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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cm (십센치) - 정규 1집 1.0
10cm (십센치) 노래 / 미러볼뮤직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노래야 듣고 좋으면 그만인 거고, 그냥 이 팀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이나 읊조려야겠다(귀한 점심시간을 쪼개서 쓴 글이 헛손질 한 방에 사라진 것도 리뷰가 추레해진 이유 중 하나다).
십센치는 한 2년쯤 전에 길에서 처음 봤다. 길거리에서 생 라이브로 기타와 젬베만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보컬의 목소리는 듣는 이의 '오감이 찌릿찌릿'해질 만큼 매력이 있었다. 게다가 이들은 노래를 잘 들었으면 "돈 주세요"라고 자기 노래에 대해 당당히 요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땐 그냥 실용음악과 학생들이 용돈 버는 중인가 싶었는데, 얼마 후에 공연장에서 우연히 이들을 보게 됐다. 그때 '십센치'라는 팀명을 듣고 떠올린 것은 아마도 다른 이들도 떠올렸을 바로 그것이었다. '킹스타'나 '헤이 빌리' 같은 노래를 들은 후라면 상상은 야한 쪽으로 가게 마련이고, 꼭 야한 쪽이 아니더라도 지난세기에 나온 <야!이십세기야>라는 민중가요 음반의 이름이 떠오른 정도라고 쳐도 중고딩의 입에서 나오는 그 관용문구/은어/감탄사... 뭐 그런 걸 생각할 테니 이 팀의 이미지는 어쨌든 맨해튼스럽다기보다는 경북 상주나 전라도 보성... 같은 것이었다.
어쨌든 이들은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었고, 이에 위기를 느낀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리더 조까를로쓰는 '십센치 때문에 불쏘클의 입지가 좁아져 은퇴해야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불쏘클이 해체한 이 마당에 좀 오바하자면, 십센치는 불쏘클의 해체에 책임을 느끼고 이들의 재결합을 주선해야 할 것이다). 홍대 공연 시장을 쥐고 있는 20~30대 여성들의 전폭적인 인기를 받고 있는 탓에, 이제는 광속예매가 아니면 이들의 공연을 보기 힘들어질지도 모르니 조금은 아쉽다(좋아하는 가수가 돈을 많이 벌면 좋기야 하지만 공연을 보는 나의 안락함은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은 좋지만은 않으니).
각설하고, ep보다 음질이 좋아진 것도 같으나 제대로 된 오디오 시스템에서 들어보질 않아서 그것까진 잘 모르겠다. 보컬 목소리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지금 듣는 이어폰 탓인지도 모르겠고.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전체적으로 십센치가 가진 여러 모습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귀여운 변태하악하악라든가 소심한 맨해트너, 당돌한 나쁜남자, 알고 보면 감수성 풍만한 내 여자에게 따뜻...했으면 좋았을 차가운 도시 남자 등등. 편곡이 더 다채로웠으면 어땠을까 싶긴 하지만 이들이 첫 번째 정규 음반에서 들려주고 싶었던 것은 '껍질을 벗긴 날것의 노래'였던 것 같으니까 다음 음반을 기다려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