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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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하게 된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실존하는 <황금방울새> 그림을 소재로 삼은 점,

두 번째는  2014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점,

세 번째는 완독률 98.5%라는 출판사 홍보 글.


작가분이 알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 그림을 그린 화가 분은 무기고의 화약 '폭발'로 죽었다.


그리고 이 책의 시작은 어린 소년 '시오'가

엄마와 함께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서

전시된 <황금방울새>를 보던 중,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폭파'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특히 폭발 현장을 세밀하게 묘사한 점과

등장인물들의 묘사는 앞으로 어떤 사건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증을 일으켰다.

사실 테러범을 잡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결국은 '시오'의 성장 기록이었다.



내용을 말하자면,


잠시 들린 미술관에서 폭발사고시 한 노인의 부탁으로

<황금방울새>를 들고 밖으로 나오게 된 '시오'는

사고로 엄마를 잃고 친구 앤디의 집에서 머물다가

폭발 현장에서 마주친 노인의 이야기를 떠올려 한 곳을 찾게 되는데,

호바트와 블랙웰이라는 가구점이다.

그곳에서 '호비' 아저씨와 빨간 머리 소녀 '피파'를 만나게 되는데,

'피파'는 미술관 폭파시 만난 노인과 함께 있었던 소녀이자,

그 현장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살아남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시오는 '피파'와 '고가구'에 빠져 산다.

그러다 어릴 적 시오를 떠났던 아빠가 찾아와 시오는 라스베이거스로 떠난다.

그곳에서 친구 '보리스'를 만나게 된다.

'시오'는 '보리스'와 함께 술과 마약을 하고 도둑질을 하는 등

정상에서 벗어난 삶을 살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동안 서먹한 부자 간에 정을 쌓나 싶었지만 아빠가 원하는 것은 엄마의 유산이다.

하지만 엄마는 그 돈이 아빠에게 가는 것을 원치 않았었기에 시오는 줄 수가 없다고 했고,

그 와중에 아빠는 차 사고로 죽게 된다.

그리고 '시오'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게 된다.


10대 소년 '시오'의 삶까지가 1권의 내용이었고,

2권으로 넘어가면서 20대의 어른이 된 '시오'가  이야기한다.


20대가 되어서도 '시오'의 방황은 계속 이어진다.

그는 마약을 끊지 못하고 가짜 고가구를 진품으로 속여 파는 일을 하기도 한다.

'피파'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깊지만 그녀가 아닌 '킷시'와의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루셔스 리브'라는 사기꾼이 '시오'가 <황금방울새>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조바심에 전전긍긍하던 차에

오랜만에 만난 '보리스'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살 적에 '보리스'가 <황금방울새>를 훔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부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사기꾼과 미술품상과 마약상 등 엮이게 되면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황금방울새>를 찾으로 간 시오는 그곳에서

총싸움과 살인에 휘말리며 호텔에서 마약에 취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보리스'로부터  사건이 마무리된 것을 알게 된다.


비로써 '시오'는 <황금방울새>와 '피파'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게 된다.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된 작가인데 '문체' 때문에 궁금해서 찾아보니

'과작(寡作)'으로 유명하신 분이시다.

30년 동안 글을 쓰면서 3권의 책만을 내셨다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특징은 유려한 수사와 세밀한 묘사로 유명한 '천재 작가'라는 점.


천재 작가인지는 솔직히 다른 작품도 읽어보지 못했고 잘 모르겠으나

확실히 세밀한 묘사와 문체는 독특한 그녀만의 특징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그 세세한 묘사와 문체가 그녀의 장점이자 단점이지 않을까 싶었다.


초반에 곳곳의 묘사와 인물 표현은 확실히 캐릭터 구축과 함께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흥미로움을 유발했으나,

중반부에 마약에 찌든 '시오'의 10대 시절 부분은

솔직히 그러한 문체가 방해가 되었다.

나 또한 마약에 취한 듯 머리가 '멍'해져서 중간중간 읽다 멈추고 다시 읽곤 했다.

나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는 이 책이 '읽기' 쉽지는 않았다.

(무려 2주 넘게 걸려 읽었다.)


세세한 묘사가 상상하기에는, 시각화하기에는 좋았으나 '읽기'에는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확실히 소재나 문체 특성상 '영화화'하기에는 좋은 책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어쩌면 애초에 영화화를 목적으로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각적'인 소설이었다.



