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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평점 :
지금도 그렇지만 과학 전공자가 마땅히 있어야 할 주무장관의 자리에 서울대 문과 출신 정치인이 임명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환경부는 물론이요,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특허청, 기상청 등의 부서 책임자에 엉뚱한 인물이 ‘정치적’ 인선 과정을 거쳐 낙하산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유시민 역시 노무현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에 올랐는데, 경제학 전공자가 질병관리 및 예방과 국가 의료체계를 통괄하는 자리에, 그것도 해당 분야에 대한 경력 하나 없이 등용되는 것에 대하여 당시의 청문회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은 인선으로 비판 받은 바 있었다.
당시의 세태가, ‘서울대 문과 출신이면 웬만한 대학 과학 전공자보다 못할 게 없을 것이다’ 라는 암묵적 사회 인식이 한몫 거들었든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서울대 문과 출신들의 이러한 ‘선민 의식’은 사회 곳곳에서 지금도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지만, 유시민의 시대에는 그러한 ‘서울대 프리미엄’을 최대한 누렸던 시기이기도 했었다.
이 책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는 일견 스스로를 ‘바보’로 낮추며 과학적 사고에 대한 찬사를 가미하고 있지만, 과거 과학 전공자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정치적 프리미엄으로 십분 누렸던 저자가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과학 전공자의 입장에서는 ‘뜬금없다’ 혹은 ‘누릴 것 다 누려 놓고 왜 이제 와서?’ 하는 느낌이 든다.
IAEA에 의하여 과학적으로 안전이 검증된 후쿠시마 방류를 정치적인 이유로 비판했던 저자의 이력을 감안하면, 평소엔 과학에 대한 찬사를 말하더라도 유사시 정치적 우선순위 선택의 상황에선 과학적 사고를 뒷전으로 물리는 자의적 전략이 언제든 재등장할 수 있음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 책,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는 문과생들의 호응을 유도하면서, 이과생들과의 외연 강화를 동시에 노리는, 일종의 유시민식 갈라치기 혹은 벤다이어그램적 분류 전략이 느껴진다. 아직도 빨아먹을 단물이 남았는지, 과학계의 밥상에 숟가락을 슬며시 들이미는 모양새가 영 미덥지 않다.
진정코 과학적 사고방식을 존중한다면, 지금도 사회 전반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서울대 문과 프리미엄의 작용에 대한 반성이 선행되었어야 할 것이며, 과학 전공자들이 문과 출신 정치인 때문에 감수해야 했던 불이익과 처우에 대한 재고를 언급했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자기 성찰 없는, 뜬금없는 과학 찬양은 과학 전공자가 듣기엔 공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