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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야일기 - 북극 마을에서 보낸 65일간의 밤
김민향 지음 / 캣패밀리 / 2025년 3월
평점 :
*본 서평은 예스24 리뷰어로 당첨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극야일기>는 미국의 최북단 마을인 배로우에서 저자 김민향님이 겪고 생각하신 내용을 담담하게 일기 형태로 작성한 책이다.
책의 전체적 구성에서 저자의 특성이 나타난다. 매순간을 최대한 기록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일기를 작성한 날짜뿐 아니라 시간까지 적혀있어서, 저자가 글을 써내려 갔을 상황에 더욱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글뿐만 아니라, 블랙매직 카메라와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들은 독자에게 '배로우'라는 공간에서 느꼈을 저자의 감정과 생각을 시각적으로 구체화시켜준다.
#배로우 #극야
'극야'는 해가 뜨지 않고 밤만 지속되는 겨울철 고위도 지방에서 나타나는 기후 현상이다. 사계절과 밤낮의 변화가 명확한 대한민국에서는 낯선 현상이다. 때문에 극야 현상 자체가 문학적으로 느껴졌다. 밤만 지속된다... 어쩌면 '밤(night)'으로 상징되는 우리의 삶의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다. 그 순간들이 약 70일간 지속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만약 밤이 내게 우울감을 가져다주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면, 70일간의 지속은 나를 좌절하게 한다. 하지만 사실 살아가다보면 우리는 단번에 해결할 수 없는 여러 문제와 난관들을 겪게 된다. 한낱 개인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관 앞에서 우리는 좌절한다.
#극야일기
'극야' 현상이 한창일 때 저자는 그곳에 머물렀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곳에서 겪는 상황을 저자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도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자세히 기록했다. 저자가 미국 최북단에 위치한 '배로우'로 가게 된 이유부터 소개된다. 단순히 사건을 압축적으로 요약하여 제시하지 않고, 그 사건에서 느꼈던 감정을 일기 형태로 보여준다. 일기를 읽으며 저자의 입장에 공감하며 책의 내용에 몰입하게 된다.
저자는 마음 속에 드리워진 어둠을 해결하기 위하여, 한달음에 밝은 빛 속으로 달려가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철저히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저자에게 빛이 되어준 존재는 반려묘라고 일기에 기술하였다. 반려묘가 그곳의 낯선 상황에 적응을 못한 탓인지 계속 토하는 내용이 나온다. 어쩌면 반려묘는 빛이 되어준 존재이기 전에 저자와 함께 어둠 속을 걸어 온 동반자가 아니었을까.
<극야 일기>를 읽으며 나는 힘들고 무기력하게 하는 어둠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행동했던가 반추하게 되었다. 한없이 추락한다. 해야 할 것들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반드시 해야할 것들을 최대한 미루다가 더 이상 늦으면 안 될 상황까지 미룬다. 미루고서 내가 하는 행동은 침대에 누워서 무한 스크롤의 굴레로 들어가는 것이다. 저자는 어둠 속에서 일기를 썼고, 생계를 위한 글을 썼고, 손가락에 동상을 입을 만큼의 추위 속에서 드론을 띄어올려 영상을 남겼다.
나를 거세게 억누르는 현실과 사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곳은 어쩌면 우리가 기록함으로써 들어갈 수 있는 내면세계가 유일하지 않을까. 상상과 희망같은 긍정적인 부분은 미약할 수 있지만, 기록하며 몰입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유일하게 허락된 여정이 아닐까. 그래서 저자는 <극야일기>를 저술하기 위한 단편 조각들을 모았고, 나는 <극야일기>를 읽으며 인상깊은 문장을 옮겨적고 서평을 작성한다. 이처럼 <극야일기>는 저자의 진솔하고 담담한 자기표현을 통해, 독자에게도 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책이다. 더군다나 큰 마음을 먹고 가야만 하는 북극 최북단 마을의 풍경을 글로써 생생하게 묘사하고, 사진으로써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덕분에 극한의 새로운 세계를 간접경험하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슬픔이 떠다니도록 내버려두어 보려 합니다. 세상이 흘러가도록, 필요 없는 것들에 사로잡히지 않고 눈 돌리지 않고 이곳에서 삶의 본질에 대해, 영원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합니다. - P20
뉴욕이라는 공간에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나는 겉돌다가 성실히 살지 못하고 겉핥기처럼 거기를 떠났다. - P50
머리가 맑아지고, 소비가 줄고 탄산 욕구가 없어지고 욕망이 잦아든다. 이곳에서는. - P97
돈을 아끼자. 하지만 매일 나가자. 밖에 나갔다 오니 우울함이 줄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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