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히틀러의 이름을 가진 딱정벌레가 있다는 사실을 보고서였다.
아니, 그 딱정벌레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다한들 그런 이름을 가질 수가 있나? 라는 생각에...
(알고보니 딱정벌레는 죄가 없었다)
그것도 그렇고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얽힌 소소한 썰들을 읽는 것을 좋아해서 딱 내 취향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생물의 이름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여러 생물의 학명에 관한 비화를 재미나게 풀어낸 책이다.
책을 읽어보니 과연 내 기대를 충족하는 재미있는 썰들이 많았다.
학자들은 학명을 통해 존경과 팬심을 표하기도, 정의와 인권에 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 마음을 완전히 대변한 옮긴이의 말이 있어 인용해본다.
'사람의 이름에서 빌려온 학명에는 분류학자 개인의 개성을 초월하는 상징성과 역사적 의의도 새겨져 있다.
저자는 학명에 존재하는 이름뿐만 아니라, 학명으로 기려져야 마땅한 이들의 흔적이 학명 속에 남아 있지 않다는 부재의 사실로 종교, 성, 인종 차별의 역사를 상기시키며 그저 흥미로운 에피소드 나열에 그칠 수도 있는 명명의 뒷이야기 속에서 과학뿐 아니라 사회와 역사에 이르는 다양한 생각거리를 끄집어낸다.'
실제로 그냥 재미있다고 웃고 넘어간 비하인드 스토리도 많았지만, 생각할 거리를 주고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도 많았기에 이 말에 공감이 갔다.
또한 단순히 부재의 사실로써뿐만 아니라, 분류학에 관심이 없다면 알 수 없는 학자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 실제로 알아가는 것도 많았다.
더불어 저자는 책 전반에서 퍽 노골적으로 생물다양성에 관한 독자의 관심을 촉구하는데, 실제로 그 노력은 성공한 것 같다. 다양한 생물에 관한 소식이 많이 들려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