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 끼적임이 울림이 되는 한 끗 차이
이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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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이유미 저, 위즈덤 하우스)의 저자가 생각하는 에세이의 정의가 좀 와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기를 에세이로 바꿀 수 있다고 한 것으로 보면 에세이 장르에 일기를 넣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점을 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일기가 에세이가 될 수 없음을 말한다. 저자는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이런 차이점으로 인해 일기는 에세이가 바로 될 수 없으니 그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에 일기로 에세이로 바꾸는 법은 없었다. 속았나? 




일기 - 에세이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도구




저자는 처음부터 에세이를 쓰라고 하면 겁부터 먹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에세이를 너무나 쓰고 싶은 독자를 위해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도구로 일기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일기는 많은 사람이 가장 최초로 경험하는 '연재'입니다. 일기를 안 쓰면 안 썼지, 한 번만 쓰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오늘 쓰고 꼭 내일이 아니어도 언젠가 다시 씁니다. 일기는 인간이 처음 쓰는 자기 자신, 즉 개인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제약이나 법칙도 없어요." 




일기는 어차피 나만 본다. 어떤 글을 써도 부담이 없다. 쓰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지 않는다면 일기는 훌륭한 글쓰기 시작점이다. 매일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는 도구로 활용한다. 






일기 - 글감을 모으는 도구 




저자는 에세이는 "작가의 일상에서 공감을 얻기 위해 읽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에세이는 솔직함이 핵심이다. 일기는 솔직함의 극치인 글이다. 고로 일기와 에세이는 '솔직함'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글쓰기의 첫 단추는 글감을 모으는 것이다. 하지만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는 것처럼, 막상 에세이를 쓰려고 하면 어떤 것을 써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이럴 때 일기는 좋은 글감 창고가 된다. 




보통 일기는 기억에 남는 일들을 기록해둔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하루의 일어난 모든 일을 시간 순으로 적어두는 사람이 내 주위만 해도 두 명이 있다. 이런 기록광이 아니라면 대부분 사람들은 저자처럼 다음 같은 상황일 때 일기를 쓸 것이다. (물론 일기를 쓰는 대신 수다, 하소연, SNS 포스팅 등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속상하거나 짜증 날 때


기쁠 때, 즉 자랑할 일이 생겼을 때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비밀이 생겼을 때


말할 수 없이 우울할 때


기억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고 싶을 때


달라지고 싶을 때 


(p.15) "




일기는 글감을 모으고, 일상의 감동을 채집해 넣어두는 창고로 사용한다. 따라서 일기를 안 쓰는 사람이라면 일기를 쓰라고 저자는 말한다. 어느 곳이든 일기 혹은 메모를 할 노트를 두고 생각날 때마다 기록해서 글감을 모은다. (물론 일기 뿐만 아니라 책도 훌륭한 글감 광산이다. 사놓은 책을 뒤적이다보면 글감과 에피소드를 얻을 수 있다.) 




일기를 안 쓰는 사람이라면 혹은 나처럼 일기 자체가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을 핸드폰 메모나 자신의 수첩에 메모해둔다. 




저자는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일기'를 처음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일기를 통해 글감들이 모아져 있는 상태라면 다음 순서대로 에세이를 써보자. 순서를 보면 알겠지만 에세이라고 특별한 글쓰기는 아니다. 그냥 글쓰기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려면




아래 글은 저자가 책에 쓴 글의 내용을 내 마음대로 재조합하여 쓴 순서이다. 저자의 의도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1. 일단 일기를 쓴다. 




글 쓰는 연습을 하고, 글감을 모으기 위해. 글감을 모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관찰'이다. 사물을 관찰하고, 그 사물을 관찰하는 나도 관찰한다. 




2. 글의 주제와 독자를 정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정한다.  그리고 이 글에 가장 공감할 만한 독자를 설정한다. "모두가 공감할 만한 폭넓은 의미의 깨달음, 의미가 작고 사소해도 타인이 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드러나도록!




"문체가 좋다거나 가독성이 뛰어나다는 것도 읽기를 권유하는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글이 주는 메시지 또한 에세이를 쓸 때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하다 못해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한 줄, 즉 독자가 자연스럽게 펜을 꺼내서 밑줄을 긋게 만들 만한 문장이 하나쯤은 있어야 합니다.(p.60)"




3. 일기에서 에피소드를 한 두 개 찾는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맥락을 넣고, 에피소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언급한다. 한 개의 에피소드로는 지겨울 수 있으니 2-3개의 에피소드를 넣는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두 개의 에피소드를 나열하고 나중에 이런 연관성이 있었다'라고 끝을 맺으면 독자들은 '아,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꺼냈구나'라고 생각하죠.(p.79")




단, 에피소드를 적을 때 구체적으로 쓴다. 




