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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평점 :
이 소설은 일본 전역을 뒤흔든 기지마 가나에의 혼인빙자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여러 명의 남성을 꼬신 이 여성의 외모가 흔히 말하는 못생긴 여자여서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사건이다. 🤔
뚱뚱한 외모와 식탐으로 주변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동급생보다 성장이 빨라 일찍 초경을 시작했지만 아무도 자신에게 신경 쓰거나 칭찬해 주지 않는 서운함에서 시작된 걸까. 음식, 특히 버터가 많이 들어간 프랑스 요리에 대한 집착과, 성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여성상을 갖게 된 가지이 마나코, 결국 자신 스스로를 욕망의 대상으로 본다.
버터는 우유로 만들어졌고 우유는 피로 만들어진다. 가지이 마나코는 풍미 좋은 고급 버터를 극찬한다. 버터는 그녀의 외적 풍만함과 모성애를 상징하고 우유를 먹고 자라는 아이들처럼 모성애가 결핍된 남성들을 자신의 버터 풍미 가득한 요리로 유혹하며 모성애를 풍겨 발앞에 굴복시킨다. 그녀의 태도엔 외모와는 상관없는 자신감이 늘 넘친다. 그녀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았고 그것으로 타인에게 인정과 칭찬을 갈구한다.
"가지이가 진짜 살인자인가를 알아내기 위해 책을 읽어나가지만, 리카의 시선으로 가지이를 바라보게 되고 어느새 버터처럼 유들유들한 그녀의 언변에 나도 놀아난듯한 기분이다. 가지이 마나코의 범죄 취재기로 시작됐지만, 취재를 통해 리카나 레이코가 결국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해 나가는 치유기가 된다. 누군가가 소중히 여기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취재기는 결국 리카 스스로를 위한 마음이었다. "
처음부터 중반까지는 진짜 책에서 버터 향이 나는 듯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흰 쌀밥에 에쉬레 버터 올려 비벼 먹지 않을 수 없다. 그라탕은 조만간 꼭 해먹어야겠다.🧈
그나저나, '삼보이야기'는 아이들 어릴 때 샀던 전집에 있던 책이다. 그때 내용이 너무 섬뜩해서 따로 빼서 애들 못 보게 했었는데.. 😨
📖 여자는 날씬해야 한다고, 철이 들 때부터 누구나 사회에 세뇌된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 뚱뚱한 채 살아가겠다는 선택은 여성에게 상당한 각오가 필요하다. (31p)
📖 상대를 통째로 삼키고,사라질 때까지 씹는 것. 그것이 가지이의 소통 방식이었다. 그건 어쩌면 그녀 나름대로 애정을 쏟는 방식이지 않았을까. 수도 없이 딱지를 떼어내서, 평생 사라지지 않을 흔적을 공들여 만드는 것처럼 (549p)
📖 지금의 자신을 긍정하지 못하고, 자신감과 광기로 넘치는 여자가 옳은 것 같아서 그녀에게 빠진 고지식한 여자들. 믿고 자신의 얘기를 할 사람이 필요한 모든 여자들 쪽이지 않을까?(55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