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킬조이 - 쉽게 웃어넘기지 않는 이들을 위한 서바이벌 가이드 Philos Feminism 9
사라 아메드 지음, 김다봄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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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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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joy 란, 어떤 자리에서 즐거움이나 흥을 깨는 사람.
페미니스트 킬조이는 성차별적인 발언이 오고 가는 자리에서 흥을 깨고 눈을 홉뜨는 '기꺼이' 성가신 존재가 되기로 한 사람들이다. 모든 킬조이들이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들은 킬조이다.

❝ 킬조이 다짐:나는 기꺼이 불행을 초래하겠다❞

이 책은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사라 아메드가 쓴 페미니스트 킬조이들을 위한 서바이벌 가이드다. 저자 자신의 경험과 다른 여성들의 경험을 공유하며 페미니스트 킬조이라는 연대의식을 갖게 하고 그들이 당황하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어느 때든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 페미니스트 킬조이의 다양한 진실, 등식, 격언, 다짐, 읽을거리 등을 모아 하나의 핸디북으로 완성했다.

❝ 킬조이 격언 : 우습지 않을 때는 웃지 마라!❞

젠더 평등을 위해 싸우는 것은 천성에 대항에 싸우는 것이므로 페미니스트들에게 불행한 이미지가 고정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불행한 이미지를 벗겨내기 위해 행복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자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에게 목소리를 주어' 부정성의 방향을 틀어 다른 쪽으로 밀어내고자 한다.

❝ 킬조이 다짐:나는 기꺼이 페미니스트의 행복을 방해하겠다.❞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지점은 페미니즘 내부의 '백인성'(백인 페미니즘)과 트랜스젠더 혐오다. 페미니스트 내부의 유색인 페미니스트에 대한 인종차별주의를 언급하며 페미니스트 내부에서 차별을 겪는 페미니스트들도 기꺼이 킬조이가 될 것을 말한다.

❝ 킬조이 진실: 우리가 계속해서 말하는 것은 그들이 계속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페미니스트 킬조이에게 다양한 생존(자신의 다짐을 지켜 나간다는 의미)팁들을 알려준다. 시간 낭비이며 심리적으로 힘든 토론은 거부할 것을 충고한다. 더욱 페미니스트 킬조이가 되기 위해선 경험을 쌓고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마지막 저자는 '즐거움을 망치는 일을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프로젝트로 접근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즐거움을 망치는 일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프로젝트다. 그건 우리가 무엇을 보여 주는지(페미니스트 킬조이 문화 비평가), 어떻게 아는지( 페미니스트 킬조이 철학자), 무엇을 만드는지(페미니스트 킬조이 시인)에 관한 프로젝트다. 따라서 무엇을 무너뜨리는지 (페미니스트 킬조이 활동가)에 관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책의 끝부분은 킬조이 진실, 격언, 다짐, 등식을 요약해 묶어 실제 핸디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독서모임에서 논의해 볼 질문들과 다양한 관련 읽을거리들을 모아놓다.

4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의 책이지만 재밌고 쉽게 쓰였다. 다양한 사례들 (저자 자신의 경험과 다른 사람들의 경험, 문학 작품 안에서의 예들)은 나의 경험도 물론 있었다. 아니, 적어도 한국의 여성들이라면 누구든 킬조이가 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킬조이라는 것이 페미니스트들의 부정적인 면을 드러내는 말이 아닌, 페미니스트들을 연대하게 하고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킬 엔조이 (enjoy) 하기를!



🔖유대가 폭력을 무시하고, 인종차별주의를 무시하고, 심지어 우리 자신을 무시할 것을 요구한다면, 그 유대는 부러지는 것이 마땅하리라.(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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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하의 것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호영 옮김 / 녹색광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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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렉은 알면 알수록 빠져든다. 보통 이하의 것들이지만 보통 이상의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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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봄
한연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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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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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추워서 잔뜩 움츠러드는 계절, 타인의 곁을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내 곁을 내주기 쉽지 않은 계절이다. 이런 계절에 딱 어울리는 따뜻한 그림책이 뭉끄1기 마지막 책으로 도착했다.

❝작은 숨들이 찾아낸 숨은 봄❞

봄을 찾아가던 기나긴 여행 중, 무리의 낙오자가 된 작은 새에게 아이는 쉴 공간을 내준다. 높고 높은 곳에 오르면 봄을 만날 수 있다는 작은 새의 할머니 새가 해주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새와 함께 봄을 찾아 나선다.

이 둘이 봄을 찾는 모험 중에, 숲속 동물들이 그들의 작은 숨을 보태 그들의 모험을 응원한다. 그러나, 세찬 눈바람으로, 작은 새도 동물 친구들의 숨이 담긴 외투도 모두 잃게 된다. 소녀는 자신을 처음 찾아왔던 작은 새에게 자신의 따뜻한 숨을 나눠준 것을 떠올리며 곧 다시 만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작은 숨을 불기 시작하자 할머니 새가 아이의 외투와 함께 작은 새를 안고 나타난다.

