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닐 수도, 떠날 수도 없을 때 - 내면적 자기퇴직 증후군에 걸린 직장인 마음 처방전
박태현 지음, 조자까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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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갔는데 또 새해가 왔다. 새해가 와서 희망차거나 의욕에 넘치기보다는 새해에도 또 출근해야 한다.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회사 가는 게 고통이고, 있는 곳에서 너무 힘들어서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도 없고, 머물러 있자니 하루가 고통이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일생에서 꽤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고 있는데, 내 인생까지 불행한 것 같다.


혹시 이런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내면적 자기 퇴직 증후군'을 가진 사람이다. 내면적 자기 퇴직 증후군은 제목처럼 몸은 조직에 머물러 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이 떠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수년간 국내 유수 기업 및 기관의 기업 조직 변화 프로젝트와 임직원의 역량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박태현 대표가 쓴 책이다.


제목만 보고는 '이렇게 해라'라는 일반적인 자기계발서를 생각하기 쉽지만, 내용은 <<영어천재가 된 홍대리>>처럼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주인공인 희석과 멘토인 샤크 강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중간중간 삽입된 직장인의 마음을 그대로 옮겨 놓은 조자까의 일러스트는 더더욱 감정 이입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입사할 때는 무슨 일이든 시키면 다 할 것 같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회사에 다니면 마음속의 두 가지 욕구를 갖게 된다. "하나는 급여나 복리후생과 같은 '물질적 욕구'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적 존재로서 조직 생활 자체에 대해 기대하는 '심리적 욕구'다". (p.8)이 중 심리적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면 "개인의 리더십과 경력에서도 획기적인 성장을 할 수 있게" 되지만 "심리적 욕구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으면 대신하여 물질적 욕구로 보상받고자 하는 보상 심리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p.8)"


수동적으로 일하면서 보상에 연연하게 되면 일이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고, 조직 생활 자체에 대한 만족도 더 떨어진다.


지금 자신이 내면적 자기 퇴직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면 심리적 욕구가 만족하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어떻게 심리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저자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픽사, 2015)의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의 다섯 감정처럼 우리 안의 심리적 욕구를 '네 가지 동물'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 동물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내면적 자기 퇴직 증후군을 가지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당나귀 - 존중받고 싶은 욕구

강아지 -  회사 특히 상사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

수탉 - 원하는 일을 하고 싶은 욕구

고양이 - 정체되지 않고 지속해서 성장하고 싶은 욕구



각 동물이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희석의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직장인에게는 흔한 상황들이라 크게 공감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희석이 멘토인 샤크와 대화하며 그 동물들을 어떻게 보살피고 치유해야 할지에 대한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며 자신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당나귀 - 저 인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문제: 어디에나 있는 그 인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같이 있으면 짜증나고 스트레스받는다.


극복 방법: 내 안의 당나귀가 제대로 잘 지내지 못한다면 누군가 싫은 사람이 있다는 증거다. 사실 어디를 가나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렇다면 상대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사람은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면 상대의 태도도 바뀔 수 있다. 그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면 싫어하지 말고, 좋아하지 않는 방법을 택하자. 상대가 나를 싫어한다고 단정하지 않고,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어본다.


2. 강아지 - 열심히 일해도 상사는 알아주지도 않는다.


문제: 윗사람 앞에만 서면 말이 잘 안나온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팀장은 내가 무엇을 하는지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성과를 보면 인정도 못 받는 것 같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내 자리에서 시킨 일만 묵묵히 하면 알아줘야 하는 거 아닐까?


극복 방법: 내가 노력해도 상사가 나를 알아주지 못한다면 내 노력의 방향이 잘못 돼서 그런 것일 수 있다. 팀장에게 인정받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선 상사와 끊임없이 소통해서 상사의 생각과 고민을 알아본다. 상사의 문제를 해결하면 당연히 상사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상사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도 감정은 버리고 내용에 집중한다. 상대가 나를 인정하는지 안 하는지에 관심을 두지 않고 일에 집중한다. 결국, 일을 잘 할 수 있게 되고 소통도 자주 할 수 있게 된다.


보고하기 전에는 상사의 관점에서 질문 노트를 기록하고 답변을 생각해본다. 상사도 고객이다. 상대의 관점에서 고민하여 준비하고 발표하면 더 상사의 마음에 들 수 있다.


3. 수탉 -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문제: 지금 하는 일은 먹고사니즘 때문에 할 뿐 내가 좋아하는 일은 아니다.


극복 방법: "현재 하는 일의 가치를 보지 못하고 막연히 어딘가에 자신의 선호나 적성에 맞는 일이 따로 존재할 거란 착각" 즉 파랑새 증후군에 빠져있을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하면 되지만 딱히 없다면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라. 이 세상의 모든 일은 극한 직업이다. 일이 재미있으면 돈을 내고 다닌다. 일에는 재미보다 보람이나 성취감 등이 어울린다.


일부로라도 일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좋은 점, 하는 일에 대한 감사한 점을 찾아본다.


4.  고양이 - 반복되는 일을 하니 정체되는 것 같고 지겹다.


문제: 하던 대로 하면 큰 문제가 없다. 좋은 회사에 연차도 어느 정도 된다.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나 싶지만, 딱히 방법을 모르겠다.


극복 방법: 오래 했다고 항상 잘하는 것은 아니다. 일할 때 하던 대로가 아니라 다르거나 나은 방법을 찾아서 하는 습관을 기른다. 성장을 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없는 기회도 만들어 내도록 끊임없이 도전하고, 그 과정을 끝까지 해내는 끈기를 가져야 한다.



저자는 이렇게 내 안에 심리적 욕구를 파악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욕구를 파악하여 이를 개선하는 과정을 하다 보면 회사는 더는 괴로운 곳만은 아니게 된다고 한다.


사실 읽고 나면 당연한 내용이지만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신박한 정리>>(tvN, 2020)의 우리집공간컨설팅의 이지영 대표가 가수 홍경민 편에서 "가구를 옮기는 것보다 무거운 건 생각"이라고 했다. 무엇이든지 마음만 바꾸면 되는데, 그 마음, 그 생각 하나를 움직이기가 그렇게 힘든 것이다.


도달해야 할 높은 목표를 보면 두렵지만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다. 해야 할 아주 작은 일부터 꾸준히 하면 내 생각도 바뀌고, 내 안의 욕구도 해결되고, 회사 생활도 즐거워져서 일의 성과도 더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새해에도 회사는 가야 한다. 어차피 가야 한다면 행복한 곳으로 만들라는 저자의 말을 가슴에 새겨본다.


"지금 있는 곳에서 행복할 수 없다면 인생이 행복할 수 없다."


당나귀, 강아지, 수탉, 고양이! 기다려! 쓰담쓰담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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