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온그림책 11
바림 지음 / 봄볕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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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초, 제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9살, 6살 두 딸과 함께 한 여정이기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정을 짜야했고 (나는 원치 않았지만) 성산의 유명 수족관에 가게 되었다. 나름 해양동물에 관심을 갖길 바라며, 눈 앞에 펼쳐진 바다생물의 신기함을 느끼길 바라며... 이런 경험이 하나둘 확장되면 생태교육까지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큰 그림을 그리면서 말이다.

몇 년만에 간 수족관에서 나는 몸도 마음도 불편했다. 

성산일출봉이 펼쳐진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만 해도 하하 호호,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여기저기 빙글빙글 돌아 내려가며 수족관 안에 갇힌 동물들을 유리창 너머에서 바라보는게 즐겁지 않았다. 물론 평소 절대 볼 수 없는 큰 가오리가 먹이를 먹는 모습에, 상어가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장면에, 화려하게 생긴 작은 물고기들이 줄 맞춰 헤엄쳐가는 순간들에서는 "우와", "대단하다", "예쁘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지만 물개와 돌고래쇼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을 때 '이 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구나' 후회가 밀려왔다.

자연을 보여주고 싶어 제주도에 왔는데 아이들이 본 것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의 그것이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동물원이나 수족관이 인간에게 필요할 수도 있다. 동물 연구라던지,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서라던지... 그러나 단순히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한번 쯤 생각해봐야 한다. 거창하게 말해서 지구의 주인이 우리인 것처럼 행동하지 말아야겠다. 그저 즐거움을 위해 그들을 포획해 세계 최대 규모라 자랑하는 수족관에 넣어둘 필요가 있는가? 그들의 집은 그 수족관에 몇 백, 몇 천 배에 달하는 바다다. 

몇 해 전 같은 곳을 찾았을 때 나는 이러한 불편한 마음을 갖지 않았다. 그 사이 동물권이다, 생태교육이다 하면서 조금씩 보고 들은게 나를 키웠나보다. 조금 더 생각할 수 있게 했나보다. 



오늘의 그림책을 소개하기까지 서론이 길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 덕분에 바림 작가의 <박물관에서>를 더 깊게 읽을 수 있었다. 

자연사박물관이 이 그림책의 공간적 배경이다. 이 곳은 살아있는 동물을 가둬둔 동물원이나 수족관과는 다른 곳이다. 학문의 발전과 대중교육의 목적으로 설립된 곳. 자연의 역사를 연구하고 전시하는 곳.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아직 없다. OECD 국가 중에 유일하단다. 그래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공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우리는 자체 연구비가 없으니 자연사박물관을 기획할 수도 없고 후속 연구를 이어갈 수가 없어 어렵다." 바림 작가가 인류역사최초의 자연사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기에 이런 그림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 대목이다. 

남상호 대전대 석좌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연사박물관은 학술적 목적과 생물종 파악뿐만 아니라 환경변화를 탐지하기 위한 기준자료 확보, 기초 연구기관의 기능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라고 말했다. 빠른 시일 내에 우리나라에도 국립자연사박물관이 건립되길 바란다.)

이 곳에서 소녀는 전시되어 있는 동물을 바라보다 다양한 동물 속 일부가 되어 살아있는 동물과 함께 하는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동물과의 첫 만남은 무서웠다. 유리창 너머 가만히 있어야 할 동물들이 눈 앞에 다가와 살아숨쉬니 머리카락이 쭈빗쭈빗 서는 느낌이다. 하지만 동물들은 소녀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할 뿐이다.(지금 맹수의 상태가 배고프지 않아 평화롭기 때문이겠지?) 위험으로부터 소녀를 돕는 물소, 새, 호랑이와의 만남으로 점점 더 가까워지는 인간과 동물. 서로의 존재를 교감하며 예쁜 꽃으로 만든 화관을 하나씩 건네는 따뜻한 장면이 펼쳐지고 다시 자연사박물관 그 자리로 돌아간다. "너와 나는 원래 친구였다."는 것을 알려주듯이..

4만년 전 지구 전체 포유류와 조류의 무게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1퍼센트 미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농경을 시작하고 1만 2000년이 지난 지금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가축의 무게는 전체 포유류와 조류의 무게에서 96~9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불과 1만여년 사이에 야생동물이 1퍼센트 남짓으로 줄어들고 인간이 그 반대가 되었다니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이 너무 심해졌다고 걱정하는 최재천 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동물의 위에 설 것이냐, 동물 중 그저 조금, 아니 많이 똑똑한 종 하나가 될 것이냐... 자연이 묻는다. 

바림 작가의 <박물관에서>가 그 대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림책 서평을 마친다. 

내 마음에 다가온 그림책 한 장면




나는 강아지도 고양이도 작은 곤충도 무서워한다.

하지만 나도 마음으로는 기꺼이 친구가 될 수 있다. 

서로의 안녕을 비는 정도의 마음을 내줄 수 있다.

"잠시 다녀가는 너와 나의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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