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치면 처음부터 시점에 혼동이 오지만 곧 현재의 다비드와 아만다가 자신들의 과거를 역추적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된다. (주술이 개입되었기에 가능한?) 즉, 지금과 과거의 아만다가 이야기에서 동시에 공존한다.사람들을 기형적인 모습으로 바꾸고 죽음으로 몰고 가는 원인은 의외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구조 거리의 모순, 가시거리 안에 있는 상대는 언제나 내가 구조할 수 있는 영역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 눈에 보이면 안심하고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은 생각하지 않는다. (아만다의 구조 거리에 있지만 니나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장면들은 묘한 긴장감을 준다.)그러나 상대가 확실한 구조 거리 안에 있다 해도 죽음은 때론 그것을 무시한다. 죽음은 우리의 눈을 속이고 뒤통수를 치며 살며시 잽싸게 치고 빠진다. 우리가 아무리 예의 주시해도.이 책을 읽으며 가습기 살균 사건이 떠올랐다. 위험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살균제가 습기를 머금고 호흡기로 들어와 목숨을 위협하리라 누가 예상했겠나.이 책은 칼과 총과 피와 살점이 낭자해서 무서운 게 아니다. 우리의 목숨을 겨누는 것들은 주변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고 때론 우릴 죽일 수 '없어야만' 하는 것들이 우리를 죽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소름이 돋고, 공포가 밀려드는 것이다.모골이 송연해지는 일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