"삶은 디테일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카피라이터 핼 스테빈스)"




"러시아의 소설가 안톤 체호프는 "달이 빛난다고 하지 말고 깨진 유리조각이 반짝이는 한 줄기 빛을 보여줘라."라고 했습니다. 글을 읽는 동시에 독자의 머릿속에 작가가 묘사하는 상황이 그려지면 독자는 그 글에 푹 빠져 읽게 되죠. (p.57)" 




4. 가벼운 마음으로 빠르게 쓴다.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 글을 쓰려고 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휘리릭 쓴다. 일단 써놔야 고칠 것이 있다. 




"자료가 다 갖춰져야 쓸 수 있는 사람과 일단 노트북이 손을 올려 쓰기부터 하는 사람이 있죠. 장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에세이는 일단 뭐라도 쓰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료는 쓰다가 중간에 찾아도 돼요. '어떤 주제에 대해 완벽히 안 다음에 써야지'하고 계획하지 마세요. 그러자면 더 엄두가 나질 않아요.(p.71)"




"쓰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대변 혹은 소변이 마려울 때!) 우르르 써버리는 것이죠. (중략) 쓰고 싶은 혹은 쓸 만한 주제가 머릿속에 쓱 하고 지나갔다면 바로 낚아채서 쓰세요. 그럴싸한 글이 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빨리  쓰고 보는 거예요. 일단 써 놓으면 나중에 뭐든 됩니다.(p.83)"




5. 필요하면 추가로 자료를 조사한다.




글의 주제에 필요하다면 추가 자료 조사를 한다. 에피소드가 인간 감정에 대한 것이었다면 인간 심리에 대한 책을 찾아본다던가, 바지락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면 바지락에 대해 찾아본다. 집에 사두고 읽지 않는 책을 뒤적이며 찾아보기도 한다. 




글을 쓰기 위해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것과, 책을 많이 읽으면 글감이 쌓인다는 말이 아마 이 부분 때문일 것이다. 글 하나를 쓰기 위해 많은 글을 찾아보게 되고, 그로 인해 시야도 생각도 깊어진다. 글쓰기의 큰 장점은 이 부분이다. 하나의 생각이, 바라보는 시야가 글쓰기 과정을 통해 넓어지고 깊어진다. 




6. 퇴고를 한다. 




글을 쓰면 반드시 퇴고를 한다. 단어,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 문맥을 확인한다. 순서와 내용을 재배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 여러 번 거친다. 가능하다면 쓴 글을 이틀 뒤에 다시 읽고 반드시 출력해서 읽는다.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어색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한다. 발행 전에 읽어보길 바라는 사람 한두 명에게 주고 피드백을 받는다. 




7. 발행한다.




에세이는 독자가 있는 글이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일단 블로그, 브런치, SNS 등 어디든 발행한다. 




"내일 더 잘 쓰면 돼요.(p.73)"




글쓰기에 좋은 책, 타인이 내 글에 공감하게 하는 비법, 글쓰기 루틴을 만드는 법, 에세이 책을 내는 방법 등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궁금해할 만한 질문에 대한 답도 있으니 궁금한 독자들은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내가 에세이를 쓰는 방식에 대해 확신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매번 서평만 쓰다가 에세이를 도전해 보았는데 암묵적으로 글감들을 모아 두고, 그 생각들을 발전시킨 과정이 책에 언급된 순서와 유서하여 '제대로 하고 있었군' 이란 안도감이 들었다. 




일기와 에세이는 이 책의 광고카피와는 다르게 "끼적임이 울림이 되는 한 끗 차이"보다는 컸다. 개인적으로는 한 세 끗 정도 차이가 있었다. 읽는 독자마다 그 차이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차이가 얼마이든 이 책 제목에 끌린 사람이라면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이야기다. <<일기로 에세이를 만드는 법>>을 읽고 자신의 일기를 에세이로 써보는 기회를 갖길 추천한다. 은근, 재미있다. 

내일 더 잘 쓰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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