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평점 :
🐕🐕🐕🐕🐕
무더운 여름, 혹한의 추위를 느끼게 한 책이다.
'생즉통, 통즉생' 이라고 했던가
사는 게 고통이고, 고통을 느끼기에 살아있는 거라고.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오늘 치의 고통을 가늠하고 몸을 일으키는 사람들,
고통을 이기기 위해 더 큰 고통을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
이성적인 영역에서 나올 수 없는 답을, 초자연적인 영역에서라도 구하려는 사람들을 나는 상상하지 못한다.
어린 시절 동안 불의의 사고로 죽어버린 형을 연기하고 일생을 성별자와 구원의 사역에 시달렸던 요한을, 무정한 엄마가 자신을 고통 속에 처넣고 철저하게 외면하고 백색증을 앓는 아들 세민까지 얻게 된 혜정을, 반 삶을 포기한 듯 늘 술에 절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엄마를 바라보며, 친구들의 조롱과 멸시를 감당하며 오직 1등자리로 아슬하게 버티고 사는 백색증 환자, 세민을 내가 어찌 이해할 수 있겠나. 사는 게 고통이고, 고통을 느끼기에 살아있는 그들을.
책 속에 등장하는 고통받는 이들은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 끊임없이 내게 질문을 던진다. 이 정도의 고통인데 구원은 힘드냐고. 절규한다. 얼마나 자신을 고통 속에 내던져야 구원을 받을 수 있겠냐고. 그들은 매일 혹한의 밤을 보낸다.
📖 아주아주 오래전에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추운 밤에 개를 끌어안고 잤대. 조금 추운 날엔 한 마리, 좀 더 추우면 두 마리, 세 마리.... 엄청 추운 밤을 그 사람들은 '개 다섯 마리의 밤'이라고 불렀대. (209p)
다르다는 이유로, 혐오하고, 무시하고 그들의 약점을 드러내 천박한 우월감을 느끼지는 않았는지 손톱을 물어뜯으며 기억을 더듬어 본다. 책을 읽은 지 여러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가슴이 시리다. 손. 발이 차가워진다.
고통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구원해 주는 것은 무언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라고 그들은 믿는다. 믿음이 너희를 구원케 하노라. 그들을 나는 무지하다고 어리석다고 미련하다고..말하지 못하겠다.
탄탄한 구성과 끝임없이 독자를 고통의 늪으로 끌어들이는 차가운 문장들이 뜨거운 태양에 녹아내리는 감각을 담금질해 예민하게 만들어줄 소설이라 생각된다.
📖 엄마도 알지? 천국을 바라보고 있는 곳, 거기가 지옥이란 거. (64p)
📖 천국을 바라보고 있는 곳이 지옥이라면, 지옥을 바라보고 있는 곳은, 그 지옥마저 부러워서 침을 삼키며 바라봐야 하는 곳은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할까. (65p)
📖 기우제가 결국 성공하는 건 비가 내릴 때까지 기도를 멈추지 않기 때문이라잖아요. (83p)
📖 이해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거라면 그건 이미 온전한 이해가 불가능한 사이란 뜻이다. (101p)
📖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슬픔을 다스리는 거더라고. 분노도 원망도 배신감도 다 다독일 수 있는데 그 모든 게 지나간 뒤에 남는 슬픔은 어떻게 해도 다독여지지 않더라고. (138p)
📖 우습게 보이는 것보단 재수 없어 보이는 편이 훨씬 나아요 (228p)
*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개다섯마리의밤 #채영신 #은행나무
#황산벌청년문학상 #서평
#독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