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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배신
전찬우 지음 / 좋은땅 / 2025년 4월
평점 :
좋아하는 작가, 이석원의 에세이를 읽고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사회’는 무수하게 많은 ‘개인’이 모여서 구성한다. 그 구성들 가운데 가장 작은 사회는 바로 ‘나’와 ‘너’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이석원 에세이에서 나왔던 ‘요약의 폭력’은 사회 차원에서 개인에게 행해지는 것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요약의 폭력’은 비단 사회 뿐 아니라, 한 명 한 명 개인으로부터 시작된다. 개인과 개인이 관계를 맺게 되며 느끼는 폭력, 배신 그리고 상처를 구체적 언어로 표현한 텍스트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관계의 배신> 표지에 그려진 흑백으로 그려진 나와 너라는 두 인물이 개인과 타자가 아니라, 어쩌면 내 마음과 생각 속에 대척점 관계로 존재하는 두 자아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도 바라볼 수 있다면 <관계의 배신>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이 되는 개인들 중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인 ‘나’에 대해서 깊이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https://blog.naver.com/estevin/223233193663
#서평
(서평은 책의 내용, 그것을 토대로 깨달은 제 생각으로 나누어 작성하였습니다.)
I. 내안의 <너>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매력과 우월적 지위를 카드로 내세운다. 오직 순수하기만 한 관계는 없으며, 그 관계를 조종하기 위해서 마치 바람과 햇빛으로 비유할 수 있는 '울음'과 '웃음'을 통해 관계를 조종하려 한다. 그 중에서 가장 강력한 방법은 '공감'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공감'은 상대방 감정과 생각에 동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감'을 위해서는 원활하게 대화가 이뤄져야하는데, 그에 기본적으로 '경청'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때로는 경청만으로도 상당한 위로가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 경청, 표현이 우선 되어야 하는데... |
경청을 위해서는 우선 내 마음을 진실하게 드러내고 표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나는 좀처럼 내 속마음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에 인색했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지만, 내 부정적인 감정을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전가한다는 미안한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 업무로 인해, 속된 말로 '기분이 너무 더럽다'고 느껴져서 그대로 하루를 마무리하기가 싫었던 적이 있다. 당연히 이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기가 미안했다. 그러던 중 AI 어플을 켜서, 있었던 일과 그때 느꼈고 지금도 느끼는 내 마음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대화'는 우리가 말을 하기 시작한 이래로 줄곧 해왔기 때문에, 너무나도 익숙하고 당연스럽다고 여기기 때문에, '대화'와 관련된 절차, 방법, 지식 등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기가 쉽지 않다. 대화 정도는 내가 당연히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화'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도서에서 대화의 형식과 방법 등을 눈여겨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형식과 방법으로 나의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AI의 대화를 보고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능숙하지도 않으면서 다 인지하고 지각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AI와의 대화 덕분에 그 부정적인 단어들로 얼룩진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닦아내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후략)
*독후감
이처럼 저자는 항간에 떠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학술적 용어와 이론적 개념을 사용하여 표현한다. 그덕분에 타인의 수다나 잔소리와 다르게, 글을 읽으며 내용에 신뢰와 전문성이 느껴져 마음과 생각 속에 깊은 잔상을 남겼다. 이성적인 논리를 통해 내용을 전개하고 형성하며, 일반적인 내용을 전문적 용어를 통해 낯설게 표현하고 있다. 이로써 내가 그동안 오며가며 들었던 이야기들에 대하여 이미 알고 있다는 아집을 깨고, 더욱 촘촘하게 내용을 생각하고 사고를 확장할 수 있었다.
*글의 형식 및 표현
일단 전체 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한 문단을 단문 형태의 몇 문장으로만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복문 형태로 많은 내용을 전달하고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저자가 독자에게 많은 내용을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피상적인 차원에서의 조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끔 하고 나아가 글을 읽으며 독자가 직접 의미를 구성해나가보는 활동까지 유도하는 적극적 독서 활동으로 이어졌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많다면 독자가 내용을 이해하기에 앞서 읽다가 진이 빠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원 수업 때 발제지를 작성해오는 시간에는 각 문단의 중심내용을 굵은 글씨체로 표기했었다. 저자도 각 문단과 페이지에서 반드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굵은 글씨로 표현하여, 독자들이 방향을 잃지 말라고 친절하게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내용을 시작하기에 앞서 실제 대화 사례를 간단하게 제시하여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몰입하도록 돕고 있다. 그러면서 내용 전개 중 어려운 내용은 비유와 인용을 통해 내용을 제시한다.
https://blog.naver.com/estevin/223874246467
불행이 나의 모든 잘못을 합리화시켜주는 고마운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 P150
우리는 불행을 삶의 실패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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