❝마음속 작은 씨앗이 탁, 하고 트이는 것만 같았어.❞ 🌱

한연진 작가님의 <숨은 봄>을 읽고 나면 작은 것이라도 나눌 줄 아는 마음, 그 마음이 나에게 주는 힘, 작은 것들의 소중함,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작은 것들의 힘이 모여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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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 - 편견과 차별을 넘어 우주 저편으로 향한 대담한 도전
린디 엘킨스탠턴 지음, 김아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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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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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성과학자로서 과학계와 교육계에 만연하고 당연시된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맞서 업계의 관행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연구 프로젝트(프쉬케)를 어떻게 성공시켰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질문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내가 팔을 뻗어 주변 풍경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학문의 주도권이 대부분 남성에 있던 1980년대, MIT에 입학하지만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겪는다. 질문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던 린디는 MIT에서는 질문이라는 것은 자신의 무지를 나타내는 것이고 상대를 찌르는 검이라는 걸 알게 된다.

첫 결혼 생활 전후로 린디가 겪었던 우울증의 근원은 어릴 때 여러 차례 당했던 성폭행에 있다. 당시 가족에게 사실을 알려지만 여자에 대한 편견이 있던 엄마는 딸의 고통에 외면했고 가족들은 피하고 덮어두는 방식을 택했다. 어릴 때의 이런 경험은 린디가 많은 시간을 공포 상태에서 보내는 PST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리게 했다. 린디는 과감하게 전문 심리치료사와의 상담과 치료를 통해 이를 극복한다. 린디의 이런 의지로 그녀는 30대 중반 이후 공포가 사라지게 된다. 스스로 결정하는 이런 의지는 그녀가 앞으로 학계에서 살아남고 성공하는데 크나큰 원동력이 된다. 또한 '자신이 거대한 우주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라는 깨달음'이 그녀를 버티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지질학과 방대한 지질학적 시간, 행성의 성장 과정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취약성과 실패를 덜 위협한 것처럼, 그리고 결국 덜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제임스에게 수학은 일상의 진실과 대면하는 관점과 안도감을 주였다. 그레그에게 은하들 사이의 엄청난 거리는 일상에서 겪는 순간의 작은 고통을 가라앉혔다. 광대한 시간은 내 마음을 크게 위로한다. (141p)

석사를 마치고 학계를 떠났다가 다시 학계로 돌아온 린디는 몇 차례 걸친 시베리사 현장 탐사를 통해 '시베리아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러시아 등 다른 나라 과학자들과의 협업 중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편견을 겪으며 여성 과학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한다. 남성 스탠더드의 탐사 과정에서 여성이라서 받는 편견에도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의식적으로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오랜 프로젝트 기간 동안, 여자 상급자로서 어떻게 팀워크를 만들어 성공을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한 협업의 노하우를 쌓아간다.

❝싸우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

❝이것은 권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학대하는 사람들과 학대받는 사람들 사이의 싸움이었다.❞

그녀를 지금의 그녀로 만든 두 가지는 싸움과 질문이다.
여성 학과장으로서 학내에 만연한 여성 편견에 맞서고 교수들의 제자들에 대한 미투를 위한 행동을 선도한다. 그녀의 이러한 지속적인 공론화는 '성추행이 표절이나 자료 위조를 판단하는 하나의 척도이자 과학적 비위 행위'로 인정하게 만든다.

질문으로 세상을 이해했던 린디는 훌륭한 연구용 질문을 위한 '질문 생산성 지수'를 만들어 질문의 가치와 규모, 구체성을 판단한다. 좋은 질문은 연구로 확장되고 배움의 장을 수직관계를 수평관계로 바꾸게 한다. 모든 질문은 '메타 인지'인 것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위해선 '영웅모델'은 필요 없다.

난소암에 걸리고 치료를 받았지만 도전에 대한 열정은 누그러들지 않는다. '프시케 프로젝트'의 책임 연구원으로 그녀는 자신의 이전 경험들을 모두 살려 결국 나사로부터 승인을 받게 된다. 프로젝트를 따 낼 수 있었던 건 그녀의 합리적인 연구 방식과 팀워크였다.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그녀는 프로젝트의 투명한 수행을 위해 오늘도 벽돌 한 장을 쌓아 올린다. '인생의 가치를 성공이 아닌 소소한 부분과 매일의 노력이라는 그녀는 그 자체가 진보이며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말'(366p)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팀의 습성을 바꾸고 사람들을 조직하는 문제에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나 물리적 법칙은 없다. 무엇을 찾아내든 그것이 옳다고 주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변화는 실제로 일어난다. 이것은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람들이 팀을 이루어 일하는 방식이다.(57p)

🔖지식의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실제 우주만큼 복잠하고 방대하며 다차원적이지만, 우리가 열심허 탐색하기 전까지는 눈에 잘 띄지 않고 사실상 거의 보이지 않는다. (131p)

