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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웨인 케스텐바움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3월
평점 :
#제공도서
이 책은 굴욕에 대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폭력성과 불가피한 관계 방식에 대한 고발과 논의가 주제일 것이라는 생각이 이 책의 핵심에 벗어나는 것이라는 역자의 말에 동의한다. 이 책은 굴욕이 가진 비관적 의미를 넘어 인간적 성찰로 향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지극히 개인적인 굴욕이라는 담론을 기꺼이 공개적인 장소에 내놓는다.
저자 웨인 케스테바움은 자신의 굴욕담과 유명 인사들의 굴욕담을 이보다 더 적나라할 수 없을 정도로 솔직하게 서술한다. 저자가 자인하듯 상당수가 성적인(남근적인), 육체적인 굴욕담이라 읽는 도중 책을 여러 번 덮어야 할 정도로 거북하기도 했다. 이토록 저자가 자신의 가장 밑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솔직한 이유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굴욕은 거짓말로 꾸며낼 수 없기에' 스스로가 완전한 굴욕 전문가가 되어야만 굴욕이 가진 함의를 진정성 있게 얘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그 굴욕 상황을 대리 체험하는 타자에게 일정 부분 '자신도 모르게 굴욕을 가하는 사회적 엔진의 일부(100p)'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저자의 표현으로 '속뚫림 작용의 효과'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된다.
🔖나에게 굴욕은 불티를 날리고 소낙비를 오게 하는 기관차이자 기폭제이자 교훈담이자 신령한 장면이며, 나는 굴욕이 왜 나에게 그런 장면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나 자신의 삶을 위해) 이 책을 쓰고 있다. (43p)
굴욕 없는 세상은 불가능하지만, '상황을 바꿀 수 없으니,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책을 읽고 나면 '쓰레기 더미 같은 굴욕이 자기 인식을 위해 선행 사건'임을 수긍하게 된다.
🔖우리는 굴욕으로부터 탈출하려고 시도하고 또 시도한다. 그러다가 몸이라는 감옥으로, 덜컥, 다시 밀어 넣어진다. 몸이라는 무대에서 대본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대본은 우리더러 실패하라고 하고, 죽으라고 하고, 더럽다고 한다. 쓰레기통으로부터의 탈출은 불가능하다.(96p)
🔖TV 그 자체가 굴욕의 몸종, 굴욕의 첩자, 굴욕의 프락치, 굴욕의 선교사, 굴욕의 바이러스다. (137p)
🔖굴욕은 아픔이지만 초월로 가는 우회로이기도 하다. (141p)
#굴욕 #웨인케스텐바움 #인문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