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요, 투우사여 암실문고
페드로 레메벨 지음, 임도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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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요 투우사여 두려워요, 오후가 되면 당신의 웃음이 떠오를까 봐 ❞

1973년 칠레,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켜 군사독재 정부가 세워졌고, 1983년 시작된 민주화 운동은 1986년 절정에 달한다. '두려워요, 투우사여'는 민주화 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1986년 칠레의 산티아고를 배경으로, 애국전선에 몸담고 있는 20살 청년 카를로스를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그의 비밀 운동에 자의반 타의 반으로 가담하게 된 퇴물 드랙퀸, '앞집의 미친년' 로카의, 칠레의 역사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인생을 담고 있다.

🔖카를로스. 그 이름을 부르고, 그 이름에 혀를 대보고, 음절을 음미하고, 하나하나 씹어보고, 그렇게 카를로스라는 소리로 자신을 가득 채우면 그녀 자신이 하나의 내뱉는 숨결로 변하는 듯했고, 그 너무도 깊고 넓은 이름 카-아를로스의 ㅋ과 ㅏ사이에 폭 안긴 듯했다. 존재만으로도 온 집을 환히 비추는 카-아를로스. (16p)

카를로스는 로카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용해 그녀의 집을 비밀모임을 위한 장소로 사용하고, 반정부 전단지나 암살을 위한 무기들을 숨기기 위해 이용한다. 로카는 이 모든 상황을 눈치채지만 모르는 척 그저 카를로스가 떠날까 두려워 자신의 이용당함을 용인한다. 로카는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을 예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카를로스를 사랑한다.

🔖아직 좀 남았는데, 무슨 선물 줄거야? 화살 하나. 그럼 활은? 내가 너의 활이 될게. (52p)

독재자 피노체트와 로카의 이야기가 병렬 구조로 펼쳐지다 애국전선의 피노체트 암살 시도가 펼쳐질 때 즈음 긴장감이 고조되며 두 이야기가 병합되면서 절정을 이룬다. 군부독재를 타도하기 위한 국민들의 저항운동과 대조적으로 독재자 피노체트의 행동은 우스꽝스럽고 부인에게 무시당하며 늘 악몽에 시달린다. 피노체트는 자신을 콘도르에 투사하지만 오히려 악몽 속에서 콘도르에게 눈을 쪼이게 되는 나약하고 불행한 인간일 뿐이다.

카를로스의 독재자 암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로카는 끝내 카를로스의 사랑을 얻지 못하지만 그가 자신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순수하게 제 품을 내어주었다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미친년처럼 끝까지 사랑하고 끝까지 제 마음을 내어주고 끝까지 슬퍼하는 로카, '이게 로카가 끝까지 행복을 쥐어짜는, 그녀가 아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림 속에는 작은 형상들 조그맣고 미친 어린 새들 날고 싶은 새들.... ❞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을 울리는 무수히 많은 문장들에 취하게 되고, 배경음악처럼 로카가 슬픈 목소리로 부르는 Lora Flores의 'Tengo Miedo Toreo'가 들리는 것 같다. '목소리로 꽃을 피우며' 자신이 수놓은 화려한 식탁보를 투우사의 망토처럼 흔들며 '금지된 것에 이끌려' 춤을 추는 그녀는 한 마리 벌새다. '작은 회오리를 일으키며 성가시게 지그재그로 날아다니며, 아침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하지만 내 나이에 그렇게 도망칠 수는 없거든, 꿈을 좇아 떠나는 미친 늙은이처럼, 우리의 만남이 가능했던 건, 두 개의 다른 이야기가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간신히 손만 잡고 있었기 때문이야. 여기서 일어나지 않았던 일은 이 세상 어느 곳에 가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나는 강아지처럼 네게 사랑에 빠졌고, 너는 그냥 내가 사랑하도록 놔둔 거야. (262p)

#을유문화사_서평단
#두려워요투우사여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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