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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 이응
김멜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8월
평점 :
#제공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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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의 단편이 담긴 소설집으로 어느 작품 하나 가볍게 읽히는 것 없이 모두 묵직했다. 현실과 판타지가 적절하게 섞인 단편들의 소재는 이전에 접해보지 못했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지하철에 살면서 사람들의 나쁜 감정을 먹고 사는 저퀴와 지하세계의 질서를 잡는 잡귀 (지하철은 왜 샛별인가), 배꼽을 통해 내면의 신진대사를 드러내는 사람들 (젖은 눈과 무적의 배꼽), 성적 욕구나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이응'이라는 기계 (이응이응), 석기시대 죽은 인간의 독백 (물먹은 편지) 등. 작가님의 상상력에 혀를 내둘렀다. 또한, 그 이야기들 속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마음들이 가슴 시리고 아름다웠다.
특히, <물먹은 편지>는 사랑의 형식이 모두 사라진, 사랑 그 자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청동검으로 옆구리를 찔려 죽은 검저리, 그녀가 강물에 던져져 살점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면서 몸이 다 분해될 때까지 아들 돌삐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을 물 위에 구슬프게 써내려가는 과정이 너무 아름다웠다. 이 작품은 중, 장편으로 더 읽고 싶은 마음이 컸다.
왜 김멜라 작가님을 이제서야 알게 된 건지,..🥹
🔖태어난다는 것은 한 사람의 마음에 갇히는 일이구나. 죽을 고비에 처하면 잠시 그 마음에서 놓여나는구나. (좀비손금, 73p)
🔖사람들이 몰라야 하는 게 있다. 손금은 운명의 지도가 아니다. 손금은 손아귀로 움켜쥔 욕망의 그물이자 삶을 헤매게 하는 미로다. 그러니 손금은 보통의 해석과는 다르게 읽어야 한다. 가령 당신은 두뇌선이 좋습니다'라는 말은 머리가 좋아 성공한다는 게 아니다. 좋은 머리가 삶을 옭아매고 심지어 죽어서까지 그 욕망이 좀비처럼 되살아나 다시금 우리를 태아의 자리로 끌어간다는 뜻이다...
손금은 그 사람이 갇힌 감옥의 설계도다. (좀비손금, 83p)
🔖밤하늘을 올려보며 가상의 가로축과 세로축을 그려놓고 '저 별은 최악의 결말, 저 별은 사서 하는 걱정' 그렇게 막막한 내면의 질서를 가늠해보는 것처럼. 못난 자책이나 비관은 먼 거리의 폭발인 것 처럼.
"뇌 과학적으로 마음이란 건 없대. 그냥 정보처리 기술이래. 불안에서 초점을 돌리고 머리를 똑똑하게 하면 된대.' (아무래짜, 207p)
🔖나는 쿠키를 우유에 찍어 먹으며 해가 진다'는 말을 생각했다. 해가 진다, 꽃이 진다, 숨이 진다..... 엄마가 읽어주던 동화책에선 사람들의 숨이 졌다. 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 말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꽃이나 해처럼 숨이 지는 거라면 언젠가는 꽃처럼 피어나고 해처럼 다시 솟아날지도 몰랐다. (메깨라 께라,360p)
#이응이응 #김멜라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