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인간 - 좋아하는 마음에서 더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정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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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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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마고'로 인상에 강하게 남았던 한정현 작가의 산문집이다. '환승인간' 이라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제목은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의 삶을 운용하는 방식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태어나 지금까지 내가 스스로 만든 이름은 스무 개도 넘는다. 난희, 경아, 경희, 서아, 윤재, 프란디에, 안드레아..... 이름 뒤에 숨어 있으면 편안한 기분이다.

작가는 한정현이라는 이름이 제한하는 삶을 벗어나기 위해서 다른 이름들이 필요했고 그런 이름들은 삶을 덜 무료하게 하고 위안을 주기도 하며 좀 더 인생이 가벼워진 기분을 들게 한다.

🔖나는 무수한 이름을 만들어냈고 환승을 거듭하며 적어도 그 안에서는 조금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살 수 있었다. 나 자신이 많으면 많을수록 한 명이 비대해지지도 않았고, 그러다 보니 숨을 공간이 많아졌다. 당연히 숨 쉬기도 편안했던 거다.

사랑을 하게 되면 상대가 좋아할 나를 만들어 다른 나로 환승한다. 이러한 환승은 애정이 식어 집착 내지 짐이 될  수 있지만 작가는 환승한 곳에 매몰되지 않는다.  '가보지 않은 세계를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경험하면서 진짜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최초이자 최후의 환승지는 자기 자신인 것이다.' 

외부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신에게 솔직하면 다른 세계로의 환승도 수월하고 스스로를 규정짓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무언가에 사로잡히는 것도(열정) 가능하게 한다.

소설 쓰는 한정현은 소설 속에 그녀의 진심과 진실을 토해낸다.  그래서 소설 속엔 환승한 그녀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다.  '자신의 의견을 타인의 이야기 뒤에 숨어서 극적으로 드러낸다.' 

환승을 즐겨 하며 즐거움을 자주 연장해도 가끔씩 '흥미대출정지구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체기가 오기도 한다. 그러나 여러 개의 환승을 거쳐 다시 소설로 돌아온다.  소설에서 다음 환승은 어디일까. 

그녀가 본 많은 영화들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하고, 삶을 통찰하게 한다.  환승 전엔 이런 자신의 내면이 단단해지는 환승 구간을 통과한다.

작가에게 환승이란 온전한 '나'가 남는 것, 오롯이 나로 환승하는 것이다.  어쩌면 수많은 환승은 결국 종착지인 자기 자신으로 가는 길 위에서 벌어지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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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작품 '소녀 연예인 이보나'를 읽어야겠다.

🔖무조건 '살아있을 것'이 내 인생의 모토이다. 다만 살아 있을 때 재미있으면 좋으니까, '여러 이름'을 뒤집어쓰고 '여러 존재'로 환승하며 살아보는 거다. (139p)

🔖용서와 구원은 하나의 사상이나 절대자에게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그렇게 회피로써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자신이 죄를 지었던 대상 앞에 자신을 드러내고 마주 보았을 때 용서와 구원이 가능할지도 모른다..(217p)

🔖행복한 시간이란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균형을 잡는 것. 내 안으로의 붕괴를 이끌어내는 것. 타인의 등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 안의 균형으로 일어서는 것 아니었을까.  그 균형을 찾기 위해 기꺼이 붕괴되면서 말이다.  (2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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