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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아이들 - Children of the Dark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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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한 거울, 양심을 찌르는 송곳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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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아이들 - Children of the Dark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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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한 거울, 양심을 찌르는 송곳의 영화

고백하자면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겁을 먹고 있었다. 사실 보기 전에 대략의 시놉을 살펴본 후라, 또 이 책은 읽지 못했지만 무려 하드보일드의 거장 '양석일'의 원작이니 어느 정도는 이미 감수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미처 예상치 못한 영화의 치열한 태도에 무척이나 놀랐다. 사카모토 준지가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화법과 연출가로서의 과감한 태도가 긴장감과 충격을 내내 몰고 온다. 그는 영화가 보여주려는 충격적인 소재를 단순히 드라마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사실을 그대로 근접하여 '거울'처럼 투영하려 들었다. 오히려 텔레비젼 보도 다큐 보도프로그램 보다 더 솔직하고 더 치열한 태도로서 영화로서 해야할 일을 가감없이 보여주려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드라마가 일어나는 부분에서는 고속촬영과 같은 지극히 영화적인 연출도 보여주기도 하지만 <어둠의 아이들>은 결코 꾸며진 드라마가 아님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서 알리고 있다. 그리고 묘사하기를 넘어서 현미경을 장착한 듯 세밀하고 파고들어 결국 우리 관객들은 살갗을 파고 들어가서 피와 뼈를 지나, 동맥을 헤엄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일본인 기자 난부는 태국에서 아동 장기밀매 조직에 대한 기사 거리를 포착한다. 놀랍게도 아이를 산 채로 장기를 떼어내는 인면수심의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고 들어갈수록 그 아이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충격적인 일들을 목도하게 된다. 가난한 살림에 찌든 부모들에 의해 팔린 채 여기 저기 매춘굴을 전전하거나, 남의 나라의 불치병 아이들에게 자기 장기 까지 떼어주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NGO 활동을 위해 태국에 온 일본인 케이코가 아이들의 장기 밀매를 막기 위해 힘을 합친다. 그러나 태국 인신매매 범죄조직단은 현지에서는 손을 쓸 수 없게 암묵적인 뒤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 놀랄 것도 없이 그들의 뒤는 부패 경찰이 막아주고 있다. 그러니 순수한 취재와 복지단체에 의해 원만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감독은 이쯤에서 뻔한 휴머니즘 드라마로 갈 수 있는 길목을 차단한다. 일본인 난부와 케이코는 결코 외부에서 온 히어로가 아니며, 봉사 이전에 세계의 구조적 부패 앞에 무기력한 하나의 개인일 뿐이다. 이 영화가 뻔하게 흐르지 않고 빛나는 '고발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은 위한 영웅은 결코 없고, 이것을 볼 사람을 위해 치열하게 담아낸 감독의 타협하지 않는 리얼리티에 있다. 난부와 케이코가 영웅처럼 등장하지만 결국 이들이 할 일은 '자신이 무엇을 했나?'라는 반성의 태도 뿐이다. 후반 봉사단의 발언장에서 경찰에게 총을 쏘는 청년들은 다름 아닌 매춘굴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이때 카메라는 장소에 막 도착한 난부를 잠시 비추고 그의 시선을 이어받아 다시 원형 안에서 벌어지는 전쟁터 같은 현장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난부의 태도는 곧 우리의 태도로 비춰진다. 첫 번째 '거울'을 발견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마지막에 발견되는 충격적인 '거울'은 우리 모두의 양심을 찌르는 송곳처럼 다가온다. 이 영화를 다 본 후에도 내내 기억에 남는 것은 에이즈에 걸려 쓰레기장에 버려진 여자 아이의 모습이다. 아이는 쓰레기 봉투를 찢고 나와 집으로 기어서 도착한다. 그러나 아이를 팔아먹은 부모는 오두막에 아이를 뉘어놓고 밥접시를 말없이 넣어준다. 그리고 아이의 시체를 바라보게 되면서 나 스스로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을까, 고민을 해야했다.(실제로 내가 보던 상영관에서 세 명의 관객이 영화를 다 보지 않고 빠져나갔다.) 그러나 마지막의 거울 앞에 나는 이 영화를 끝까지 지켜본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목도하는 것이다.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고, 바로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그만큼 잘못을 덜 저지를 수 있다. 자신은 아동 매춘을 하고, 장기를 팔고 사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고 결코 자만하지 말기를. 우리 역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지는 여러 가지 아동 범죄에 협의는 아닐지라도, 다른 방식으로 가해자이다. 우리는 가난한 국가의 아이들이 기운 축구공, 운동화, 저렴한 과일 등을 소비하며 살아간다. 과연 아이들의 노동이 이 세상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저렴하고 당장에 필요하기에 개의치 않고 '나쁜 물건'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도 착한 어른은 결코 아니다. 영화가 제시하는 마지막 거울에 우리의 얼굴이 비춰질 때 그걸 똑바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우리는 이 영화의 거울을 똑 바로 봄으로써 반성하고 양심적으로 살아야한다.  

by 명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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