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음 - 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
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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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끊임없이 감각을 정련시키는 사람이다.  실패를 예감할 수밖에 없는 행동이라도 작가는 자신을 밀어내는 쪽으로 다가간다.  매 순간 도사리는 폭력의 위험 속에서 웅크려 있었던 자신을 다시 세우려는 힘은 어느 순간에도 후회하지 않기 위함이고, 외부에 의해 단절된 또는 왜곡된 감각들의 회복이다.

경험하지 못한 1980년대에 대한 서사를 꾸짖은 교수에 대한 작가의 항변은 몇 번을 읽었다.  여전히 시대를 운운하거나 페미니즘이나 여성학자들, 여성작가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가진 자들이 가르친답시고 교단에 서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소설가로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끊임없는 물음과 스스로 찾아내는 답들, 외부의 세계와 타인의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과 깨달음이 자신의 산문의 밑거름이 돼 가는 과정과 무엇보다 솔직한 그녀의 글은 한참 동안 내 마음에 머무를 것 같다. 그녀의 글은 나의 세계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디딤돌이 된다.

결국 상대는 나에게 대체 가능한 존재인데 나는 상대에게 유일해야 한다는 건 이기적인 욕망일 뿐이다. 그러므로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이다. (61p)

나의 산문이란 언제나 내 육체가 거했던 당시에 완성되지 않았고, 내가 그것을 끊임없이 재의미화하여 성장해갔을 때 어느 날 비로소 만들어졌다. (71p)

언어는 결국 그것을 사용하는 사회의 재현이어서, 타국의 언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의 일부가 되고 싶은 욕망에 다름없는 것이었다. (109p)

권위로 무장한 누군가들의 질문을 반박으로 철회할 필요도 있다는 걸 (back talk) (123p)

어차피 유토피아는 결코 도달하지 않는 과정일 뿐이다. (173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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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사라지기 전에
박혜미 지음 / 오후의소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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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름다운 책이에요. 윤슬이 일렁이는 바다를 보다보면 뭔가 다시 시작할 용기가 생기는듯하고요. 보드를 타는 남자의 움직임에 따라 제 마음도 움직이는 것 같아요. 빛이 사라지기전까지 뭐든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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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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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혹한의 추위를 느끼게 한 책이다.

'생즉통, 통즉생' 이라고 했던가
사는 게 고통이고, 고통을 느끼기에 살아있는 거라고.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오늘 치의 고통을 가늠하고 몸을 일으키는 사람들,
고통을 이기기 위해 더 큰 고통을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
이성적인 영역에서 나올 수 없는 답을, 초자연적인 영역에서라도 구하려는 사람들을 나는 상상하지 못한다.

어린 시절 동안 불의의 사고로 죽어버린 형을 연기하고 일생을 성별자와 구원의 사역에 시달렸던 요한을, 무정한 엄마가 자신을 고통 속에 처넣고 철저하게 외면하고 백색증을 앓는 아들 세민까지 얻게 된 혜정을, 반 삶을 포기한 듯 늘 술에 절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엄마를 바라보며, 친구들의 조롱과 멸시를 감당하며 오직 1등자리로 아슬하게 버티고 사는 백색증 환자, 세민을 내가 어찌 이해할 수 있겠나.  사는 게 고통이고, 고통을 느끼기에 살아있는 그들을.

책 속에 등장하는 고통받는 이들은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  끊임없이 내게 질문을 던진다. 이 정도의 고통인데 구원은 힘드냐고. 절규한다. 얼마나 자신을 고통 속에 내던져야 구원을 받을 수 있겠냐고.  그들은 매일 혹한의 밤을 보낸다.

📖 아주아주 오래전에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추운 밤에 개를 끌어안고 잤대. 조금 추운 날엔 한 마리, 좀 더 추우면 두 마리, 세 마리.... 엄청 추운 밤을 그 사람들은 '개 다섯 마리의 밤'이라고 불렀대. (209p)

다르다는 이유로, 혐오하고, 무시하고 그들의 약점을 드러내 천박한 우월감을 느끼지는 않았는지 손톱을 물어뜯으며 기억을 더듬어 본다.  책을 읽은 지 여러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가슴이 시리다. 손. 발이 차가워진다.

고통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구원해 주는 것은 무언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라고 그들은 믿는다.  믿음이 너희를 구원케 하노라.  그들을 나는 무지하다고 어리석다고 미련하다고..말하지 못하겠다.

탄탄한 구성과 끝임없이 독자를 고통의 늪으로 끌어들이는 차가운 문장들이 뜨거운 태양에 녹아내리는 감각을 담금질해 예민하게 만들어줄 소설이라 생각된다.

📖 엄마도 알지? 천국을 바라보고 있는 곳, 거기가 지옥이란 거. (64p)

📖 천국을 바라보고 있는 곳이 지옥이라면, 지옥을 바라보고 있는 곳은, 그 지옥마저 부러워서 침을 삼키며 바라봐야 하는 곳은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할까. (65p)

📖 기우제가 결국 성공하는 건 비가 내릴 때까지 기도를 멈추지 않기 때문이라잖아요. (83p)

📖 이해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거라면 그건 이미 온전한 이해가 불가능한 사이란 뜻이다. (101p)

📖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슬픔을 다스리는 거더라고. 분노도 원망도 배신감도 다 다독일 수 있는데 그 모든 게 지나간 뒤에 남는 슬픔은 어떻게 해도 다독여지지 않더라고. (138p)

📖 우습게 보이는 것보단 재수 없어 보이는 편이 훨씬 나아요 (228p)

*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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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되는 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3
최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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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서 감춰야 했던 유약한 감정들,그 감정들의 비정상적인 표현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변명하고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를 위로한다. 책을 통해 인간은 나이와 상관없이 성장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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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김계영 외 옮김 / 레모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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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했어도 여성이 겪는 부당함은 여전히 존재한다. 누구든‘얼어붙은 여자‘가 될 수 있다. 아니 에르노의 이야기는 다르지만 내 얘기다. 이것은 다르지만 당신의 얘기고 다르지만 모든 여성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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