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다정한 미술관 - 일상에서 발견한 31가지 미술사의 풍경들
박상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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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미술관에 가서 어슬렁거리는 걸 좋아했던 터라 <도시는 다정한 미술관>이라는 제목에 끌렸고, 거기에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미술 작품에 대한 답사기일 거 같아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도시는 다정한 미술관>

 

 예상과는 달리 도심 속 작품에 대한 설명보다는 미술사를 전공한 작가가 우리 사회에서 화제가 된 내용이나 주변에서 보고 느끼고 깨달은 내용을 신문 칼럼으로 연재하고, 그 칼럼들을 모아 엮어진 책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여러 예술 작품이나 건축물은 물론, 사회, 인문, 인류, 역사, 미술 등등 다방면의 정보를 담아서 내용이 지루하지 않았다. 책을 읽어가며, 단순히 미술사에만 국한되지 않은 작가의 견해가 정말 해박하다는 인상을 받아서 작가의 소개글을 보니 이해가 갔다.

 미술사, 사회학을 전공한 뒤 미국과 한국에서 뉴미디어 스타트업과 벤처투자 활동, 작가 활동, 번역 활동 등등을 해왔다. 박상현 작가를 박학다식한 빌 브라이슨으로 비유하는 이유가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예술을 감상하는 것은 반드시 시간을 내어 특정 장소에 가서 감상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곳곳에서 발견했다. 일상을 관찰하면서, 고정된 편견을 걷어내고 내 눈과 더불어 내 생각을 훈련하여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다양한 팁을 주었다.

한 예로 작품에서 웃는 표정에 대한 작가의 설명을 들 수 있다. 예전에는 생각해 보지 못한 문제였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외국의 유명한 작품들의 주인공이나 인물들은 웃지 않고 있다. 웃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웃는 건 미성숙하고 천박하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예술 문화를 지배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작품 속 웃는 이를 정신병이 있거나, 술에 취하거나, 평민이나 천민 등으로 표현한다는 게 많았다고 한다.

 

<프란스 할스의 여인, 29>

 

 

<아이나 평민만 웃음을 짓는 김홍도의 서당과 미국 고등학교 연도별 앨범사진 속 표정 변화. 1900년대 초와 중반 이후의 표정이 다르다. 32~33>

 

 천시되던 웃음이 지금처럼 흔해지고 인물 사진이나 작품 속에 표현된 이유는 미국의 광고 산업의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했다고 한다. ‘특정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메시지 대신 사용하면 행복해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으로 광고 산업의 흐름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메시지 전달로 가장 좋은 방법은 사진 속 인물이 활짝 웃고 있는 광고였다.

<1913년의 코닥 광고, 35>

 

 이렇게 책 곳곳에는 내가 알지 못한 예술 작품 속 숨어있는 많은 역사와 편견, 편견을 타파하려는 노력을 설명해 준다.

작품 사진도 실려 있고, QR 코드를 제공해 더 많은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조각은 원래 흰색이었을까?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럼 색칠된 대리석 조각은 어떤 모습일까? 63쪽의 QR 코드를 검색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흰색의 그리스 대리석 조각이 채색되었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흰색의 대리석 조각이 채색된 모습의 예를 담은 QR코드>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작품도 많았는데,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었는데 바로 메두사 호의 뗏목워싱턴D.C에 위치한 베트남전 참전용사 기념관이다.

 

<메두사 호의 뗏목 그림>

<베트남전 기념관>

 

 책에 작품이 크고 자세하게 실린 것도 아니어서 처음에 이들이 주는 울림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작가가 덤덤히 써 내려간 프랑스판 세월호 사건 이야기와 베트남 참전 기념관의 설립 비하인드를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말 아는 만큼 보이는구나.) 메두사호의 뗏목은 그 당시 20대의 무명화가였던 제리코가 집념으로 일구어낸 거대한 작품이다. 무능한 선장이 몰던 배에서 탈출하면서 탔던 뗏목에서 표류하다가 150명이 15명으로 줄어든 시점을 그리기 위해 제리코는 부랑자 시신을 가져다가 습작을 남겼을 만큼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한다. 이는 무명화가가 진실을 알리려는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제리코의 습작>

 

또한 익명으로 건축 디자이너를 모집하여 건립하려던 베트남 참전 기념관은 초기 설계안이 공개되자 많은 미국인들이 분노했다. 지금껏 그들이 알던 기념비의 공식을 깬 검은색의 단조로운 벽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건축가의 정체가 밝혀지자 또다시 들끓었다. 건축가는 예일대에 다니는 스물한 살의 중국계 여성 마야 린이었다. 중국과 베트남을 구분하지 못하는 그 당시 미국인의 눈에는 미국 수도에 베트남전 기념비를 베트남 여자에게 맡긴다고 난리였다. 하지만 그 많던 반대는 건립과 동시에 사라졌다고 한다. 검은색 벽에 새겨진 전사자의 이름을 보면서 숨기고 참았던 슬픔이 놀랍도록 단조롭게 생긴 검은 벽 앞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무채색의 단조로운 작품을 통해 내면이 풍경이 되어내면의 슬픔을 마주했던 것이다.

 

<베트남전 기념관 개관일에 몰려든 인파 QR코드>

 

 이 책은 많은 작품도 나오지만 그 작품을 해석하고, 나아가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 배경과 작가의 의도, 나아가 현재의 우리들이 보는 세상 속 풍경을 들여다보도록 이끌어 준다.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이미지들이 당연한 것이 아닌 우리 인류의 역사가 쌓인 산물이며, 이런 당연함을 타파해 보기 위한 작가들의 혁신적인 노력들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 책은 나에게 이런 노력을 볼 수 있도록 나의 눈과 생각을 훈련하여 일상의 작은 것들에서 전에는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기회를 준 거 같다.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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