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때문에 고민입니다만, - “내 새끼지만 내 맘대로 안 된다!”
서민수 지음 / SISO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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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나 부모님들의 공감을 일으킨다.

 

이 책은 청소년에게 애착과 관심이 많은 경찰관으로서 청소년이 바라는 지구대 동아리라는 단체를 6년째 이끌면서 매일 SNS로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서민수 대장님 (학생들이 대장님이라고 부른단다)이 쓰신 글이다. 현재는 경찰청 인재개발원에서 학교폭력 담임교수를 맡고 계신다. 궁금해서 Facebook을 찾아봤더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많은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https://www.facebook.com/minus.seoMinus 

 

책은 총 4부로 다음과 같은 목차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가 2,700여 명의 페이스북 친구들과 6,000명이 넘는 카카오톡 친구들이 새벽에 상담한 이야기 중 아이의 안전에 대해 부모님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에 대해 저자가 추린 내용들이다. 

 

"여러분들은 자녀를 믿으시나요? "

 

저자는 강연을 다니면서 이런 질문을 한다. 그리고 믿고 싶어서 혹은 정말 그럴 거라 생각해서 믿는다는 부모들에게 팩폭을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내가 청소년 자녀를 두지 않아서인지 가끔 뉴스 등에서 들려오는 사례 외에 현실이 어떤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부모님들이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뒷 세상을 엿보았다. 청소년들의 세상은 어른들의 축소판이면서 어두웠다. 순수하고 어리고, 외로운 친구들은 범죄에 너무나 쉽게 노출되어 있었다. 이런 아이들을 이용하는 동네 아는 형, 아는 오빠들이 나도 같이 무서워졌고, 어른인 내가 부끄러웠다. 


아이들의 고민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학교폭력, 왕따, 가정폭력, 가출, 임신, 사기, 사고, 범죄, 대출, 몸캠 등 상상 이상의 사건들로 아이들은 고민하고 있었다. 어디엔가 물어볼 곳이 없는 아이들은 새벽에 저자에게 뜬금없이 말을 건다고 한다. 

 

"ㅋㅋ".

 

사례의 친구는 연락하고 싶은데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이렇게 보냈다고 한다. 저 친구는 3개월 후에 사촌 오빠에게 5년간 성폭행 당한 친구를 단톡방에 초대하고 나가버렸다고 한다. 대화를 안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요즘 ‘90년생이 온다 ‘등 밀레니얼 세대가 이해가 안 된다는 책들이 쏟아지는데, 그건 약과다. 청소년들은 더 먼 우주에서 온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면 ‘그렇구나.’ 하고 말 텐데 내 자식의 이야기가 된다면 정말 속이 터질 것 같다. 청소년 상담을 계속 해오신 서 교수님도 아들이 담배 피우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덜컹하실 정도였다고 하니까 말이다. 아들은 친구들 무리에 끼기 위해 방황하기 시작했고, 강제 전학을 한 아들은 흡연 습관을 고치지 못해 전학한 학교에서 투명 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들은 아버지에게 혼자 런던을 다녀오겠다고 하고, 그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과 소통할 통로가 생긴다. 저자의 아들도 참 대단하다. 

아이들은 시험이 끝나면 한강 파티원을 모집한다고 한다. 시험을 망쳤으니 함께 한강으로 가서 뛰어내릴 사람을 모집한다는 것이다. 충격적이다. 자신의 힘든 상황을 이런 자살이라는 무서운 키워드로 자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더더욱 강조한다. 아이들이 심각하게 한강 파티원을 모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스트레스를 받았던 상황이었으니 제발 점수 따윈 묻지 말라고. 책에 나온 사례 중 또 하나 충격적인 것이 몸캠에 대한 것이었다. 남자아이들의 성적 호기심을 이용해서 촬영을 스스로 하게 하고 영상을 이용해서 돈을 뜯는 것이다. 요즘은 정말 쓰레기가 넘쳐난다.


상태는 점점 더 심각해진다. 부모님은 아들을 정신병원에 보내려고 하고, 아이는 때리는 부모를 112에 신고한다. 또한 스마트폰을 빼앗은 선생님을 고소한다. 스마트폰 뺏었다고 선생님을 고소한다는 친구에게 저자는 따끔하게 혼낸다. 여자친구 전화를 받아야 해서 휴대폰을 제출할 수 없다는 친구. 그런데 강압적으로 내라고 하자 선생님을 고소하겠다는 친구들. 엄청 혼내셨다고 한다. 그리고 쓴 말을 한마디 덧붙인다. 

 

"결국 학생의 인성을 바른길로 이끌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역할이 가장 크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건 안타깝지만 부모의 역할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아이들의 행동은 언제나 변화를 거쳐서 형성되는 것이지 한 번에 쓰레기가 되는 친구는 거의 없다."

