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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고독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한리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신경숙의 <깊은 슬픔>이나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 같은 작품을 좋아한다. 그렇게 잔잔하고 애틋하고 쓸쓸한 문장들을 가만가만 읽고 있노라면 들썩이던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런 책을 찾아다니다가 업어온 아이가 <소수의 고독>.
이 책을 읽는 동안 유독 쇼팽의 녹턴과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들이 당겼다. 지하철 안에서 잔잔한 선율에 귀를 맡기고, 이 책의 문장들을 한 줄 한 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집 근처였고, 순간 고개를 들면 아연해졌다. 세상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그런 기분이 든 건,
아마도 마티아와 알리체가 세상을 등진 채 외로이 싸우고 있어서였을 것이다.
오직 한 사람,
마티아에게는 알리체가,
알리체에게는 마티아가
유일하게 외로움을 나눌 수 있는 친구이자 연인이었고,
그럼에도 서로에게 와락 안기기에는 외로움이 너무 깊어서 자꾸만 제자리를 맴돌기만 하던
가여운 연인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아오이가 욕조에 몸을 담그고 길 잃은 마음을 붙든 것처럼
마티아가 수학식을 증명하며 외로움과 슬픔을 잊을 때마다
내 마음도 마티아의 마음을 따라 일상의 시름을 잊고 정갈해지곤 했다.
그냥 그것만으로도 좋았던 것 같다.
그에 더해 마지막 장에서...
알리체와 마티아가 두 발을 단단히 바닥에 딛고 일어서는 것을 보며,
나는 마음이 시큰했다.
건강하게 홀가분하게 성큼성큼 생의 길을 걸어가는 두 연인의 모습이 좋았다.
그래서 괜스레 마지막 장만 읽고 또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