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0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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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작품이다. 아직 안 읽은 독자들을 위해 맛보기로 『자기만의 방』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해보기로 하겠다. 이 에세이는 1장에서 6장까지 총 6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전반적으로는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먹고 사는데 필요한 연금 500파운드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1장부터.
울프는 당대 여성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받기 어려운 이유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과거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독립을 못했다는 데서 찾고 있다. 현재의 여성들의 어머니들이 재산소유권이 없었고, 돈을 벌 수 없었기 때문에 가난했고, 그 결과 현재의 여성들이 안락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돈을 모으지 못해 여성을 위한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했다. 몸과 정신은 연결되어 있기에, 몸이 물리적으로 만족스러운 상태가 되지 않으면 정신도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 한다. 물리적 만족을 위한 경제적 여건이 안 되었기 때문에 학문을 배우는 것도 불가능했던 것이다.
2장
삶은 힘든 것이고 삶을 살아가기 위해 자존심이라는 것이 필요하다.(기본전제) 자존심을 획득하는 방법은 남이 나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것인데 남성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여성들을 자기보다 못하다고 여기면서 자존심을 획득해왔다. 자존심을 침해 당하여 화가 난 남성들이 분노에 찬 글을 썼고, 그걸 읽은 울프(?)도 분노에 빠졌는데 숙모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연금 500파운드를 받게 되자 남성들에 대한 태도가 맞 분노에서 동정과 연민으로 바뀌었다가 대상 그 자체를 사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3장
여성에게서 셰익스피어와 같은 천재작가가 나올 수 없던 이유는 여성들이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남성들에 의해, 사회에 의해 비웃음 받고 방해받기 때문이다. 일등급 우유를 마신 쥐는 대담하고 윤기가 흐르지만 일반 우유를 마신 쥐는 소심하고 도피적이고 작은데, 여성들은 일반 우유를 마신 쥐와 같다. 창작에 적합한 마음은 모든 분노와 공격성이 사라진 상태인데 셰익스피어의 마음이 바로 이와 같다. 자유롭게 자신을 풀어낼 수 있는, 창작에 적합한 마음을 갖기는 매우 힘든데 남성들의 경우에 세상의 무관심과 자신의 노력에 대해 터무니없이 적은 대가 때문이다. 여성들에겐 세상의 무관심이 적대감으로 변하니 창작에 알맞은 마음이 되는게 몇배로 힘들다.

4장

16세기부터 당대까지 여성들의 글쓰기를 훑는다. 16세기에는 창작에 알맞은 자유로운 마음을 여성에게서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사례로 레이디 윈칠시와 마거릿 뉴캐슬 공작 부인의 시를 예로 들어 그녀들의 글 속에 남성들에 대한 분노와 공포가 드러난다고 한다. 16세기에 귀족부인들만 외롭게 무언가를 쓸 수 있었다면 17세기에는 에이프라 벤이 처음으로 글쓰기로 여자가 돈을 벌어 생계를 꾸며나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고, 18세기에는 중산층 여성들도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울프는 18세기에 여성들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대단히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했다. 여성은 남성들에 비해 글쓰기에 전념할 시간이 없고 많이 방해받으므로 시보다는 집중력이 덜 필요한 소설쓰기를 했다. 에밀리 브론테와 제인 오스틴은 자유로운 마음으로 분노를 드러내지 않고 소설을 쓴 위대한 작가이다.

5장

마리 카마이클이라는 실제 여성 작가를 메리 카마이클이라는 가상의 이름으로 부르며 『생의 모험』 속 여주인공에 대해 탐구한다. 소설 속에서 클로이가 올리비아를 좋아했다는 문장을 단서로 하여 여성이 단순히 남성의 연모의 대상이나 증오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과의 관계를 떠나 자신의 감정을 가진 존재로서 여성을 그린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메리 카마이클은 기존에 남성 작가들에 의해 밝혀지지 않았던 독립적인 여성 존재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자유로운 마음을 가지려는 노력을 했다. 비록 완전히 성공적이라 볼 수는 없지만, 그녀가 자기만의 방과 연금 500파운드를 가졌다면 위대한 시인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6장

콜리지가 위대한 마음은 양성적이라고 했다는 말에 동의하면서 남성적 마음과 여성적 마음 중 한 쪽만 발전된 채로는 좋은 글을 쓰기 힘들다고 한다. 자신의 성에 사로잡히지 말고 글을 써야 한다. 현대의 남성들의 글은 남성적 마음만 강조 되어서 자의식적이 되었다. 이제 여성들에게도 기회가 많아졌으니까 자유로운 마음으로 잘 글을 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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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from Underground (Paperback) - Penguin RED Classics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 Penguin Classics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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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을 통틀어 『지하로부터의 수기』만큼 내가 좋아했고 또 많이 읽은 소설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대학교 학부 시절 정말 좋아하던 책이며, 지금까지도 누가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이 무엇인가?"하고 질문하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으로 제시할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왜 그렇게 좋아하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 이유를 대는 것은 조금 어렵다. 그 이유를 설명하려고 할 때마다 실비아 플라스의 "when at last you find someone to whom you feel you can pour out your soul, you stop in shock at the words you utter - they are so rusty, so ugly, so meaningless and feeble from being kept in the small cramped dark inside you so long"(당신이 당신의 영혼을 쏟아부을 수 있다고 느끼는 사람을 마침내 찾았을 때, 당신은 당신이 내보내는 말들에 놀라 멈춘다 - 그 말들은 당신 안의 좁고 답답한 어둠 속에서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너무 색이 바랬고, 너무 추하며, 너무 의미없고 약하다)라는 어구가 떠오른다. 아마 『지하로부터의 수기』에 대한 내 사랑도 너무 오랫동안 내 안에 머물러 있었기에 타인에게 표현하기에는 너무 약하고 색이 바랜 언어가 되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매력을 설명해보려고 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지하생활자'라는 인간형과 그가 말하는 수수께끼같은 말들이다. 지하생활자는 친구가 없고 혼자 살고 있으며 직업도 없는 아웃사이더이다. 또한 그는 성격이 치통으로부터 일종의 쾌감을 느끼는 등 괴짜 같고 변태스러운 면이 있다. 하지만 그가 내세우는 말들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하나하나 일리가 있다. 지하생활자는 서구적 이성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운 의욕의 발현을 추구한다. 그는 작중에서 광기있게 헛소리 같지만 통찰력 있는 말들을 늘어놓는데 그것들은 다음과 같다.

 

"the pleasure, of course, of despair, but despair can hold the most intense sorts of pleasure when one is strongly conscious of the hopelessness of one's position"(9)

 

"They are stupid, I won't deny that, but perhaps a normal man ought to be stupid, how can you tell?"(11)

 

      지하생활자가 하는 이야기는 합리적 이성 밖에 있는 자유로운 의욕의 존재를 끊임없이 내세우고, 합리적 이성에 공격을 가하는 것 같다. 지하생활자는 2*2=4로 대변되는 자연법칙에 도전하려 한다. 지하생활자는 이 법칙을 돌로 된 벽이라고 부르며 자연법칙에는 인간의 의지나 희망이 전혀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What do I mean by a stone wall? Well, of course, the laws of nature of the conclusions of the natural sciences or of mathematics"(14)

 

"you can't fight with it; twice two is four! Nature doesn't ask you about it; she's not concerned with your wishes or with whether you like her laws or not"(14)

 

      지하생활자가 하는 이야기는 매우 특이하고 흥미롭다. 이 수수께끼 같은 말들의 의미를 풀어내는 것은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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