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누구니? 비룡소 창작그림책 76
노혜진 지음, 노혜영 그림 / 비룡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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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인 노혜진 작가가 글을 쓰고 노혜영 작가가 그림을 그린 이 책은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의 인생 여정을 통해 여성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한다.

1922년 해주에서 태어난 정자 씨와 비슷한 시기에 성주에서 태어난 월순 씨, 당신들의 얼굴과 손의 주름 속에 켜켜이 쌓인 삶의 궤적이 보인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고, 병으로 남편을 잃은 두 할머니는 힘든 역경 속에서도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부지런히 일하며 자신의 삶을 오롯이 아이들을 위해 바친다. 아이들이 유일한 삶의 희망이다. 두 할머니의 삶을 흑백의 세밀한 그림으로 보여주는 이 책은 당시를 사랑과 인내로 살아내야 했던 할머니들에게 바치는 흑백영화 같다.

책에 묘사된 그림 속에는 내 기억에도 거의 희미해진 어렴풋하게 남은 할머니의 냄새가 배어있다. 개다리소반, 석유풍로, 아궁이가 있는 부엌..그림들은 냄새를 소환한다.

책을 덮고 다시 표지 그림을 유심히 보자니, 그림 속의 여자아이는 월순 할머니고, 정자 할머니고, 해순 할머니고, 순이 할머니고, 우리의 할머니, 할머니의 할머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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