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그림책을 소개하기까지 서론이 길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 덕분에 바림 작가의 <박물관에서>를 더 깊게 읽을 수 있었다.
자연사박물관이 이 그림책의 공간적 배경이다. 이 곳은 살아있는 동물을 가둬둔 동물원이나 수족관과는 다른 곳이다. 학문의 발전과 대중교육의 목적으로 설립된 곳. 자연의 역사를 연구하고 전시하는 곳.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아직 없다. OECD 국가 중에 유일하단다. 그래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공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우리는 자체 연구비가 없으니 자연사박물관을 기획할 수도 없고 후속 연구를 이어갈 수가 없어 어렵다." 바림 작가가 인류역사최초의 자연사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기에 이런 그림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 대목이다.
남상호 대전대 석좌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연사박물관은 학술적 목적과 생물종 파악뿐만 아니라 환경변화를 탐지하기 위한 기준자료 확보, 기초 연구기관의 기능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라고 말했다. 빠른 시일 내에 우리나라에도 국립자연사박물관이 건립되길 바란다.)
이 곳에서 소녀는 전시되어 있는 동물을 바라보다 다양한 동물 속 일부가 되어 살아있는 동물과 함께 하는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동물과의 첫 만남은 무서웠다. 유리창 너머 가만히 있어야 할 동물들이 눈 앞에 다가와 살아숨쉬니 머리카락이 쭈빗쭈빗 서는 느낌이다. 하지만 동물들은 소녀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할 뿐이다.(지금 맹수의 상태가 배고프지 않아 평화롭기 때문이겠지?) 위험으로부터 소녀를 돕는 물소, 새, 호랑이와의 만남으로 점점 더 가까워지는 인간과 동물. 서로의 존재를 교감하며 예쁜 꽃으로 만든 화관을 하나씩 건네는 따뜻한 장면이 펼쳐지고 다시 자연사박물관 그 자리로 돌아간다. "너와 나는 원래 친구였다."는 것을 알려주듯이..
4만년 전 지구 전체 포유류와 조류의 무게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1퍼센트 미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농경을 시작하고 1만 2000년이 지난 지금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가축의 무게는 전체 포유류와 조류의 무게에서 96~9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불과 1만여년 사이에 야생동물이 1퍼센트 남짓으로 줄어들고 인간이 그 반대가 되었다니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이 너무 심해졌다고 걱정하는 최재천 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동물의 위에 설 것이냐, 동물 중 그저 조금, 아니 많이 똑똑한 종 하나가 될 것이냐... 자연이 묻는다.
바림 작가의 <박물관에서>가 그 대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림책 서평을 마친다.
내 마음에 다가온 그림책 한 장면