#젊은여성과학자의초상 #린디엘킨스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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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 스펙트럼
신시아 오직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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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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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숄은 마법의 숄이었다.❞

유대인 수용소에서 굶주림에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로사 루볼린은 자신의 15개월 된 딸 마그다를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숨겨 키우고 있다. 젖은 말라 나오지 않은 지 한참, 마그다는 낡디낡은 숄의 모서리를 빨아먹으며 배고픔을 달랜다. 마그다에게 있어 숄은 마르지 않는 양식이자 요람, 위안이었다. 로사의 열네 살 조카 스텔라는 마그다의 숄이 탐난다. 몸을 숄에 감싸 살인적인 추위를 조금이라도 피하고 싶다. 스텔라는 이기적인 질투심으로 마그다의 숄을 훔친다. 숄이 없어진 마그다는 엄마를 부르며 막사 밖을 나오다 병사에 발각돼 전기 울타리에 부딪혀 떨어져 죽는다.

멀리서 마그다가 병사에게 붙잡혀 가는 것을 지켜본 로사는 스텔라에게서 되찾은 숄을 들고 로사에게 달려가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한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숄로 틀어막으며 제자리에 못 박힌 듯 서있다. 살기 위해서. 죽지 않기 위해서.

🔖지금 그녀의 뼈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늑대의 울부짓음을 토해냈다가는 그들이 총을 쏠 테니까. 그래서 그녀는 마그다의 숄을 쥐고 입에 쑤셔 봉었다. 꾸역꾸역, 늑대의 울부짓음을 삼키게 될 때까지, 꾸역꾸역, 마그다의 침이 배어든 계피와 아몬드 맛이 느껴질 때까지. 그리고 로사는 그 울부짓음이 마를 때까지 마그다의 솔을
마셨다. (20p)

전쟁이 끝나고 난민이 되어 미국에 온 지 30년이 흘렀다. 로사는 스텔라가 주는 생활비로 버틴다.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이 된 스텔라는 수용소에서의 기억을 덮고 미국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쓴다.
그러나 로사의 인생은 죽은 마그다의 환영을 보며 고통으로만 점철된, 여전히 수용소의 삶을 살고 있다.

❝ 내 스스로를 가둔 이곳은 지옥이야.❞

로사의 시계는 수용소에서 마그다를 잃은 후 멈춰있지만, 사람들에게는 지나간 역사의 한 페이지일 뿐이다. 로사는 절대 잊지 못하는 기억을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이해하지도 못 했다. 뉴욕에서 마이애미로 옮겨 와 묵고 있는 호텔에서의 삶은 지옥 그 자체다. 불구덩이 같은 뜨거운 날씨는 그녀의 몸을 달군다. 스스로 고행하는 삶, 삶이 없는 삶, 그녀는 생각 안에 똬리를 틀고 웅크린다.

🔖"삶이 없는 사람은," 로사가 대답했다. "자기가 살 수 있는 데서 사는 거죠. 가진 게 생각뿐이라면, 생각 속에서 사는거고요." (45p)

전쟁으로 삶을 빼앗긴 사람들의 삶, 홀로코스트 이후 과거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답이 없는 질문.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이후의 로사는 홀로코스트의 생존자 연구를 위한 유용한 데이터를 위한 표본일 뿐이다. 그녀는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번호로, 난민으로 생존자, 표본으로서 존재할 뿐이다.

❝ 무고한 사람을 철조망 뒤에 가두는 건 나치뿐이에요!❞

해변을 거닐다 사유지에서 나가지 못해 철조망 안에 갇혀 버린 로사, 그녀를 붙잡는 과거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철조망에 갇힌 로사 자신을 보여주는듯하다. 철조망에 갇힌 그녀를 아무도 알지 못한다.

로사와 스텔라가 장거리 전화 통화를 할 때, 스텔라가 말한 '장거리 (전화)'에 유령처럼 나타난 나비가 된 마그다, 30년 전 마그다가 철조망에 부딪힌 모습을 '먼 거리'에서 지켜보던 로사가 나비로 본 것처럼, 그렇게 나타났다. 로사는 마치 죽은 자를 위한 제문을 읽듯 그녀의 과거를, 역사를 마그다에게 들려준다.

세상은 그녀를 미쳤다고 하지만, 로사의 눈에는 그들이, 세상이 미쳤다. 그리하여 미치지 않고는 미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로사의 입을 틀어막아 꺽꺽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작품을 관통하는 그녀의 독백은 억눌린 슬픔으로 가득 찼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듯한 철책이 그녀 주위를 둘러싼듯하다. 마그다와 함께 했던 수용소 생활과 현재의 로사의 삶은 나란히 간다. 작가가 홀로코스트 역사를 직접 격지 않고 이 작품을 썼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그 정도로 감정의 밀도가 높아 장편을 읽은 듯한 기분이었다.

지금도 이어지는 전쟁과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한 과거사, 그곳에서는 오직 평범한 사람들만이 지옥을 경험한다. 누구를 위한 전쟁이고, 홀로코스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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