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 뇌과학과 정신의학이 들려주는 당신 마음에 대한 이야기
전홍진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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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중 데어데블이 있다. 데어데블은 방사선 물질로 시각을 잃었으나 다른 감각이 예민해서 이 초 감각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처럼 볼 수 있다. 특히 청각은 너무나 예민해서 청각의 예민함은 상상을 초월한 수준으로, 사람의 심장박동의 변화를 느껴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도 바로 파악이 가능하다. 이러한 초능력은 약점이 되기도 하는데, 진폭이 큰 소리에는 큰 고통을 느낀다. 그래서 잠은 커다란 수조에 귀를 담그고 자야 한다. (참고: https://bit.ly/3g6MKWm)



예민함은 파워이자 치명적 약점이다.



예민한 사람들



슈퍼히어로가 아닌 일반인인데 예민한 사람들은 사는 게 피곤하다. 스스로의 예민함으로도 피곤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으로 더 피곤하다.


대부분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은 예민한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다. 기질적으로 예민한 사람들도 있지만 누구나 살다보면 이렇게 예민할 때가 있다. 스트레스가 많거나, 잊지 못할 사고 등의 트라우마 때문이거나, 입시, 취업, 결혼, 임신, 출산, 죽음 등 인생의 큰 전환점이 생겼을 때 그렇다. 



매우 예민한 사람이란?  



'사랑'과 '호감'이라는 주제를 전면적으로 파헤친 임상심리학자인 일레인 아론(Elaine N. Aron) 박사가 제시한 개념인 'Highly sensitive person(HSP)'은 '외부 자극의 미묘한 차이를 인식하고 자극적인 환경에 쉽게 압도당하는 민감한 신경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에런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인구의 15-20퍼센트는 이런 기질을 가지고 있다. 선천적일수도 있고 후천적으로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다. 



예민과 우울은 한통속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전홍진 저, 글항아리)의 저자인 전홍진 교수는 "매우 예민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울증을 연구하는 교수가 우울증이라는 단어 대신 '매우 예민한 사람'이란 단어를 써 책을 쓴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아도 예민하다는 건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예민한 것과 우울한 것은 달라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렇게 다르지만은 않다.




한국 사람들의 경우 우울증으로 인해 예민해지면 기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를 우울증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신체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을 후에야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으러 간다.



"동양인들은 서양인에 비해 여섯 가지 기본적이 내적 감정 상태인 happy, surprise, fear, disgust, anger, sad 가 얼굴 표정에서 잘 구분되지 않으며 자신의 기분에 대한 인식도가 낮은 반면 신체 감각에 예민하고 건강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 (p.20)"


한국인의 경우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많다. 이 형태의 우울증은 자신의 감정을 못 느끼고 무척 예민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민함은 부정적인가? 


예민함은 부정적인 대상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사람은 응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자율 신경계를 가지고 있다. 교감 신경계는 위급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도록, 부교감신경계는 위급한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에너지를 저장한다. 응급이 아닌데도 계속 응급에 준하는 대응을 하게 되면 몸에 부담을 준다. 몸에 부담을 주고, 가진 에너지를 다 써버려서 나와 타인을 모두 힘들게 한다면 좋지 않다. 하지만 이 알람 시스템이 없다면 위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 필요한 때 울려주어야 알람시스템이다. 과도하게 울리면 피곤하다. 요즘 재난문자처럼. 



"타고난 예민성을 잘 조절해 '선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뇌의 균형을 찾고 향상성을 잘 유지하면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통찰을 얻게 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또한 다른 이들에게 잘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p.39)


어떻게 예민함을 다룰 것인가?


"예민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감각을 느끼고 각성 수준이 높기 때문에 뇌가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생긴다. 견디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으로 나아갈 수 있다. (중략) 예민한 사람이 가진 에너지가 자신이 하는 일에 온전히 쓰일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깊은 생각을 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서 곧장 업적으로 연결된다."(p.271)



이 책의 저자는 예민함을 잘 다루고 업그레이드 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중 두 가지를 소개한다.


