이야기기 때문에 나도 공감하며 읽었다.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가 생각나는 부분이었다.
요는 간단하게 절대적인 진리로 보이는 것도 그렇지 않고, 모든 것이 인간이 상상한 허구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
거기에서 또 놀란 지점이, 책 전체적으로 비판적이길래 쭉 그런 논조로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모든 것은 인간이 상상한 허구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그것을 위해 학자들은 끊임없이 그것이 허구임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
허구이기 때문에, 우리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바꿀 수 있고, 학자들이 허구임을 지적하는 것도 긍정적인 쪽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라는 끝마무리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역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기어이 세상을 바꾸나보다.
으으음. 역시 원작에서 정확히 말하는지 궁금해져서 안 되겠다. 읽어봐야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