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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죄 : 검은 강 ㅣ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이연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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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학교 교수이자 중국 3대 추리소설가로 불리는 작가 '레이미'의 대표작이다.
『심리죄: 프로파일링』, 『심리죄: 교화장』, 『심리죄: 검은 강』, 『심리죄 : 도시의 빛』, 『심리죄 : 일곱 번째 독자』 등 총 다섯 권으로 이루어진 시리즈이지만 현재 국내는 국내에 소개된 전작 『심리죄 : 프로파일링』, 『심리죄 : 교화장』 두 권이 발간되었고 이번이 세번째이다.
처음 중국 추리를 접한 건, 드라마 백야추흉(Day and Night 白夜追凶, 2017)이었다.
중국학 전공자로서 꾸준히 중국 컨텐츠를 접하는데, 그 동안의 실망스러웠던 중국드라마와는 다르게 제대로된 퀄리티로 중국 추리 드라마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줬다.
드라마에서 느꼈던 것 처럼 중국소설도 일본/한국소설과는 다르게 폭력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자세하고, 잔인하고 생생하다. 잔혹함이 극대화 되어있다고나 할까?
이번 『심리죄: 검은 강』은 끔찍한 아동 인신매매 사건을 다루고있다.
부를 위한 사람의 잔인성과 이기심,
생존을 위해 인간이길 포기하는 삶의 방식,
경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삐뚤어진 도덕적 관념,
돈에 눈이 먼 부모가 직접 자식을 팔아 치우는 현실,
이 모든 인간의 악으로 물결치는 깊고 검은 범죄의 강을 검은강으로 레이미는 표현했다.
심리죄 시리즈는 모두 천재 프로파일러 팡무가 주인공이지만, 사건과 범인은 서로 달라 독립적인 작품으로 보아도 즐기는 데에 큰 무리가 없다.
처음으로 읽어본 심리죄 시리즈.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 강하고, 때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때론 부처가 아닌가 할 정도로 이타심이 강한 주인공.
어떤 사연이 있길래, 이런 사람이 된 건지 팡무가 궁금해졌다.
『심리죄 : 프로파일링』, 『심리죄 : 교화장』을 읽어봐야겠다.
500페이지가 넘지만 한 번 잡으면 궁금해서 다른 거 만사 제쳐두게 만드는 책이다.
뒷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흡입력이 넘치기 때문에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라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P.189
"당시 경찰에 신고했다면 분명 금세 한두 놈을 잡아냈겠지. 그런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후잉보처럼 돈을 위해 죄를 뒤집어쓰려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설사 배후의 주모자와 명백한 증거를 찾아낸다고 해도 그건 또 무슨 소용이지? 사형? 그 자식을 사형대에 묶어두고 바르비탈을 주사한 뒤 잠이 들면 염화칼륨을 주사하겠지? 잠든 것처럼, 시발, 아주 편안히 죽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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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2
샤오왕이 천천히 총을 거두고 돌연 웃으며 말했다.
"오래된 건 분명 새로운 것으로 대체됩니다. 그게 법칙이에요."
말을 마친 그가 익살스럽게 두 손을 들어 투항한다는 자세를 취했다.
"농담입니다. 개의치 마세요."
팡무가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총을 내리고 사격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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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17
흐릿한 의식 사이로 그는 눈앞에 선 자들의 모습은 인간이 아님을 느꼈다.
그들에게는 눈이 없었다.
눈빛이 반짝여야 할 곳에는 검은 안개만 감돌았다.
맹어, 팡무는 빛을 보지 못해 눈을 잃은 물고기가 떠올랐다.
인간의 영혼이 욕망에 완전히 뒤덮히면 맹어와 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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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73
내가 그 입구를 찾을 수 있을까?
내가 마지막까지 견딜 수 있을까?
왜 스스로 다시 위험에 뛰어들어야 하지?
왜 나와는 무관한 책임을 어깨에 짊어져야 하지?
하지만 선택을 내릴 때 꼭 의미가 있는지까지 고려해야 할까?
항상 그렇게만 생각한다면 전부 의미가 없을 테지.
팡무가 살짝 웃고는 속눈썹 위에 얼어붙은 서리를 닦아낸 뒤 배낭에서 접이식 스틱을 꺼내
힘차게 몸을 일으켰다.
가자, 가보자. 그게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