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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평점 :
<욥기>는 기독교 구약성서의 한 권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3~4천년 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야기다. 이 '욥의 노래'는 비록 성경 안에 포함되어 있지만 서양문학사의 정전으로도 널리 인정받아 왔다. 빅토르 위고는 "인간 마음에 대하여 쓴 가장 위대한 걸작"이라고 평했으며, 키에르케고르는 욥을 가리켜 "시적 경지에 도달한 지극히 인간적인 시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욥기>가 시대를 초월하여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바로 인간의 고통이라는 보편적인 '난제'를 다루기 때문일 것이다.
총 42장으로 이뤄진 <욥기>는 사탄이 신에게 욥의 신앙을 두고 내기를 걸면서 시작된다. 욥의 신앙은 인생의 축복 때문이니 그걸 한 번 싹 거두어보자는 것이다. 신의 허락 아래 사탄은 욥의 재산과 가족, 건강을 빼앗아간다.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어버린 욥은 만신창이가 된다. 욥을 위로하기 위해 친구들이 찾아오고, 잘못을 했기에 벌을 받았다는 친구들과 결백을 주장하는 욥의 기나긴 논쟁이 팽팽하게 이어진다. 후반부에 이르러 드디어 문제의 신이 등장한다. "너는 만들어진 주제에 너를 만든 나의 권능을 무슨 수로 이해하겠느냐"는 말에 욥은 수그리고 신앙을 지킨다. 큰 시험을 견딘 욥은 이전보다 더 큰 은총을 받아 많은 재산과 자손을 거느리게 된다.
이기호 작가는 왠지 이 착한 욥의 이야기가 아니 꼬았나(?)보다. 오래 전부터 <욥기>의 후속편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젊었을 때는 죄 없이 억울하게 죽은 욥의 자녀의 마음으로 쓰고 싶었는데, 나이가 들어 아버지가 되니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욥의 마음을 이해해보고 싶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욥을 이해할 수 없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욥기 43장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현대문학, 2018)는 제목대로 목양면의 한 교회 건물에서 일어난 방화사건을 둘러싼 일들을 그려낸다. 소설은 차례차례 주변 인물들의 증언들로 채워진다. 목양고등학교 학생, 소방대원, 식당 주인, 교회 전도사, 구멍가게 주인 등등. 겹겹이 쌓이는 증언들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향해 다가가면서도, 우리 시대의 욥으로 불리는 최근직 장로의 삶의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양파 껍질을 벗기듯 한꺼풀씩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보이는 건 비루한 인간의 민낯이다. 전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에서 여러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었듯이 이기호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도 숨기고 싶은 찌질하고 은밀한 민낯을 드러낸다.
그게 설령 혐오스러워 보일지라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건, 바로 인간 고통의 극지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욥이 겪은 고통을 실제로 겪어보고도 욥을 향해 너무 순응적인 것 아니냐고 누가 쉽게 말할 수 있을까. 고통이 인생의 본질이듯, 약함은 인간의 본질이다. 그 약함을 가벼이 생각하지 않고, 떨리는 마음으로 겨우 붙잡고 한걸음씩 내딛는 일 말고 인생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