1. 몸을 관리하자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몸은 생각과 정신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 몸의 향상성을 유지시켜주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머리의 위치를 똑바로 한다던가, 예민한 위장을 잘 달랜다던가, 몸이 피곤하지 않게 완전히 쉬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중 뇌신경 전달물질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신경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신경의 말단에는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 전달물질이 들어있다. 세 가지 물질은 기분, 의욕,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균형을 이루면 기분이 안정되고, 기억력, 집중력 등 인지기능이 잘 유지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민성도 잘 조절된다.


도파민이 많아지면 기쁨을 느끼고 움직임이 민첩해지지만, 너무 많으면 배우자를 의심하는 등 의심이 많아지거나 타인이 하는 말이 다 자신을 비난하는 욕으로 느끼기도 한다. 세로토닌은 기분이 좋게 하고 집중력, 기억력 등 인지능력을 향상하면서 긴장을 이완하지만, 부족하면 우울증과 불안증이 생긴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집중력과 에너지를 증가시키지만 너무 많으면 불안이 증가해서 밤에 잠이 오지 않고 늘 신경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신경전달물질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적으며 기분, 인지 기능, 움직임, 수면, 식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의욕이 심하게 떨어진다. 특히 예민한 이들이 이런 변화를 더 크게 느낀다." (p.38)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잘 절약해두어야 예민함으로 인해 몸과 정신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2. 나 자신을 알자



영국의 61, 63대 총리인 윈스턴 처칠은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다. 처칠은 자신의 우울증을 밝히고 자신의 우울증을 '검은 개'라고 불렀다. 처칠은 선천적인 우울 기질을 극복하기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극복했다고 한다.



나의 예민함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은 결국 나에 대해 잘 아는 것이다. 내 가족은 어떤 사람들인지, 내 방어기제는 언제 동작하는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언제가 편하고 불편한지, 어떤 것들을 걱정하는지 자신에 대해 많이 자세히 잘 알 수록 예민함에 잘 대응할 수 있다.



잘 모른다면 하나씩 적어가면서 자신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 저자는 걱정과 대인 관계에 대해 명시적으로 적을 것을 권장한다. 걱정이 많다면 걱정 리스트를 적고 지금 당장 해결이 필요한지, 피할 수 없는지, 닥쳐서 걱정해도 되는지,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지 분류하도록 제안한다. 만나기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편안한 사람이 있다면 내용, 말투, 표정, 겸손 등 어떤 항목으로 불편하거나 편안한지 각각 점수를 매기고 각 점수에 따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을 적어놓고 이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제안한다.



처칠처럼 나의 '검은 개'를 잘 돌봐주자. 예민함으로 인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이를 나 스스로에게 유익해지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민한 사람들이 보는 세상은 덜 예민한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다. 비교하자면 고성능 카메라와 마이크를 장착하고 매우 복잡한 프로그램이 많이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와 같다.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한다."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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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수많은 촉수들이 내 몸에 달린 것처럼 예민하고 섬세한 감각을 가진 나 자신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이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상처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 지금 나 자신을 돌아보면 그때의 섬세한 나를 잘 다루지 못했던 것, 그냥 미워만 하고 감싸주지 못했던 것이 마음이 아프다. 더 좋은 방법을 찾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왜 예민한지, 이를 탓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나는 나다. 이렇게 생겼다. 하지만 나에게는 어떻게 다룰 줄 모르는 '예민함'이라는 무기가 있다. 잘 사용할 방법은 내 몸, 마음, 정신의 상태를 잘 알고,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다. 아낀 예민함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법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자신이 예민해서 고민이라면, 혹은 예민한 사람으로 인해 힘든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예민한 사람이 가진 에너지가 자신이 하는 일에 온전히 쓰일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깊은 생각을 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서 곧장 업적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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