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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국노 고종 -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지도자
박종인 지음 / 와이즈맵 / 2020년 12월
평점 :
고종에 대해 비운의 개혁군주라는 식의 자위적 역사관이 널리 퍼져있고 또 교과서, 대중서, 언론 등 여러 매체를 통해 꾸준히 재생산된 것 자체는 인정하고, 이러한 경향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저서의 출현은 반길 만한 일이다. 그러나 박종인씨가 그런 요구에 과연 제대로 부응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이 책은 황현의 매천야록, 오하기문과 같은 기록의 내용을, 얼핏 봐도 황현이 진상을 알 수가 없었던 일에 관한 기록까지 진실이라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논지를 전개해나가는 부분이 적지 않다. 아울러, 저자는 언제나 자신의 주장에 예외를 남기지 않고, 그 범위와 경향성에서 언제나 한 가지 (부정적) 평가만을 내릴 수 있다는 절대적인 주장을 편다. 그러면서 자신의 주장에 예외가 되는 부분, 즉 고종이 국외 정세와 문물을 수집하고 도입하려 했던, 개혁개방적 면모가 나타나는 사례는 건너뛰거나 슬쩍 말을 흐리고 넘어간다. 사실 그러한 사례도 더 심층적으로 탐구하면 그 과정이 어설프고 동기가 왜곡된 것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으므로 만약 저자가 그런 사례까지 모아 분석했더라면 주장의 근거가 훨씬 탄탄한 책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상당히 성급하고 경솔하게 쓰여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