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우리 할머니를 만났어!
정혜경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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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진짜 할머니라니
그럼 가짜 할머니도 있다는 건가?

병원에 계신 친정엄마만 봐 온
자신의 아이를 위해 이 글을 쓰신 작가님

책을 읽고 나니 그 마음이 보이고
들려오는 것 같다

내 기억 속의 할머니도
늘 아랫목에 누워 계시거나
가래 끓는 기침을 하며 힘겹게 앉아
방문을 반쯤 열어 두고
툇마루 넘어 마당 입구에 들고 나는
방문객 할머니들을 맞이하고 배웅하셨다

나는 할머니가 두 발로 서 계신 모습은
사진에서만 봐서
사실 할머니가 그 시절 신교육을 받고
양반집에서 시집온 콧대 높은
도시 여성이라는 게 썩 와닿지 않았다

무겁지만 고운 비단 요 위에서
할머니는 약을 드셨고
기침을 하며 하얀 가루약을 털어 넣으셨다

할머니는 동네에 어르신이라
매일같이 문 닫을 틈 없이 손님이 오셨고
노인정이 없던 그 시절
할머니 방은 노인정이었다

내 할머니는 그러한데
우리 아이가 친구에게 이야기한다
"우리 할머니는 할머니인데 젊으셔~"

그 말에 풉 하고 웃었는데
생각해 보니 재미있기 보다
정말 감사하고 뭉클한 고백 같았다

젊은 할머니...
친정 엄마도 이제 곧 칠순을 앞둔
적지 않은 연세인 것을 알 리가 없는 아이들

할머니는 방학을 맞아
시골집 마당에
대형 풀장과 그늘막을 설치해 두셨고
자전거와 아이들 읽을 전집을 사두셨다

친정아버지는 냉동실 가득
아이스크림을 채워 두시고
딸들 좋아하는 아이스커피를 위해
휴가 내내 얼음 양을 체크하셨다

건강... 당연하지 않은 것들인데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육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마음을 들여다보는 자식이고 싶었는데

나 살길 찾느라, 내 자식 보느라
가끔 미루고 잊고...

내 아이들이
값없는 그 사랑을 알게 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

내 아이를 보고 나를 알고
나를 보고 내 엄마를 떠올린 하루
그리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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