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장 피드 포르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그리고 피니스테레까지의 500여 킬로미터가 넘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여정을 마침으로서 도를 깨치듯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나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거창한 일이 아니었음을 작가는 고백한다.오히려, 갈망과 무언가를 열망하게 만드는 의지의 관성을 만들었다고.삶에서 우리를 불안케하는 것은 돈이나 사랑같은 세속적인 것이 아니라 작가님이 얘기한 이정표 없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익숙해진 조개표시의 이정표들은 순례자들에게 매일 목표를 일깨우게하고 해가 떠오르기 전 발을 내딛어야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의지를 장전시킨다.그러나, 순례의 끝은 거창하지도 대단하지도 않다. 오히려 세상에 혼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 당황한다. 방향도 목표도 완수되어 사라진 후 내가 찾고 가야할 방향은? 그러나 사라진 것 같은 이정표는 보이지 않을 뿐 몸 속에 체화되어있고 내가 가야할 방향으로 몸을 돌려 세운다. 묵묵하게 부단하게 가라고.거창할거라는 예상과 달리 솔직하게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문장들이 좋았다. 그리고 은근한 유머감각도.내 남은 인생에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는 건 쉽지 않을 것 이다. 그래서 눈으로 마음으로 작가님의 순례길에 몰입하여 동행했다. 내 가슴엔 산티아고 순례길의 흙냄새가 새겨지진 않았지만 연하게 그 냄새쯤은 맡은 듯 싶다. 📖 인간이란 패치워크같은 존재가 아닐까. 세상을 살아가며 배우고 익히고 원하는 것들을 조금씩 짜집기해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한 인간의 개성이라는 것도 인수분해하를 하면 누군가에 귀속되는 조각들로 나뉠 것이다. 인간은 결코 짙은 개성을 가진 본연의 존재로 태어나지 않는다. 개성 내지 정체성은 스스로 형성해가는 것이다. (147p)ㅡㅡ자기만의 모험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