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처를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 푸름아빠 거울육아 실천편
김유라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다 자가격리.


아이와 보내는 시간 16시간





평소엔 딸과 나는 꿀 떨어지는 눈으로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연애하듯 행복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하는 일이라곤 퇴근하고 어린이집 다녀온 아이 목욕시키거나 미술학원을 데려다주거나, 저녁을 차려 주는 등 그리 많지 않은 일을 하기 때문이었다.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 더 애틋하게 함께 하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에 확진자가 생겼다. 같은 반 친구가 확진자라 아이는 밀접 접촉자가 되었다. 가족 모두 검사 후 음성이고 나와 남편은 접종 2차 모두 완료해 격리는 필요 없었으나 아이는 예외였다. 5살 아이는 혼자 자가격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동반 격리자가 되었다. ‘그래, 엄마는 자식을 위해 불구덩이라도 들어간다!’는 심정으로 함께 시작했다.




아이는 활동적이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보통은 어린이집 하원 후 저녁에 다양한 활동을 하고, 내가 없을 땐 조부모님과 지내고, 아이의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환경에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집에 갇히게 된 것이다.




다행히 처음에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던 엄마와 지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했다. 하지만 연인도 여행 가면 헤어진다고 하고 가슴 두근 거리는 사랑도 오랜 시간 함께 하면 더 이상 두근거리지 않는다. 짧은 시간만 즐겁게 보내던 사이에서 잠자는 시간 외에 계속 붙어있는 사이가 되자 아이와 나의 핑크빛 관계는 점점 퇴색되어 갔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변했다. 아이는 변함없이 5분마다 사랑을 표현하고 함께 재미있게 놀기 바랬다. 격리 중이어도 재택근무이기 때문에 할 일이 있었고, 돌아서면 산더미 같이 쌓인 그릇, 거실에 난장판이 된 장난감 등을 치우고 싶었다. 때 되면 배고프지 않게 밥도 차려야 했다. 그런데 아이는 자꾸 와서 안기고, 안아달라 하고, 놀아달라, 이거 달라 저거 달라는 아이 때문에 정신이 산만했다.




“엄마 내 마음에 사랑이 가득해서 넘쳐~.


엄마에게 내 사랑을 줄게~”




어디서 저런 사랑이 솟아날까, 어느 누가 이 세상에서 나를 이렇게 사랑해줄까 싶지만 머리는 알아도 마음은 아니었다. 나는 자꾸 아이를 밀어내고 그 사랑을 전처럼 온전히 받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 지금 설거지하잖아.


엄마 지금 회의하잖아.


엄마 지금 바빠..."





아이와 온전히 집중해서 놀기보다는 말하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해도 되는 회사일, 집안일 속으로 도망가려고 했다. 장난으로 아이가 내 얼굴을 치거나 조금만 위험한 행동을 하면 걱정된다 핑계로 버럭 화를 냈다. 속상한 아이는 시무룩하게 갔다. 그런 아이를 보면 괜스레 미안해져서 또 아이를 불러 세웠다.




"우리 뭐 할까? 그림 그리기 할까?"




즉석에서 아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게 힘들었다. 시간표를 짜서 어떤 활동을 할지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가 급 지쳐서 티브이를 틀어주곤 했다.




이런 날이 하루 이틀 지나자 아이도 점점 지루해했다. 엄마보다 티브이를 보았고, 티브이도 지겨워 몸을 배배 꼬았다. 늦게 퇴근하는 아빠를 자지 않고 기다렸다. 난 알 수 없는 불편한 마음에 밤마다 와인을 마시며 잠을 청했다.




남편은 아이와 함께 그렇게 집중하는 것 같지 않은데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아이는 즐거워했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항상 밖을 데리고 나가 서점을 가거나 쇼핑을 가거나 키즈 카페를 가는 등 외출을 했고, 집에서는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재우거나 책을 읽어주는 등 학습적인 활동만 했다. 그냥 편하게 소꿉놀이조차 잘 못했다.




왜일까?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보았다.



<<나의 상처를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제목이 나의 머리를 두드리는 듯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항상 어린 시절의 나를 마주하게 된다. 그때 내가 행복했을까? 엄마는 나를 어떻게 키웠을까? 나도 모르게 반응하는 내 모습에서 엄마가 겹쳐 보일 때도 많았다.




