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의 미친 여자들 - 여성 잔혹사에 맞선 우리 고전 속 여성 영웅 열전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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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웅(雄)이 우두머리를 뜻하는 말이자 수컷을 뜻하는 말이란 사실에서 알 수 있듯, 고전적인 영웅 이야기는 철저한 남성 중심의 서사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가부장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20p)

영웅 하면 떠올리는 인물들이 있다. 떠올리는 인물들은 대부분 남성들이고 그들이 펼치는 활약상은 비슷하다. 여성 영웅이라고 할 때 '이질적인 존재, 딱 들어맞지 않는 존재'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남성중심의 영웅서사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회나 제도에 의해 약자가 될 수밖에 없고 차별을 겪는 여성들이 운명에 휩쓸리기보다는 '자기 운명의 주체가 되어 용기를 내 세상에 걸음을 내딛는 옛이야기 속 여성 영웅'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거나 세상 끝을 향해 모험을 떠나지 않았어도 그 자체로 영웅이라 불릴 수 있다.

공주로 태어났지만 버림받고 시련과 모험 끝에 죽은 아버지를 살려내고 신으로 정좌한 <바리데기> 이야기는 우리 이야기 속 여러 여성 주인공들의 이야기의 기본 토대다. '출발-입문-귀환'이라는 영웅의 여정을 거치는 바리데기 이야기에서 우리나라의 옛이야기 속 여성 인물들이 어떻게 변주되고 연관되는지 저자는 이야기한다.

1.여성 영웅에서 중요한 어머니, 또는 이에 준하는 이들_
<숙향전>의 숙향은 가부장제에 굴복한 친어머니에 의해 버림받지만 이후 수양어머니와 여신어머니에 의해 보호받고 마고할미(어머니 여신)의 인도를 받아 모험을 마친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와 화해하고 이로서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온전히 자신으로 살아간다.

2.아버지라는 숙명적 비극, 자식보다는 가문이 소중한_
여성 영웅의 아버지들은 대게 딸들에게 관심이 없고 오히려 시련을 준다. '자식 사랑'으로 포장된 무능한 <심청전>의 심봉사, <장화홍련전>,<콩쥐팥쥐전>에는 계모보다 무서운 무관심한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의 안일한 시각은 가정폭력, 아동학대로 이어지며, 불화와 잘못을 계모의 몫으로 전가한다. 여성이 의지할 곳은 자궁가족 밖에는 없다.

3. 결혼의 족쇄와 사랑으로 낡은 세계에 균열을_
<사씨남정기>와 <숙영낭자전>을 통해 혹독한 시집살이와 가부장제가 얼마나 여성의 인격을 말살하는지 보여준다. 미혼모가 된 <당금애기>의 당금은 스스로 감당한 시련과 모험으로 삼신이 된다. 여성들은 죽어 신이 되어도 여성들을 돌보는 존재가 된다. 가부장이 생사여탈권을 쥔 사회에서 여성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대안 중 하나는 사랑이다. 운명에 도전한 궁녀의 사랑을 보여주는 <운영전>, 계급을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주는 <춘향전>의 춘향이 있다. '계급의 벽에 균열을 내는 혁명의 이야기다.'

4. 여성 영웅의 발전_
<박씨전>의 박씨는 명예남성이길 거부한 여성 영웅이었다. 남성보다 더 뛰어난 지혜로 가정을 이끌고 그 뜻을 이어갈 제자를 길렀다. 사회의 유리천장을 뚫기 위해 남장을 한 홍계월, 남장을 하고 나라를 구했지만 가정을 벗어나지 못한 영웅 <이학사전>의 이현경, 레즈비언과 동성의 대안가정을 상상한 <방한림전>을 통해 여성 여웅이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여성 여웅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부장적인 사회와 차별 자체가 고난인 사회에서 여성은 태어나면서 모험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된다. 진짜 자신들을 찾아가는 여성 영웅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다른 여성들을 구하는 손짓이다. 남성들이 세계를 구하는 바깥일에 몰두해 있을 때, 여성 영웅들은 남성성의 세계를 뚫기 위해 끝없이 고군분투했다. 여성들은 나 자신을 먼저 찾아야 했기때문이다.

🔖여성 영웅의 경우, 아테나 여신처럼 어머니가 삭제된 '아버지의 딸'이 아닌 이상, 여성 영웅에게 더 중요한 이들은 어머니, 또는 어머니에 준하는 이다. 딸의 시련은 어머니의 상실에서 시작되고, 어머니에 준하는 존재들의 보호를 받아 성장하며, 어머니 여신의 인도를 받아 모험을 떠난다. 그리고 여신 어머니의 사랑과 가르침을 통해 성장해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딸은, 한때 자신이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그 어머니와 화해하고, 그 상처를 감싸준다. 상처받은 어린 딸은 이 과정을 통해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성장한 개인으로서,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삶의 자유]를 손에 넣는 것이다. (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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