이 책에서 의외로 흥미로운 점은 '그림'에 대한 '집착'보다도

'피파'에 대한 '집착' 이었던 것 같다.


아마 같은 공간 속에서 비슷한 상황을 처한 그녀가

'시오'에게 '특별한' 존재였을 테니 말이다.

 



1권 p14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더 나았을 것이다. 사실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 죽었고 그 이후에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전부 나의 잘못이었지만,

엄마를 잃은 순간부터 나를 더 행복한 곳으로, 사람들이 더 많거나 나와 더 잘 맞는 삶으로 이끌어줄 지표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엄마의 죽음은 내 삶을 전과 후로 가르는 표시였다.


1권 p185

웰티는 그런 말을 자주 했어. '세상이 내게 찾아오진 않아, 그러니 내가 찾아가야지'


1권 p186

나는 엄마가 듣고 있을지 모르니 엄마한테 잘 보이려고 이렇게 말했다(이제는 버릇이 되었다.)


1권 p198

모든 것이 아프고 고통스럽고 혼란스럽고 부당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얼음같이 차가운 물속에서 얼음이 깨진 틈으로 끌려 나와 햇볕과 불타는 추위를 마주한 것 같았다.


1권 p276

아빠와 젠드라와 함께 하는 미래는 나쁘거나 무섭다기보다 저 멀리 수평선에 보이는 잉크 자국 같은 검은 점처럼 알 수 없는 것에 가까웠다.


1권 p414

나는 그림을 보면 항상 똑같은 한 지점에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지금도 존재하고 언제까지나 존재할, 쏟아지는 찰나의 햇빛이었다.

방울새의 발목에 달린 사슬이 눈에 띄는 것은, 혹은 잠깐 파닥이다가 항상 늘 같은 절망의 자리에 내려앉아야만 하는 것이

살아 있는 작은 생물에게 얼마나 잔인한 삶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주 가끔뿐이었다.


1권 p534

호비 아저씨는 자신만의 온화한 분위기, 차 얼룩과 담배의 짙은 갈색 분위기 속에서 거대한 바다 포유류처럼 둥둥 떠다녔다.


1권 p552

영혼의 화학적 변화를 겪고 있는 것 같았고, 정신의 산-염기 균형이 바뀌어서 나에게서 생명을 삼출하고 있는데 고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것 같았다.

마치 중심까지 딱딱해진 산호초의 엽상체처럼 말이다. 


2권 p51

내가 피파의 평범한 외모에도 사로잡히고 마음이 흔들린다는 것은 불길하게도 육체적인 애정보다 더욱 구속적인 사랑,

 몇 년 동안이나 퍼덕거리면서 앓아누울지도 모르는 영혼의 구렁텅이를 암시했다.


2권 p52

피파는 잃어버린 왕국, 내가 엄마와 함께 잃은 상처 입지 않은 나 자신이었다.


2권 p54

어미 잃은 동물처럼 엄마가 없는 외로움 때문에 병든 나에게 피파가 각인된 것 같았다.


2권 p376~377

우리는 이 세상에서  잠깐 살면서 약간의 소란을 피운 다음 죽어서 땅 속에서 쓰레기처럼 썩는다. 시간은 모든 인간을 아주 빠르게 파괴한다.

하지만 죽음을 모르는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잃는 것- 시간보다 더 강력한 연결 고리를 끊는 것- 은

독특한 형이상학적인 단절, 놀랄 만큼 새로운 절망이었다.


2권 p390

우리는 어떤 그림을 일주일 동안 보고 나서 평생 떠올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떤 그림을 잠깐 보고 평생 생각할 수도 있다.


2권 p479

실제보다 더 실제 같고 죽지 않는 환상.

피파의 존재 자체가 그러한 것들- 사랑과 사랑이 아닌 것, 그곳과 그곳이 아닌 것-의 놀이다.


2권 p480

내가 이 글을 이런 식으로 쓴 것은 그렇기 때문이다. 중간 지대에 들어서야만, 진실과 진실이 아닌 것 사이에 존재하는 색색의 경계에 발을 들여야만

이 세상에 살면서 이 글을 쓰는 것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서평은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1,2권 책을 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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