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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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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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이 서로 다른 네 식구가 틀어진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이야기이며, 소설 속 정희와 영한의 가족의 모습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의 민낯이 드러난다.

좌파 성향의 부모와 이대남으로 2를 찍은 아들, 그리고 정의당을 지지하는 딸. 윤정권으로 바뀐 후, 다들 정치 얘기에 더욱 민감해져있다. 급기야 아들 동민과 영환은 관계가 틀어지게 되고 동민은 집을 나가버린다. 가족을 다시 화해시키고자 딸 하민은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하는데 하민은 자신이 레즈비언이고,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며, 그 상대는 터키인이라는 폭탄선언을 한다.

네 식구가 서로의 진심과 고민을 조금씩 드러내며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면서 겨울이 지나고 봄은 다시 시작된다.

젠더 이슈, 젊은 세대의 취업난과 현실적인 결혼 문제, 혐오 스피치, 코로나 이슈, 핼러윈 이태원 사건, 세대갈등과 양극화 등 대한민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과 이슈들을 신랄하게 이야기한다. 이니셜 없고 실명을 깐다.

지구본에서 찾아도 작고 작은 나라가 경제와 문화면에서 우등생 반열에 올라섰으나 정치는 여전히 뒷걸음치는 것 같다. '민주주의는 결코 간단한 질서가 아니다. 법 제도만으로 되는 게 아니고 상식과 문화가 받쳐줘야 한다.' '이게 나라냐?' 소리가 절로 나오는 요즘, 파시즘일지라도 현재의 정치 경험도 민주주의 학습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정치혐오나 정치 무관심에 빠지지 않아야 함을 우리는 잊지 않는 게 중요하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나라에도 독일의 보이텔스바흐협약같은 정치 협약이 만들어지는 날이 오기를. 정치에도 꽃 피는 봄이 찾아오기를 바라고 믿고 싶다.


🔖혐오 팬데믹은 한 사회가 공유하는 상식을 무너뜨리고 있고 이것은 민주주의 위기 이전에 한 시대의 정신이 당면한 위기다. 혐오가 분별심을 삼켜버린 다음, 정치적 판단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좋으냐 싫으냐'가 된다. 내 편에 유리하면 옳고 저들 편에 유리하면 틀린 것이다. 수만 개 매체가 난립하는 미디어 과포화 상태에선 정보가 많기 때문에 전체를 보기는 더 힘들어지고 균형감각을 갖기 더 어려워진다. 편향된 정보의 개미지옥, 일용할 양식이 무한 공급되는 병커에 틀어박혀 생각의 히키코모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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