 

아이들이 이렇게 되는 건 사실 한참 호르몬이 폭발해서 정신이 혼미한 시기에 제대로 놀거나 세상을 경험해보지도 못한 채 학교와 학원에 끌려가야 하거나, 아님 아무런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문제 있는 친구들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그 아이들을 나무랄 수 없게 된다고 한다. 물론 좋은 부모님과 환경 속에서도 그런 친구들이 있겠지만 대부분 아닌 경우가 많아서이다. 너무 신기한 게 아이들은 자신에게 이렇게 가까운 사람들. 피해를 준 사람들에게는 즉각적으로 벌칙을 주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들을 착취한 업체들에게는 너무 나약하고 고소도 못한다. 자신의 잘못도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아직 미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청소년들은 참을성이 약하다. 청소년들에게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하면 열에 아홉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를 못 한다기 보다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왕이면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좋다. 반드시 콕콕 집어서 교육해야 한다. "

 

과연 청소년에게만 해당되는 걸까? 어른들도 욱하는 성질머리를 제어하지 못해 큰일이 많이 생기는 걸 보면 말이다. 보복 운전, 주차장에서 싸움 등 수많은 폭행 사건에는 참을성이 부족한 것이 있다. 어른들이 이런데,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까?나도 욱하는 성격이 심했다. 화가 나면 주체하지 못했다. 그걸 그냥 혼내는 것, 그리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어떤 방법이 가장 잘 맞는지는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자식 교육에는 정답이 없다는데, 답이 없는 방정식을 풀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하지만 아이들만 이기적일까? 부모의 잘못이 크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사례 중  하나는 고 3인 아들 앞에서 부모들이 왜 바람을 피웠냐는 걸로 서로 싸우고 이혼하자고 난리 치는 것이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 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가정방문을 해보면 모두가 부모들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버림받은 아이들이다. 그런데 경찰서에서 만난 부모들은 자식에게 할 만큼 다 했다. 이제는 알아서 처벌하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등의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한다. "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너무 함부로 하지 말자고요. 이미 자녀는 부모에게 정서적으로 수십 대를 얻어맞아 쓰러져 가고 있다는 걸 제발 좀 생각하자고요. 제발 좀. "

 

이 대목을 읽는데 한 사례가 떠올랐다. 사랑받지 못하고 버림받았던 한 어린아이의 사례. 그 아이의 뇌는 MRI를 찍어본 결과 망가져 있었다고 한다. 자살할 확률 99%, 우울증 걸릴 확률 99%. 사랑받지 못한 아이의 뇌는 정서적으로 망가지고, 폭력성이 강해지며, 한번 손상을 입은 뇌는 회복이 어렵다고 한다. 제발 지난번 회복 탄력성에서 읽었던 사례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길 매일 기도한다. 쓰다 보니 부모로서 갑자기 큰 중압감을 느낀다. 

 

저자는 아이들의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인지 아이들에게 밥은 챙겨 먹고 다니라고 늘 하신단다. 배고프면 아이들이 방황하고 떠돈다고 생각하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 아이들이 이 말을 그렇게 좋아한다고 한다. 밥을 먹는다는 것. 그건 아이들에게 누군가 나를 챙겨주는 마음과 사랑을 먹는 것과 같은 의미인가 보다. 난 가끔 아직도 늘 아빠, 혹은 우리들 밥걱정을 하는 엄마를 보면서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멀 먹든 알아서 먹게 두지 다 큰 성인인데 굶겠냐는 게 내 지론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니 밥은 다른 의미를 가진다. 밥을 챙긴다는 건 그 사랑하는 사람이 건강하길 바라고, 그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

 

"밥은 챙겨 먹고 다녀라"

 

 

부모는 아이들이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 그 고민을 이야기할 첫 번째 대상이 되어야 한다. 판단하지 않고 혼내지 않고. 일단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계신가요? 우리 아이를 위해 무엇보다 적극적인 경청이 필요합니다."

 

소통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음을 다시 새삼 깨닫는다. 회사 밖에서만 소통을 생각했고, 나와 부모님과의 소통만, 혹은 배우자와의 소통만 생각했는데, 나와 내 자식과의 소통도 생각해야 한다. 하긴 세상은 나 외에는 모두 타인이니 소통을 제외하고는 대화가 불가능하니까 말이다.하지만 소통을 하다 보면 항상 서로 간의 단어의 정의, Context가 달라서 늘 어려움을 겪는다. 소통을 잘하기 위한 내가 깨달은 방법은 상대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어차피 말이 전달하는 내용은 7% 밖에 안되니까 말이다. 그냥 뭐라고 말하지 않아도 시각과 청각 등을  통해 자녀에게 사랑한다는 것을 전달하라고 저자는 당부한다.부모의 다정한 목소리, 항상 밝은 표정, 자녀를 편안하게 해주는 태도와 몸짓이 자녀와의 소통을 신뢰감 있게 만들어준다.출처 입력이런 소통의 근간은 결국 신뢰다. 진정성을 가지고 편견 없이 공감하면 결국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원하는 것은 정말로 대화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청소년이 바라는 것은 부모의 신뢰 있는 행동과 지속성을 원한다고 한다. 

 

 책을 초6학년을 둔 동생과 친구에게 추천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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