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맛집 산책 - 식민지 시대 소설로 만나는 경성의 줄 서는 식당들
박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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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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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일제 강점기 시대(1930-40년대)의 서울, 경성의 유명한 열 곳의 맛집과 인기 메뉴를 소개한다.

지금의 남대문 근처는 당시 '본정'이라고 불렸는데 그곳에 조선 최초의 서양요리점 '청목당'이 있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에도 종종 등장하는 도쿄 청목당 본점의 경성 지점인 셈이다. 비프스테이크, 프라이드 피시 같은 서양요리와 돈가스, 고로케같은 '화양절충'이라 하여 일본인의 입맛에 맞춘 서양식 요리들이 주를 이뤘다.

그 외, 본정에는 가족 나들이 장소였던 미쓰코시 백화점 식당, 일본요리옥인 '화월', 과일 디저트 가게이며 후르츠 파르페로 유명한 '가네보 프루츠팔러'가 있었다. 서양요리 코스보다 다소 저렴하게 제공됐던 '런치'가 인기 있었다. 이들 식당에선 조선요리가 제공되지 않았는데 식당 손님들 대부분이 일본인이었고 당시 국밥 가격의 몇 배나 되는 가격을 치르고 가긴엔 부담스럽기도 했다.

조금도 프라이빗 한 공간을 제공했던 일본요리옥들은 이후 해방 후, '조선요릿집','요정'으로 변해가며 술과 음식을 접대하는 공간이 되었지만 지금은 '요정'이라는 이름은 사라졌지만 비슷한 기능의 업장들이 있다.

종로엔 경성 유일의 조선 음식점인 화신백화점 식당, 김두한윽 단골 설렁탕(조선인의 소울푸드)집인 이문식당, 경성냉면을 제공한 동양루가 있었다. 이문식당은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다!

일본인 회사와 거주지가 밀집해 있던 본정의 서북쪽인 장곡천정엔 조선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음식점인 조선호텔 식당이 있었다. 프랑스 코스요리(서민들의 한 달 식비보다 비싼)를 제공했으며 숙박비도 상당히 비쌌다.

지금의 을지로인 황금정엔 일본 미술학교를 졸업한 이준석이 '낙랑파라'를 개업했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로 잘 알려진 이곳은, 갈 곳 없는 목일회, 구인회 등 예술가들의 모임 공간이 되었다. 일종의 아지트인 셈이다. 커피를 주력으로 팔았지만 맛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한다. 황금정엔 조선공산당의 창립총회가 열렸던 중화요리점, 아서원도 있었다.

식당과 요리를 소개하는 신문기사와 광고, 방인근의 <마도의 향불>,심훈의 <불사조>,김말봉의 <찔레꽃>, 이무영의 <명일포도> 등 식민지 시대의 소설에서 재현된 식당들과 요리들이 그 당시를 더 생생하게 보여주는듯 더 재밌게 읽었다.

🔖그들은 하던 말을 잠시 끊고 곁에서 와서 주문을 받으려는 여급 아이에게, "정히 씨는 무얼 잡수시렵니까?" 채필수는 메뉴를 들여다보며, "글
세, 나는 런치를 먹지." (...) 정희는 아이더러 "저, 밀크하고 팡을 가져와." "팡은 빠타를 발라요?" 아이가 물었다. "음! 그러구.... 좋아, 그것만 가져 와?"
"그걸로 점심이 됩니까?" "아까 나올 때 무얼 먹엇세요"
_ 동아일보에 연재된 장혁주의 <삼곡선>

식민지를 긍정하는 경험으로 이런 소개가 조심스러울 수도 있으나 저자는 소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당시 조선에서의 외식문화의 정착과 분화를 보여 주며, 맛집에 드리워진 식민지의 그늘과, 지금 우리 외식문화의 유래를 되짚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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