'그래 어쩌면 지금 불편한 마음에 대한 답을 줄지도 몰라'라는 생각으로 아이가 잠들거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읽기 시작했다. 다양한 작가들의 다양한 경험담이 쏟아졌다. 각자 자신의 환경에서 좋은 엄마가 되고자 노력하다가 푸름이 교육을 만나게 되고 그 방법으로 아이를 키우려 노력한 이야기다. 평소 같으면 책 육아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가졌겠지만 현재 내 상황에서는 <<4장 성장 없이 갈 수 없는 육아의 길>>을 쓰신 송애경 님의 글이 와닿았다. 속살을 그냥 드러내듯이 날것 그대로의 아픔과 고통을 그대로 써 내려간 작가의 이야기에 눈물이 났다.




"엄마는 도망갈 수 있는 직업이 아닌 삶 자체였다"




작가는 아이가 이를 닦지 않을 때 그렇게 화가 났다고 한다.




"분노 일지는 크게 4 단계로 나눠서 분노가 올라오는 지점, 어린 시절 떠오르는 기억, 내가 하고 싶었던 말, 엄마한테 듣고 싶은 말을 적으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분노에 패턴이 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이 상처를 안아주면 치유되어 반복되지 않는다고 되어 있었어요."


(출처: <<나의 상처를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내가 아이와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책 표지에 "푸름 아빠 거울 육아 실전 편"이라는 마크를 보았다. 자석에 끌리듯이 <<푸름 아빠 거울 육아>> 책까지 읽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분노가 올라오거나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없다면, 우리의 기억 저편 어딘가에 해결되지 않은 상처가 있는 것입니다. 아이는 언제나 부모의 스승으로 오지요. 아이만큼 부모의 상처를 그대로 비추어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두 번의 삶을 살게 됩니다. 첫 번째는 부모가 길러준 삶이고, 두 번째는 아이를 키우면서 재 양육되는 삶이지요. 재 양육되는 삶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출처: <<푸름 아빠 거울 육아>>)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엄마가 함께 놀아준 적은 없다. 엄마는 늘 바빴다. 난 친구들과 밖에 나가서 놀았다. 엄마 껌딱지인 동생은 엄마 옆에서 항상 붙어 있거나 엄마가 없으면 벽을 보며 상상 속 친구와 이야기했다. 어릴 적 엄마가 웃는 얼굴을 본 적이 없다. 항상 무표정하게 바빴다.




내 감정도 생각도 함께 나눈 기억이 없다. 단 기억나는 건 매일 학습지와 숙제를 검사하느라 함께 앉아있던 것이다. 감정이 섬세하고 예민한 나는 그걸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권위적이고 무서운 엄마에게 표현하지 못했다.




사춘기 때, 대학 때 수많은 반항을 통해 이해받고자 노력했지만 엄마에게 나는 자신의 마음도 몰라주고 이렇게 희생하며 사는 엄마를 몰라주고, 지 잘났다고 소리만 지르는 '나쁜 딸'이었다.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 이제는 아주 작은 상처와 흉터만 있지만 가끔 남편과 싸울 땐 그 상처가 버튼이 되어서 폭발할 때가 있다. 아이를 키우며 그 버튼이 언제 눌러질까 했는데, 그렇게 나도 모른 채로 눌려지고 있던 거였다.




아이의 감정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사랑한다고 많이 말해주고 있어서 나는 그렇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그렇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렇다 탓은 아니다. 부모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나이에 내 모든 잘못된 건 부모 탓이고 잘된 건 내 탓이다는 아니다. 그 시절 부모는 나름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았다. 지금 내가 그렇듯이. 하지만 부모도 처음 부모고 먹고 살기 어려운 시대였다.




그저 알지 못한 채 자동 응답기처럼, 로봇처럼 동작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 행동을 수정할 수 있으려면 왜 그런지 알아야 한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와인을 마셨지만 왜 그런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푸름 아빠 거울 육아>>책에서는 자신의 상처를 자각하고 대면하고 성장해 가는 여정을 소개한다. <<나의 상처를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에서도 많은 작가들이 성장하기까지 겪은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적어도 나는 책을 통해 자각까지는 왔다. 하지만 아는 것과 그걸 행동에 옮기는 것에는 참 많은 간극이 있다. 격리가 해제되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오늘도 나는 아이와 마트를 가고, 아이와 집중해서 놀아줄 선생님을 불렀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자가 격리 기간의 유일한 성과라면 이거다.




*이 책은 성장팜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으나 작성된 내용은 제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