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그림자들 마지막 왕국 시리즈 1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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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0년 7월 22

떠도는 그림자를 읽기 시작했다그림자들이 많다세상을 피해 철학과 신념을 지키고 글을 쓴 사람들을 모았다소설이기 보다는 기록이다철저하게 감상을 배제한 문장이다식욕 대신 글을 쓰는 그림자들을 찾아내는 키냐르의 소설은 실존인물과 상상인물의 혼합이다하지만 거의 실존 인물이고 실존했던 철학이다.

이 책을 필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필사는 어렵다시간을 먹어야 한다허리는 더 굽어야 하고 오른쪽 손마디는 군살로 굳어가야 한다김언희 선생님의 <GG>를 필사 하겠다고 했지만 시작도 안 했다그래도 이 구절만은 바로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출근 시간이 다가오지만 쓰야겠다.

나는 받아쓴다키냐르가 부르는 대로.

5장 노르트스란트

 

아르노와 니콜은 아르덴 지방에 숨었다그들은 자신들이 이 세상의 땅 속에서 눈에 띄지 ㅇ낳고 앞으로 나가려 애쓰는 두 마리 두더지라고 말했다.

볼테르의 말에 따르면 자유롭게 글을 쓰는 기쁨이 아르노에게는 모든 것을 대신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포르루아얄 수도원은 미국의 한 섬을 사들여박해받은 청교도들이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곳에 정착할 계획을 구상했다.

그들은 홀수타인 해의 섬 노르트스트란트에 눈독을 들였다.

나는 지도에서 노스트르트란트라는 이름을 찾는다홀수타인 해안을 찾는다그런 바다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잃어버린 것은 어디 있는가잃어버린 것이 사라진 곳바로 거기에 마지막 왕국이 있다나는 루아르 강의 출렁이는 파도에서 그 그림자의 일부를 찾았다그런 ㄷ음 머릿속으로 그림자를 상상했다그러자 그림자가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2020.07.25.

남강에서 잠자리 사진을 찍었다.

 

2020.07.26. 일요일

126

이미지는 그 무엇의 재현이 아니다언어 없이 이미지만으로는 의미가 없다우리가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면에서 보는 장면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이미지들이 문자에 앞서 전달했던 혹은 압축했던 신화의 이야기가 없었다면우리는 여전히 그 의를 알지못할 것이다.

이미지는 인가보다 먼저이다.

그것은 인간의 입에서 자연 언어가 발화되기 이전부터 있었다.

나는 다음 견해를 주장한다. “몇몇 동물들의 경우 꿈이 지어낸 것은 어떤 방향의 상류에서든 매혹적이다.”

쓸모없어진 문자기의 없는 기표인 화폐는 회귀하는 욕망의 제삼자이다.

 

*

조르주 바타유의 저주의 몫은 어둠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책들 중의 하나이다.

126 그는 자신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있다.

131 길 잃은 자들산성액이 의례적인 사회 생활에 뚫어놓은 구멍 같은 존재들이다.

 

158 언어에서 메뤼진의 금기는 가장 아름다운 테마이다.

보는 이를 돌로 변하게 하는 메두사의 아름다움은 유일한 아름다움이다인간의 세상을 능가하는 아름다움이다갑자기 몸이 마비된 짐승들이 알아보는 매혹적인 아름다움이다.

우울증 환자실어증 환자무언증 환자신생아어린애동상가진정한 음악가에로티시즘 애호가환상가사랑에 빠진 사람죽어가는 사람그들에게 그것은 유일한 아름다움이다.

 

말로 표현되려고 애쓰는 무엇을 생각하면서 알기도 전에 느끼는 것그것은 틀림없이 글을 쓰는 움직임이다한편으론 언제까지나 혀끝에서 맴도는 말로다른 한편으론 손끝에서 달아나는 언어의 집합으로 글을 쓴다발견의 시초에 소위 알아맞힌다고 부르는 것이다알겠다뭔지알겠어이어지는 것에도 초발심의 강도로 다시 불붙이기

 

159

이전의 어둠에서 모든 것을 끄집어내기사라진 것에 끝없이 줄을붙이기바로 그것이 엄밀히 말해 독서이다소멸하는 모든 것에 늦게나마 제 색깔을 찾아주기.

사방에서도처에서어디서나 새벽을 되찾기그것은 삶의 한 방식이다.

완연한 가을에 출생을 재현하기되찾을 수 없지만 사라진 여인을 소리쳐 부르기다른 기회란 없으므로 처음으로 불쑥 출현한 때 이 부단하고 예측할 수 없는 다른 존재를 다시 떠오르게 하기.

태어나기.

여전히 침묵과 관련된 언어는 둥지이다어둠과 관련된 가시 세계가 꿈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잃어버린 노래와 그 노래 뒤편으로 사라진 고대의 청각을 침묵으로 알려주는 문자그것이 문학이다.

그리고 마치 아직도 꿈속에 있듯 무의식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 혹은 천상의 이미지들을 재현해 놓은 동굴그것이 회화이다.

 

 

책들은 비밀의 사무국이다.

수도자에게서 수도자에게로

하나 사람에게서 한 사람에게로

 

2020.07.27. 월요일

 

166쪽 글을 쓰는 자의 고독과 읽는 자의 고독 사이에는 확고부동한 유대가 있다.

 

170쪽호메로스의 말이다.“비정치적인 한 개인은 내란이다.”

성경의 말씀이다. “혼자인 사람은 붏행할 지어다외톨이는 죽은 사라마이다.”

하지만 틀린 말이다.

지구 상의 어느 곳의 신화도 이렇게말하고 있다. “행복한 사랑이ᄅᆞᆫ 없다부족간의 교환과 계보상의 결합을 보존할 목적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틀린 말이다.

왜냐하면 행복을 맛본 금지된 연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은둔자방랑자주변인샤먼분리주의자포르투알의 은자들처럼 그 누구보다 행복했던 혼자인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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